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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여기 증거가 있다!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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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 중에서 한국 학생들만큼 구별하기 쉬운 이들도 없단다: (1) 일단, 수업 시간에 말이 없고, 따라서 질문도 없다. (2) 교실 뒷편에 몰려 앉아서 열심히 받아 적기만 한다. (3) 레포트는 꼬박꼬박 잘 낸다. (4) 절대 포기하는 법은 없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니 말하기를 안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문법을 네이티브 스피커보다 잘 아니, 글은 어느 정도 쓴다. (그것도 문법에 어긋나지 않게.) 그러나 학생이 질문을 하지 않는 현상은 이상...하지 않다! 적어도 한국적 상황에서는. 

    우리 교육은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죽은 교육”이다. 근대화 이후, 한국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창조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선진국의 발전된 문물을 그대로 들여와서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인, 혹은 정해진 틀과 과업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노동자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질문을 하면, 모두 불편해진다. 자질구레한 질문, 혹은 뜬구름 잡는 질문에 일일이 답하면서 언제 바쁜 과업을 수행하겠는가? 혹여 질문을 허용한다고 해도, “질문다운 질문”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부담감을 느끼게 만든다. 어줍잖게 질문하면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사고 구조와 교육 문화 때문에 한국 교육에는 질문이 사라졌다.

    나도 그랬다. 왠지 질문이란 하지 말이야 할 것이었다. 궁금한 게 생겨서 질문을 하려면 부담감을 느끼면서 걱정을 해야 했다: “이 질문은 그럴 듯한 질문인가? 내 무식이 탄로나진 않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는 않을까?”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그럴 듯한 질문”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모르니까 질문하는 거지 알면 왜 질문을 하나? 모르는 것을 깨우쳐 알려고 비싼 돈을 내고 학교(고등교육 기관)를 다니는 건데, 배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좋은 질문을 하는데 어째서 주변 눈치를 보아야 하는가? 

    특히, 나는 “해결중심 미친놈”으로서 마음에 품은 질문이 처음부터 참말로 많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것 투성이였고 궁금해서 잠이 안오는 증상을 경험했다. 그런데 질문을 하기가 어려웠다: (1) 질문자에게 허용적이지 않는 교육 문화 때문에. (2) 선생님도 모르는 질문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엔, 거의 대부분의 질문을 외국 책과 논문을 통해서 해결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피똥 싸는 줄 알았다.) 

    나는 결심했다: (1) 내가 이걸 가르치게 되면, 질문을 내 학생들에게 무제한으로 허용하겠다. (2) 그 어떤 질문도 무시하지 않고 성실하게 답변을 시도하겠다. 만약에 내가 모르는 내용이라면 공부를 해서라도 답변하겠다. (3) 무엇보다도 질문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겠다. 질문은 학생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게 만들겠다. 

    자, 여기 증거가 있다! 

     


    <성공회대학교에서 내 강의를 들은 어느 똘똘한 학생의 글> 
    (*학생에게 글을 사용하겠다고 알렸고,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았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는 그 주 배운 수업을 질적으로 복습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배운 점뿐만이 아닌 실천할 점도 생각해보며 사고의 폭을 조금이나마 더 넓힐 수 있었고, 느낀 점을 작성하는 것은 강의를 들으며 그냥 스쳐 갔을 저의 감상을 글이라는 표현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게 해주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매주 강의에 대해 질문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라 질문은 정말 필요할 때만 메일을 통해 하는 편이었고 매주 질문이라는 것을 한 적은 살면서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제가 있으니 질문을 해야 했고 매주 그 행동이 반복되면서, 그리고 다소 엉뚱하거나 사소한 답변에도 성실히 답변해주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아 사소한 것도 질문을 해도 되는구나”, “사소한 질문이 중요한 질문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생각도 매주 반복되다 보니 질문이 재밌어 지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것, 질문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은 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화가 되었건, 사물이 되었건, 상황이 되었건 보다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위 행동이 습관화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실습 면접 때도 적절한 질문을 통해 긍정적인 분위기도 자아낼 수 있었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공적인 자리에서 일년에 한 두 번 질문을 할까 말까 하는 저에게는 놀랍고도 감사한 변화입니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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