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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류 상담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0. 5. 19. 19:41728x90반응형
인터뷰어: 기존 고민상담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뭔가?
김어준: 상담하는 이는 위에, 상담 받는 이는 아래에 두고 마치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는 무엇보다 문제 해결이 안 되지 않는가. 나는 사람이 대단한 자기 정화 능력, 자기 치유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인터뷰어: 나름의 상담 원칙이 있는가?
김어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상담을 굉장히 많이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의 고민을 상담해줬고,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고민 상담을 해줬다. 내가 사장으로 있을 때 여직원들도 곧잘 상담거리를 가지고 왔다. 사장과 여직원은 어떻게 보면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기가 어려운 관계 아닌가? 그런데 다들 스스럼없이 다가와 고민 상담을 해달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 왜 내게 사람들이 상담을 청하는지를 잘 몰랐는데 이번 책을 내면서 그 부분을 생각해 봤다. 나는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에게 윤리적,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누가 불륜을 하고 있다고 하자, 사람들의 제일 첫 반응은 ‘이 나쁜 X’일 것이다.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가장 먼저, 가장 쉽게 들이대는 것이 도덕적, 윤리적 잣대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였다. 내가 그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여 준 것처럼 그 사람에게 하는 말도 에둘러 표현하거나 적절히 온건한 말로 포장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게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직접?으로 이야기할 때 상대가 받을 상처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고민을 타인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이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어설픈 위로보다 상처의 고름을 확 짜내고, 소독해서 새 살이 돋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말 것, 그리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것. 이 두 가지가 내 상담의 원점 내지 원칙이 된 것 같다.
인터넷 언론사(딴지일보) 총수, 결국 마초, 온갖 음모론 주창자, 고기주의자/고기성애자, 청취율 1위 시사방송 진행자...로 알려져 있는 김어준은 사실 꽤 유능한 상담자이다. 어디에서라도 상담을 체계적으로 배운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사람 말이나 책을 읽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는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이 되는 소리", "앞뒤가 맞는 소리"를 지껄인다는 느낌이 꽤 진하게 든다.
한편, 나는 절충주의적 해결중심 치료자이다. 일단은 최대한 해결중심적으로 상담을 끌고 가되, 해결중심모델이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내려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프로이트 이론이나 실천 모델을 포함해서 그 어떤 것도 세션 안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담자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게 분명해 보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외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본다.
내가 볼 때 김어준 류 상담은, 강점관점을 이 사람 특유의 마초적 자신감 내지는 솔직함과 연결지어서, 삶에 대한 뛰어난 직관력과 이에 기초한 직면을 주된 테크닉 삼아서 상대에게 접근하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 과거를 파헤치지는 않지만 이는 몰라서 안하는 것 같고 직선적으로 사실을 직면시킬 때가 많지만, 사람의 자기 정화 능력/자기 치유능력을 진지하게 믿으니 강점관점을 느슨하게 깔고 있다고 평가해야 옳겠다.
어쨌든, 어설픈 위로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척을 하느니, 아예 직선적으로 돌진해서 진검승부를 벌이는 편이 낫다, 는 그의 주장은 꽤나 그럴 듯한 부분이 있다. 물론, 그의 직면론(?)에도 기본 전제는 있다: 마음 속 고민을 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이니 기본적으로 나를 상담자로서 믿는 것일 테고, 따라서 이 믿음(전문용어로 표현하자면 라포/rapport)에 기반할 수 있지 않느냐? 는 것. 그럴 듯 하다.
가끔씩, 나도 김어준처럼 접근할 때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저는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그냥 선생님께서 제 문제를 직설적으로 지적해 주시고, 저에게 문제가 있는지, 있으면 어떤 것인지를 가감없이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내담자에게... 과거를 파헤치지도 않지만, 억지로 "당신이 전문가에요" 라는 식으로 무리하게 강점관점으로 끌고 가지도 않는다. 어설프게 뭔가를 하기 보다는 떡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떡을 주는 게 낫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말 것" 이라는 그의 상담 원칙은 매우 고차원적인, 그리하여 숭고하기까지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어설프게 겉만 핥고 있는 수많은 얼치기 상담자보다는, 자신만의 주관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 김어준 선생이 "훠얼씬" 낫다는 게 내 평가다. 아, 오해하지 마시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한 번 이렇게도 생각해 보자는 거다.
자료: vo.la/Wx6u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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