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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담하는 사람이 왜 지역사회개발을 공부하냐구요?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 2021. 3. 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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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하는 사람이 왜 지역사회개발을 공부하냐구요?
    ABCD(Asset Based Community Development) 기본서 번역 & 공유 이야기

     

    1950년대 미국에서 활동 중이었던 몇몇 개인 심리치료자들이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예컨대, 정신병원(폐쇄 병동)에 입원한 우울증 환자들을 열심히 치료해서 집으로 돌려 보냈는데, 몇 달이 지나니 그 환자가 다시 악화되어서 입원을 했다. 다시 열심히 치료해서 집으로 돌려 보냈는데, 몇 달 후에 다시 병원에 왔다. 그래서 또 다시 치료해서 보냈는데, 또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심지어, 해당 환자는 괜찮아졌는데 또 다른 가족원이 비슷한 증상 때문에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가 한 번이나 한 명에 그쳤다면 그냥 넘겼을 터였다. 하지만 한 두 번도 아니었고, 한 두 명은 더욱 아니었다. 이유가 뭘까? 이런 의문을 진지하게 품었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들의 문제 의식은 모른 채, 미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가족치료”였다.

    그래서 가족치료의 핵심은 체계이론이다. 이는 가족을 일종의 체계로 본다는 뜻이다. 체계는 그 구조 안에 여러 하위 구성 요소를 가지는데, 모든 하위 구성 요소는 다른 구성 요소들과 각각 상호의존적으로 얽혀 있다. 그리고 각 구성 요소들이 하나로 모이면 단순한 집합물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가족을 체계로 본다는 말은 가족이 이와 같은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본다면, 1950년대 가족치료 선구자들이 경험한 일도 가족이 가진 본질적 특성(즉, 체계론적 특성)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어떤 가족원이 문제인 듯해서 치료를 받았지만 그 문제가 반복되고 심지어는 그가 아니라 다른 가족원에서 문제가 번지는 듯한 모습은, 체계의 구성 요소가 (겉으로) 따로 노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여러 다른 요소와 긴밀하게, 불가분의 관계 안에서 서로 의존하며 얽혀 있는 특성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체계론적 시각에서 보면,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세 가지 사안이 내적으로는 서로 대단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찰할 수 있다. 최근 장애인 복지 실천 분야에서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PCP(사람중심계획)과 지역사회 (자원)개발이 그러하다. PCP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진 개인적 욕구를 개별화된 방식으로 만족시키기 위해서 서비스 계획을 세우는 전통의 끝에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PCP 접근을 활용해서 아무리 그럴 듯 하게 서비스 계획을 세운다 한들, 그 서비스가 제공되는 매커니즘이, 환경이 지역사회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릴 것이다. 게다가 PCP를 실행하는 단일 기관이 그 사람에게 제공하거나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서비스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저 장밋빛 계획만 세우고 마는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 의식도 장애인복지 경계를 넘어서면 다소 퇴색될 수 있다. 어쨌든 지역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 가장 견고하고 높은 스티그마 장벽을 세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예컨대 비장애인은 그냥 개인의 강점과 자원만 북돋아줘도 능히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사회사업 실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인간이 세우는 스티그마의 벽은 의외로 높다. 비장애인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 못지 않게 견고한 차별과 업신여김의 문화를 실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 힘 없는 아동에 대한 온갖 폭력적 문화를 생각해 보라. 따라서 사회사업을 실천할 때, 특히 개인에게 개입하는 실천 과정에서 반드시 지역사회를 고려해야 한다.

    내가 해결중심모델을 끝까지 파고들어서 공부하다가 PCP나 ABCD(자산-기반 지역사회개발: Asset Based Community Development)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점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것, 그 중에서도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한다는 것을, 단순히 개인이나 가족과 만나서 대화하는 방법쯤으로만 바라 본다면, 그 개입 결과가 대단히 공허(?)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을 열심히 치료해서 돌려보냈지만 계속 돌아오는 환자 때문에 혼란스러워 했던 가족치료 선구자나, 장애인 개인에게 개별화된 서비스를 직접적 간접적으로 연계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지역사회의 벽을 넘지 못하는 실천가나, 개인의 강점이나 자원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지역사회의 강점과 자원을 놓칠 수 있는 나나, 모두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부부-가족치료와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 사이를 느슨하게 걸치고 있는 내가 ABCD(자산-기반 지역사회개발: Asset Based Community Development) 개념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앞으로, 적절한 매체를 정해서 ABCD 관련 해외 컨텐츠를 번역해서 널리 동료들과 나눌 생각이다. 많은 독자 제위의 따뜻한 격려와 건강한 질타를 기대한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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