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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옵빠, 뭐가 중요해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10. 18. 16:25728x90반응형
내가 잘 아는 부부-가족치료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얼마 전에 예쁘고 멋진 신혼 부부를 만나서 상담을 했어요. 그런데 두 사람은 뭐랄까... 너무 이기적이라고 할까, 아님면 계산적이라고 할까, 서로 눈꼽만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같아 보였어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을 가지고 지나치게 치열하게(?) 싸우는데... 결국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 작은 의견 차이나 아주 사소한 실수 같은 것을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이야기를 듣고 내 여자 친구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오빠, 오옵빠! 그게 뭐가 중요해요? 하나도 안 중요해요.
우리가 함께 있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나는 늘 뭔가에 집중하는 인간이다. 집중력이 좋다는 사실은 큰 강점일 수도 있지만, 집중하는 대상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소하고 지엽말단적인 것이라면 커다란 약점이 된다. 그야말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여자 친구와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그녀가 약속 시간보다 늦게 온 상황에서 크게 화를 내고 싸운다면? 애초에 나는 왜 그 영화를 보려고 했던 것일까? 그 영화를 안보면 누가 죽기라도 하나? 아니다. 영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여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약속 시간을 좀 어겨서 속상하고 서운할 순 있겠지만, 크게 화를 내서 즐겁게 보내야 할 시간을 완전히 망쳐야 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내 좋은 여자 친구는, 내가 사소한 것에 집착할 때마다 저 말을 부드럽게 속삭인다:
"오빠, 오옵빠! 뭐가 중요해요?"
그리고 이 말이 내게 준 신선한 충격 덕분에, 최근에는 내가 뭔가 결정하거나 고민할 때 자동으로 여자 친구의 목소리가 마음 속에 달콤하게 울려 퍼진다. 그러면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도대체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가, 를 떠올린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목을 메고 괴로워하거나 걱정하는 행위는, 대단히 어리석다.
"오빠, 오옵빠! 뭐가 중요해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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