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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19. 12. 26. 22:08728x90반응형
“아뇨, 사람은 그럴 수 있어요.”
“사람이라면 나한테 그럴 수 없다” 고 말하는 한 쪽 배우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상대에게 너무나도 실망하면, 즉 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잘못을 상대가 태연하게(!) 저지르는 것 같으면, 사람들은 “사람이라면 나한테 그럴 수 없다”는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아도, 부부치료자로서 쌓아온 경험으로 보아도,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말일 수도 있겠으나, “사람이니까(불완전하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더운 여름날, 아이를 낳고 힘들어 하고 있는 아내를 두고 친구들과 술 마시러 나간 남편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용서가 안된다고 한다. 아이가 발달이 늦어서 안달복달하는 엄마의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매사에 수동적으로 멈추어 있어 보이는 남편이 바보 같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단다. 무엇보다도 나는 열불이 나 있는데 바로 옆에서 핸폰이나 쳐 들여다 보고 앉아 있는 남편을 믹서에 넣고 갈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러웠다고 한다.
고민이 많이 되었다. 뭔가를 규범적으로 내담자에게 말하는 것은 해결중심적인 방식이 아니다. 아니, 이런 생각을 넘어서, 상대가 “완벽하게 잘못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내담자에게 반대되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해결중심 원리나 위험에 대한 두려움보다 내담자 앞에서 정직해야 한다는 판단이 앞섰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서 말했다: “아뇨, 남자는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어요. 불완전하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후, 오늘 그 이야기에 대해서 물어 본다. 내담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솔직하게 들어 본다.
“솔직히, 선생님 말씀 듣고 남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무슨 최면을 거신 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힘들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남편이 훨씬 괜찮은 사람이고, 제가 낮게 평가했을 뿐이지 늘 뭔가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아싸! 성공!
“여기 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10점 짜리 자에요. 1점은 여기 처음에 전화하셨을 때의 점수고요, 10점은 썩 괜찮은 상태, 그러니까 두 분이 신혼이었을 때라고 가정한다면, 오늘은 몇 점에 계세요?”
“8점이요.”
(생략)
“우리가 포옹을 다시 하고 있어요. (미소를 지으며) 남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하고 있어요. 저는 장단을 좀 맞춰 주고 있고요.”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저는 욕심이 적어요. 2년 동안 서로 마치 소 닭 보듯 하시던 두 분이, 포옹이라니! 그리고 심지어 장단을 맞추어 주시다니!”
이 두 사람은 충분히 회복되었고, 앞으로 더욱 든든하게 회복될 것이다. 이젠 종결을 준비해야겠다. 보람찬 기분으로 두 사람을 돌려 보낸다.
앗싸!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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