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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가에게 물어본다: 해리 코먼 박사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 2020. 5. 2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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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기(Learning to Pay Attention)

     

    원문: Harry Korman(2009) 

    번역: 이재원(2014) 

     

    “생각의 시작이 부조리하면 후에 이 생각을 발전시킬 수 없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질문) 당신은 언제 처음 해결중심치료를 배우신거죠? 

     

    대답) 1980년대 말 아니면 1990년대 초였던 것 같아요. 그때 저는 한 가족을 두 번째 회기에서 만났고, 그 회기의 상담 장면을 동영상에 담았지요. 저는 잠시 쉬려고 휴게실로 올라갔는데, 아마 그 동영상을 함께 관찰할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동영상 관찰은 늘 도움이 되거든요. 거기에는 두 명의 인턴, 즉 교육을 받고 있던 사회복지사가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저는 그 가족과 상담하는 내용을 담은 그 동영상을 함께 리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들이 수락해 줘서 우리는 함께 스튜디오로 내려왔고, 제가 테입을 틀었죠. 

     

    만약에 반영팀이 없거나 장비를 챙겨줄 사람이 없으면, 이 동영상은 가족 내담자가, 조정실에서 녹화를 시작한 치료자를 기다리는 모습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 테입에는 저를 기다리는 가족의 모습부터 나오지요. 제가 방으로 들어서서 자리에 앉았을 때, 그들은 긴장을 풀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언제나 회기가 시작될 때, 잠시 시간을 가지면서 종이와 펜, 그리고 이전 회기 기록을 준비합니다. 내담자들도 이 모습을 인지했고, 제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잠시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저를 기다렸습니다. 글쎄요, 그냥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 가족은 제가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일주일 전 첫 회기에서 만난 이후로 무엇이 좋아졌는지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동영상 안에 있는 저는 그들이 말하는 걸 듣지 않고 있었습니다. 몇 초가 흐르고 제가 첫 질문을 던졌는데, 이 질문은 지난 한 주간 문제가 어땠는지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 가족은 제 질문을 듣고 약간 놀랐는데, 테입 안에 보이는 저는 그걸 깨닫지 못했고,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제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 추측건대, 그들은 그 이야기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에 저에게 말했을 겁니다. 저는 초보 정신과 의사이자 가족치료자였고, 대부분의 문제는 둘 중 어느 시각으로 보아도 동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내담자 가족이 이런 사실을 확인시켜 준 거죠. 

     

    저는 두 명의 인턴과 함께 앉아서 동영상 안의 제 모습을 보면서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저는 내담자 가족이 무엇이 좋아졌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애쓰는 내용을 듣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해결중심치료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이 해결중심 상담을 하겠다고 앉았으면서도 실제로는 전형적인 구조적/전략적 가족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훨씬 더 당황스러워졌던 겁니다. 저는 첫 회기 때 제가 진단했던 문제에 대해서 파고 들고 있었습니다. 이 회기는 여러 면에서 강렬한 느낌을 주는 회기였습니다. 구조적 가족치료의 정취가 진하게 풍겼고 관찰하기에도 아주 재미 있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한 문제는 이 회기가 제가 일 주일 전에 실행했던 회기와 너무나 닮았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앉아서 이 동영상을 보면서, 저는 놓친 게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내담자 가족의 삶에서 무엇이 좋아진 걸까? 그러한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도록 누가 행동한 걸까? 제 머릿 속에 떠오른 가장 걱정스러운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얼마나 많이 이렇게 해 온 걸까? 지금까지 일해 오면서 나는 얼마나 많이, 내담자가 전 주에 비해서 좋아진 점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을 막았던 걸까? 얼마나 많이 내담자와 나눌 수 있었던 변화와 성장, 그리고 성공 경험을 놓쳤던 걸까?” 이런 생각이 제 머릿 속을 스치면서, 저는 제가 해결중심치료를 좀 더 잘 이해하지 못했던 저를 책망했고 해결중심치료에 대해서 정말 깊게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해결중심치료는 어떤 점에서 당신의 방식과 맞았나요? 

     

    대답) 제가 해결중심치료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좀 전에 말씀 드렸던 일이 있기 몇 해 전이었습니다. 저와 7명의 정신과 의사 동료들(Lars Dannerup, Sonja Edvardson, Kristina Engman, Jehoshua Kaufman, Jocelyne Lopez-Koman, Barbro Persson, Aviva Suskin-Holmquist)은 1978년 Stanton과 Todd가 헤로인 중독자들을 원가족 안에서 가족치료 기법으로 치료했던 경험을 정리해 펴낸 연구를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하면서 무작위 통제 실험을 하고 있었지요. 1988년 우리는, 워크샵을 개최하고 공동으로 작업하기 위해서 스티브 드쉐이저와 김인수를 스웨덴 Malmo로 초청했어요. 우리는 1970년대에 출간된 스티브 드쉐이저의 상호 심사 저널 논문을 대부분 읽었고, 생태체계적 단기 치료에 관한 그의 첫번째 저서도 읽은 상태였습니다. 그의 글에 기초해서 우리는 그가 전략적 단기 치료자라고 생각했어요. 워크샵에서 스티브는 코카인 중독 환자 사례를 상담하기 시작했죠. 30분이 지난 후에 저는 그가 하고 있는 것이 전략적 치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는 예외 탐색, 목표 설정, 내담자-치료자 관계 맺기, 과제-메시지 부과 등을 실시했죠. 그의 상담은 근본적으로 새로웠고, 아름답게 우아했으며, 믿을 수 없을 만큼 간결했습니다. 

     

    질문) 이 모델의 어떤 특징에 관심이 갔던 것인가요? 

     

    대답) 1989년에 우리는 밀워키의 단기가족치료센터를 방문했고, 일주일 동안 일방경 뒤에서 상담 장면을 관찰했습니다. 밀워키의 치료자들은, 우리가 스웨덴 말모에서 소아정신과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사례가 하찮게 느껴지도록 만들 만큼, 정말 심각한 상황에 처한 내담자를 만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단기가족치료센터에 오는 많은 내담자가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 자체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놀라웠던 사실은, 센터에 내방한 거의 모든 내담자와 가족들이 이전 회기 후로 상황이 좋아졌거나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사실에서 느껴지는 임상적인 인상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스웨덴) 말모에서 수행하던 작업과 비교하니 밀워키의 상담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대단했습니다. 단기가족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치료자들은 사람들이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진실로 믿었습니다. 그들은 내담자들이 상담실에 와서 무엇이 좋아졌는지를 이야기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모든 사례에 적용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제가 말모에서 만나고 있던 내담자들의 능력을 진실로 믿는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믿음의 힘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한 주일 동안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소아정신과를 이런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는지를요. 저는 구조적/전략적 치료에서 해결중심치료로 옮겨가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수년 동안, 해결중심치료가 매우 효율적인 방법론이라는 간단한 임상적 인상 외에 제가 이 모델을 사용하는 많은 이유를 설명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질문) 해결중심치료를 적용한 것이 내담자와 만나는 당신의 일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습니까? (이전에 사용하시던 모델과 비교해서 내담자와 당신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말씀해 주세요.)

     

    대답) 대부분의 해결중심치료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관계 만들기 방식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과 삶에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하는 그들만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내담자와 관계를 맺는 이러한 방식은, 이전에 제가 정신역동 방식으로 일했던 때나 나중에 가족치료를 했던 때 취했던 방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세세하게 어떻게 다른지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일은 어렵네요. 

     

    제가 알콜 중독 문제를 다루던 초보 의사였을 때, 그리고 해결중심치료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때, 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을 했는데, 한 내담자가 저를 시험에 들게 했습니다. 40대 여성이 알콜 중독 클리닉에 왔지요. 그녀에게 제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물었을 때, 그녀는 문제는 자신의 남편이 알콜 중독자라고 답했습니다. 그 때 저는 의사가 해야 하는 제일 중요한 과업은 상황을 평가하고 사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가 때문에 제 첫 질문은 이랬습니다: "어떤 모습을 보시고 남편 분이 알콜 중독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녀가 답했습니다: "남편은 매일 라이트 맥주를 마셔요. 맥주에 의존하고 있죠.”

     

    당시 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의사였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냈습니다. 이 여성은 정보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하루에 라이트 맥주 한 병을 마시는 것으로는 알콜 중독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알콜 중독의 증상도 아니였습니다. 저는 곧바로 제가 진단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술의 특성과 알콜 중독의 증상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5분 후에 의자에서 일어나서 진료실을 나갔는데요, 자신이 받은 전문적인 도움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질문) 해결중심치료가 당신의 개인적 삶에도 영향을 주었나요? 만약 그렇다면, 설명해 주세요. 

     

    대답) 해결중심치료자가 된 이래로, 저는 수년 동안 방금 언급했던 여성이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를 여러 차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호기심은 이전에는 가져 보지 못했던 것이죠. 그 여성은 분명히 술이나 알콜 중독에 대한 정보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생각해 보았죠. 이렇게 추정해 본 한 가지 대답은, 그녀는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남편의 맥주 냄새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라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런 이야기를 그녀와 나누었다면 무척 재미있는 대화가 오고갔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스티브 드쉐이저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웃고, 실제로 그녀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와 어떤 해결책이 가능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티브가 생각해 낸 가장 재미있는 스토리는, 그녀에게 실제로 코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해결책은 침대에서 코를 붙잡고 있는 것을 포함해서 수없이 많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결중심치료를 배우는 일은 저에게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매번 저는 스티브 드쉐이저와 김인수 선생님이 여는 워크샵이나 세미나에 참석해서 열심히 배웠습니다만, 한 두 주 정도 반짝 하다가 이내 예전에 제가 배웠던 문제 해결 테크닉으로 돌아가곤 했거든요. 

     

    1990년대 초에는 좀 더 해결중심치료를 잘 하게 되었지만, 실력이 조금 들쑥날쑥했던 것 같습니다. 한 주는 완전히 해결중심적으로 일했다면 그 다음 한 주는 완전히 문제해결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당시 제 실력은 언제 제가 해결중심적으로 일했고, 언제 해결중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일했는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죠. 하지만 저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마 어떤 가족들은 단지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토로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형편 없는 추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많이 이야기 하게 되는 가족이 같은 주에 몰려서 왔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요, 조금 당황스러운 이유였습니다. 저를 돕는 인턴이나 훈련생이 젊고 똑똑할 때(그리고 종종 잘생겼을 때) 제가 치료자료서 제 기술을 자랑하고 싶으면 좀 더 문제 중심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문제를 포착하고 어떻게 해야 문제를 제거할 수 있는지를 환자들에게 지적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그들이 상담을 통해서 무엇을 바라며 그들이 바라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될지를 묻는 것보다 의사로서 좀 더 뛰어나 보일 거라고 믿은 겁니다. 

     

    우리가 내담자를 만날 때 나누는 거의 모든 대화에서, 내담자들은 어느 지점에서는, 그리고 대개는 면담의 초기에 불평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불평의 일반적인 형태는 다음과 같죠. 

     

    - “저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 “저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어요.”

    - “저는 행동하고 싶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어요.”

    - “제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행동하고 있어요.”

     

    모든 치료자들이 하는 첫번째 일은, 그들이 어떤 이론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힘드시겠어요” 라는 말을 다양한 형태로 꺼내면서 내담자가 말한 문제에 대해서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해결 방식을 따르는 치료자들은 문제가 되는 감정, 인식, 행동 혹은 상호작용, 문제의 역사, 문제의 (내적, 외적, 체계적, 생물학적) 원인 등을 자세하게 파악하는 대화를 시작할 것입니다. 치료자는 일단 내담자와 문제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기법들은 대부분, 내담자로 하여금 다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라는 제안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제안은 “... 이렇게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 이렇게 행동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와 같은 일반적인 형태의 질문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만약 내담자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스티브 드쉐이저는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가 해야 할을 알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정작 어려운 일은 내담자로 하여금 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런 형태의 치료적 제안은 일반적으로 치료자가 내담자와 단지 몇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매우 많은 내담자가 치료자의 생각에 저항할 것입니다. 과거의 저는 이런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상담 비디오를 다시 보면서, 내담자가 “맞아요, 하지만...”이라고 말하기 시작할 때 종종 상담이 어려워지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저도 종종 “맞아요.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생각한다면/이렇게 시도해 본다면...” 이라고 응답하고, 그러면 내담자도 거의 예외 없이 “ 맞아요, 하지만...” 이라고 대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제가 ‘맞아요-하지만 대화’라고 부르는 대화 패턴으로 접어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내담자가 ‘맞아요 하지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제가 제안 같은 것을 제시했고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제가 내담자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꼼꼼히 분석하면서, 저는 늘 내담자가 불평을 말하고, 제가 불평/문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리고는 내담자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제가 제시하려고 했던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질문) 당신의 내담자는 당신의 치료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 하나요? 다른 치료 모델을 경험해 본 내담자가, 당신과 함께 상담하면서 가졌던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이 혹시 있나요? 

     

    대답) 해결중심치료자는 내담자에게 충고를 하는 대신, 오로지 공감적 표현을 하면서 내담자의 불평을 인정합니다. 이것이 다른 점이지요. 스티브는 대개 이렇게 말합니다. “그 마음이 짐작이 갑니다.” 라고요. 저는 대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저런, 제기랄” 이라고요. 해결중심치료자는 일반적으로 내담자가 불평하는 문제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물어보지 않을 겁니다. 그 대신 이러한 몇 가지 방식으로 물어보겠죠: 

     

    - “그 대신에 어떻게 느끼고 싶으세요?”

    - “그 대신에 어떻게 생각하고 싶으세요?”

    - “그 대신에 어떻게 행동하고 싶으세요?”

    -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기를 원하세요?”

     

    정확하게 어떤 표현을 사용할 것인지는 내담자가 어떤 불만을 이야기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내담자가 이 질문에 답변을 하면, 그 다음에는 그렇게 되면 대담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감지할 것인지를 물어보고, 그렇게 되면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인지를 물어보며, 계속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일단 당신이 ‘맞아요, 하지만’ 방식의 대화에 걸려들면, “그일이 어떻게 달라지길 원하세요?” 라는 질문으로 바로 넘어가기는 불가능해집니다. 이 질문이 자기 기능을 다하려면, 해당 대화 덩어리가 시작되는 문제에 연결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작한 방식은, 저의 어리석은 생각에 대해서 내담자에게 사과하고, 이렇게 말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죠. 그러면 그 대신에 어떻게 느끼고/생각하고/하고 싶으세요?” 

     

    이 방식을 익히고 나자, 제가 하는 모든 회기가 해결중심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통해서 해결중심치료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수년 동안 저는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중심치료를 가르쳤습니다. 최근 수년 동안, 저는 microanalysis방식으로 해결중심치료 회기를 분석하는 연구를 해 왔고(Bavelas, McGee, Phillips, & Routledge, 2000), 이 연구 덕분에 제가 해결중심치료를 가르치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배워온 것은, 해결중심치료에서 치료자가 말하는 발화의 약 1/3가 질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약 1/3의 발화는 모두 대화 안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말들, “아, 음…, 좋네요, 대단해요, 우와” 같은 말들을 변형시킨 것들이었습니다(Clark & Fox Tree, 2002). 몇 가지 발화는 동정적인 표현이었고, 고통과 어려움을 인정하는 표현이었으며, 어떤 발화는 “그걸 좀 더 이야기 해 주세요.”라는 말을 짧게 축약한 형태로 격려하는 말이었고, “잠깐만요, 제 말이 아직 안 끝났어요.” 처럼 단지 말을 잠시 멈추어 달라는 표시가 되는 말이었습니다. 

     

    해결중심치료자가 말하는 발화의 마지막 1/3은 그대로 흉내내어 말하기(echoing), 바꾸어 말하기(paraphrasing), 요약하기(summarizing), 그리고 내담자가 말한 것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 말하기 혹은 이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등이었습니다. 이런 말들은 대화 안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유사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말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정식화(formulations)’라고 칭했습니다. 

     

     이런 발화는, 우리가 내담자와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우리가 좀 더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세부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내담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 해결중심치료는 어떤 부분 때문에 그렇게 효과적일까요?

     

    대답) 어떤 내담자가 들어옵니다. 자리에 앉으면서 이렇게 말하죠, “저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너무 쓸모 없는, 쓸모 없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울기 시작합니다. 치료자에게는 내담자가 처음으로 한 말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요. 치료자는 선택을 합니다. 그는 생각하죠, “쓸모가 없다고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하게 될까, 아니면 좀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하게 될까?” 양자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해결중심치료자라면 아마도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거 참 끔찍하겠네요.” 내담자는 고개를 끄덕이죠. “그러면, 당신은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으신 거죠?” 내담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며칠 안에 당신이 좋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나타내 주는 어떤 신호가 당신에게 나타날까요?” 

     

    “그거 참 끔찍하겠네요.” 라는 말은, 내담자가 토로한 속상한 마음의 세부사항(쓸모 없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은 삭제하면서, 내담자가 표현하고 있는 절망적인 감정의 수준은 그대로 보존하고 수용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으신 거죠?” 라는 말은, 내담자가 원하는 것에 연결된 말을 보존합니다. 해결중심치료자는 내담자가 치료를 받은 결과로서 일어나길 바라는 일과 내담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한 내용에 관해서 무엇이라도 경청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렇게 만들어진 대화 공간은 내담자가 원하는 일에 대해서 다양한 세부사항을 끌어내기 위한 질문에 문을 활짝 열 것입니다.  종종, 위에 제시한 사례처럼, 정식화는 질문 안에 포함되어 다시 반복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며칠 안에 당신이 좋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나타내 주는 어떤 신호가 당신에게 나타날까요?” 이 과정은 회기 중에 계속 반복 또 반복되고, 우리가 좀 더 알고 싶어하는 것을 끌어내는 것은 회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질문) 지금까지 상담했던 사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그 사례가 상담자로서 당신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대답) 제가 1주일에 10시간씩 헤로인 중독자를 위한 프로젝트 일을 하고, 1주일에 30시간씩은 소아과 의사로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스티브와 김인수가 워크샵을 끝내고 난지 1주일 후에 어떤 어머니가 5살박이 딸과 함께 소아과를 찾아왔습니다. 혈뇨 때문이었죠. 제가 진찰실로 들어가서 제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물었을 때, 이 젊은 어머니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슬프고 피곤한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문제는 제 딸이 젖어 있다는 거에요. 이 아이는 매일 똥과 오줌을 팬티에 뭍힌답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결국 소아과에 의뢰된 증상은 혈뇨였지, 팬티에 똥과 오줌이 뭍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는 소아 정신과 전문의가 되려고 훈련받고 있는 사람이고, 이 사례는 아마도 어쨌든 소아정신과 사례이니, 한 번 해 보자, 라고요. 

     

    그때 저는 막 스티브와 김인수의 워크샵에서 돌아온 상태였는데요, 그들에게 배운 것들이 이미 상담 부분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외질문에 관한 내용이 머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아이가 뽀송뽀송한(dry) 때가 있나요?” 엄마가 어리둥절하게 대답했습니다. “뭐라고요?” 그래서 질문을 다시 했습니다. 그녀는 수초 간 생각하더니 약간 주저하는 목소리로 “네” 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어머님께서 기억하시기에 가장 최근에는 언제 아이가 뽀송뽀송한(dry) 상태였죠?” 그녀는 한참을 힘들게 생각하다가 답했습니다: “지난 화요일요.” “그러면, 그날은 뭐가 달랐던 것 같으세요?” 

     

    그 어머니는 여전히 주저하면서 오른손을 들어 왼쪽 어깨에 올렸고, 조심스럽게 답했습니다. “아마, 제 어깨가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았고 …” 말을 잇기 전에 제 얼굴을 사려깊게 본 후에 어머니는 답을 이어갔습니다. “아마 제가 이혼에 대해서 그리 많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기뻤습니다. 그녀의 감정과 딸의 증상 사이에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책임감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부모였습니다. 제가 물었죠: “그러면, 어머님의 어깨가 아프지 않고, 이혼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을 때는, 따님에게는 어떻게 다르게 대하셨던 것 같으세요?” 그녀는 자신의 기분이 좋아졌을 때는 자신이 어떻게 딸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어떻게 딸을 좀 더 보살피며, 사랑하는지, 어떻게 딸과 좀 더 많은 활동을 함께 하는지를 수 분 동안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런 날은 왜인지는 정말 몰랐지만 그 이전에는 좀 더 조용하고 일반적으로 좀 더 행복했던 딸의 행동이 분명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딸의 신체를 검사했고, 어머니는 딸에게 옷을 입혔습니다. 저는, 아이의 혈뇨 증상에 심각한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검사를 실시했고 이에 대한 서류 작성을 하고 나서 진찰을 요약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좀 더 원하는 대로 상황이 진행되는 날에 어머니로서 그녀가 얼마나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에 관해서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었던 것과, 통찰력을 보였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저는 어머니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황이 진행되는 날이 있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수행할 때가 언제인지를 말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럴 때는 무엇이 다른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3주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고요. 

     

    3주 후에 제가 상담실에 들어섰을 때, 내담자 어머니와 딸은 함께 조용히 퍼즐을 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고, 딸은 ‘뽀송뽀송한 상태’였습니다. 이 사례는 아주 작은 해결중심 테크닉이 정말로 큰 변화를 만들어낸 여러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이 사례를 통해서 제가 해결중심치료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질문) 상담자들이 해결중심치료를 적용하려고 할 때 가장 자주 범하는 흔한 실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런 실수 상황에서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다르게 하실까요?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세요. 

     

    대답) 요즈음, 저는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치료적 대화 안에서 작동하는지에 관한 우리의 이해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microanalysis가 해결중심치료 회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와, 해결중심치료는 무엇이 다르고 고유한지, 이 두 가지 모두를 기술하는 방법과 해결중심치료의 구체적인 특징을 좀 더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스티브와 김인수, 그리고 저 자신과 제 동료들의 상담 비디오를 시청하면, 우리가 실행했다고 생각한 많은 행동을 하지만, 또한 우리가 실행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행동도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행동의 일부는 오로지 해결중심적 대화에서만 발생하는 것입니다. 

     

    누가 저에게 “당신이 해결중심치료를 치료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면, 어떤 전략을 사용하며, 어떻게 자료를 제시하시겠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Microanalysis입니다.” 라고요.  

     

    질문) 해결중심치료가 미래에는 어떻게 발전하길 바라십니까? 

     

    대답) 저는 우리가 해결중심치료를 좀 더 잘 기술하게 된다면 해결중심치료를 교육하고 그렇게 교육한 결과를 좀 더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내담자들에게 도움이 될런지는 두고 볼 일이지요. 최근에는 우리가 내담자를 만나면서 갖게 되는 임상적 인상만으로 어떤 내용을 확신한다는 것이 무가치하게 생각됩니다. 만약 우리가 해결중심치료 방식으로 상담을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며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 해결중심치료는 별 생각 없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내담자를 바라보는 태도 쯤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듭니다. 그리고 어쩌면 해결중심치료가 이러한 오해의 무덤에 갖히면서 하나의 치료모델로서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ditor’s comment와 References는 생략.)


    [재원 생각]

     

    내가 2014년에 번역한 "The Art of Solution Focused Therapy" 원고 중 일부이다. 미국의 엘리엇 코니(Elliott Connie)가 스웨덴 출신의 뛰어난 해결중심치료자인 해리 코먼 박사(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내용이 살짝 길긴 하지만, 정독을 하면 해결중심모델의 정수를 흠뻑(!) 느끼고 배울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실수하거나 실패했던 내용을 매우 솔직하게 공유하고 있어서 나 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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