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럼 너는 뭘 하는 거야?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1. 01:07
    728x90
    반응형

     

    2020년 봄 학기, 모교(성공회대학교)에서 해결중심모델을 강의했다. 모든 강의가 끝난 후에, 학생들에게 간단한 소감문을 받았다. 그 중 인상적인 글을 소개한다. 꾸밈 없이 담백한 글이다. (*학생에게 이 글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공식적으로 받았고, 사진을 포함해서 검토 받았음.) 


    2019년 1학기에 가족복지론을 수강했다. 가족상담 및 가족치료 수강 전에 가족복지론을 들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가족복지론 수강 전 수업을 들었더라면 더 수업을 어렵게 느꼈을 거다. 

     

    가족복지론에서는 여러 상담기법이 나오지만 수업 내용에서 그 부분이 적고 핵심적인 이야기만 적혀있어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례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단지 달달 외웠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가족상담 수업의 초반에서 선생님께서 해결중심에 집중적으로 배울 거라고 말씀하셨을 때, 거부감이 들었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가족 복지론에서 봤던 그 간단히 설명된 기법을 한 학기 내내 배우는 건 너무 질질 끌며 공부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오만했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내용을 반복하는 듯 새로 배우면서 해결중심기법을 조금씩 이해해갔다. 사실 해결중심을 외우겠지 이해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이해해가고 있었다.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이렇게 사례와 현실 이야기를 많이 들은 수업도 처음이었다. 

     

    해결중심 기말과제인 녹취록을 도와준 친구의 질문이 문뜩 생각난다: "이거 근데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문제도 내가 말하고 해결책도 내가 말하네. 그럼 너는 뭘 하는 거야?" 놀라웠다. 해결중심에 대해 스스로 잘 이해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물론, 아직 정말 많이 부족하지만 상담을 받는 친구의 입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다는 말이,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잘 협력한 상담가라고 인정해준 거 같았다. 

     

    이번 수업을 들으면서 아무래도 가장 좋았던 점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부정적인 경향이 강한 자신을 알고 있기에 이런 변화는 새삼 스스로를 다시 보게 만들어 주었다. 사실은 정말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기도 했다. 어떻게 긍정적인 부분을 볼지 어떤 게 긍정적인 부분인지 잘 몰랐는데 무엇이 강점이고 긍정적이고 자원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 학생의 글을 사용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다가, 갑자기 "울컥" 했다. 내가 그동안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치면서 들었던 칭찬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칭찬을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격스러웠기 때문이다: 내 학생이 칭찬을 들었으니, 그것은 곧 내가 칭찬을 들은 것과 완전히 똑같다. 으아! 내 학생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이거 근데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문제도 내가 말하고 해결책도 내가 말하네. 그럼 너는 뭘 하는 거야?"

    (학생이 들었다는 이 말은, 해결중심치료자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