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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질문을 처음 접한 학생이 말하길...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0. 5. 26. 07:24728x90반응형
이번 학기에 학부생에게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치고 있다. 2015학번부터 2017학번에 이르는 내 모교의 직속 후배들이다. (감개가 무량하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생각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감동은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하물며, 내가 8년이나 다닌 모교의 후배들을 만나는 이 경험이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짐작도 하기 어렵다.) 다음 내용은 내가 가르치고 있는 어느 학생이 김인수 선생님의 상담 비디오를 처음 보고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기록이다. 이 기특한(!) 학생의 진솔한 기록 위에, 내가 첨언한 내용을 소개한다. 참고로, 이 학생은 아직 기적질문을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특하다: 여러분, 이 친구가 제 후배/학생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학생 생각 1) 부정적인 상황을 계속 긍정적인 상황으로 가정하며,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면을 이끌어낸다. 가족원들이 서로 품고 있는 불만을 계속 긍정적인 상황으로 가정하며, 서로 품고 있는 희망사항을 계속 풀어낸다. 그리고 마치 꿈처럼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낼 것 같다. 기적질문에 이르러서는 그 희망을 상상해 낸다. 여러분들에게 조금 이상한 질문을 하겠는데요. 이후 시작되는 기적질문을 듣고 난 나는 진짜로 자고 일어나면 이 가족이 바뀌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기적질문은 진짜 기적을 일으키는 질문이 아닐까?
나의 답변 1)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전혀요.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적질문이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가족이 가지고 있던 강점, 자원, 가능성이 기적을 일으킵니다. 해결중심 상담자는 마법사가 아니에요.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죠. 내담자가 상담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기적 장면이 그려지니까요. 하지만 내담자 내면에 기적이 없었다면, 과거에 기적 그림을 직접적으로/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없다면 지금 기적 그림을 그릴 수는 없습니다.
학생 생각 2) 기적질문을 들어보니 나도 가끔 하곤 한다. 친구들이랑 만나서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거나 술 취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때. 내일 갑자기 통장에 10억이 들어온다거나 하는 쓸 때 없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근데 언제는 진짜 통장에 10억이 들어온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밤새 자면서 내일 10억을 어떻게 쓸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에 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아침에 왜 통장에 왜 10억이 없지 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10억이 상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너무 우울했다.
나의 답변 2) 죄송하지만, 기적질문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신 것 같습니다. (아직 기적질문을 배우지 않았으니 당연합니다.) 기적질문에서 끌어내려는 내담자의 기적상황은 '허황된 백일몽'이 아닙니다. 학생이 언급한 '말도 안되는 이야기'나 "쓸데 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점이 없는 상상이 아닙니다. 아무렇게나 상상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기적질문을 할 때 김인수가 하는 말을 잘 들어 보세요: "그런데 이 기적은, 여러분이 가져온 문제가 사라진 기적이에요" 라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래요. 기적질문에서 상정하는 기적은, 내담자가 겪고 있는 문제 상황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기적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내담자가 기적질문에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상상력이 뛰어나서가 니라, 자신이 과거에 이미 그 기적그림의 일부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학생 생각 3) 사람의 생각. 정신에는 관성이 있다고 예전 YES-SET 수업시간에 말씀해 주셨다. 이 강의에서도 그것을 느꼈다. 계속 뭔가 할 수 있고, 긍정적인 상황이 계속 듣다보니, 내담자들도 그것을 희망하게 되고,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들었다. 첫 만남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없지만 뭔가 벌써부터 서로 감정을 확인하고, 서로 상대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해 주는 기미가 보였다는 게 신기했다.
나의 답변 3) 학생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김인수 선생님의 뛰어난 상담 실력 때문에? 마술같은 기적질문 덕분에? 둘 다 맞지만 본질은 아닙니다. 결국 열쇠는 내담자에게 있습니다. 그들이 '뭔가 벌써부터 서로 감정을 확인하고, 상대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해 주는 기미가 보였던' 이유는, 과거 언젠가는 그들이 이미 그렇게 행동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바로 이것을 우리는 "예외"라고 칭합니다.) 상담자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기적질문이 마술 같기 때문이 아니라, 내담자가 뛰어나서 이런 상황이 펼쳐지는 겁니다. 결국, (누누히 말했지만) 해결중심상담에서 주인공은 누구다? 내담자입니다. 결코 상담자나 현란한 질문 테크닉이 아닙니다.
학생 생각 4) 예전 수업에서 질문자는 한 걸음 뒤에서 이끈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영상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인수 선생님께서는 직접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주거나 어떻게 하라고 과제를 주지 않았지만, 질문을 통해서 그들이 원하는 바. 결국엔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해결 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했다. 처음에는 계속 엄마와 딸이 대립하며,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듯 했지만. 영상 말미에서는 서로가 원하는 것이 서로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자신의 입으로 꺼내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가 해야 할 일들을 인지하게 한다. 질문자는 그것을 명령하거나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았으며, 단지 긍정적인 상황을 제시하였을 뿐이라는 게 놀라웠다.
나의 답변 4) 맞아요. 놀랍지요? 지금 그대는 세계에서 해결중심 질문 테크닉을 제일 잘 하는 분의 기술을 보셨어요. 그래서 그렇게 놀라운 거에요. 문자 그대로, "세계 최고"란 말입니다. 수업 시간에 계속 이야기 했던,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손 안대로 코를 푸는" 테크닉의 대가가 바로 김인수 선생님입니다. 이점은 아무리 많이 이야기 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그는 위대한 해결중심 상담자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 했던 바를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 않을 수 없네요: "기적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진짜 주인공은 내담자"라고요. 김인수 선생님이 아무리 뛰어난 불세출의 임상가라도, 내담자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실제 자신의 삶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주체는 상담자가 아니라 내담자입니다.
*사진: 무엇이 기적일까요? 저 두 사람이 함께 떠올렸고 만들어 가고 있는 공동의 삶이 기적 아닐까요?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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