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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네가 두부를 이렇게나 좋아했나?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10. 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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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어떤 사회복지사 선배님에게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 두부에 얽힌,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 한참 동안 재미나게 이야기를 들은 후에, 내가 여쭈었다: "행님, 방금 해 주신 이야기, 제가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된다고 하신다. 한 번 써 보라고 하신다. 그래서 썼다. (이 글에서 화자는 그 선배님이시다.)


    "자네가 두부를 이렇게나 좋아했나?"

     

    몇 달 전, 처가에 갔을 때였다. 장모님께서 사위 왔다고 환하게 맞이해 주시면서 밥상을 차려 오셨다. 밥 한 숟가락 뜨려는데 두부 조림 반찬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이야~ 두부 조림이네요? 정말 맛있어요!" 마침 알맞게 기름에 부쳐진 두부가 행복하게 간장을 만나서 살살 녹는 두부 조림이 되었다. 허겁지겁 밥 한 그릇을 비우니, 장모님께서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시면서 한 말씀 하신다: "자네가 두부를 이렇게나 좋아했나? 생전 두 부 한 조각 못 먹어 본 사람처럼 맛있게 먹네." 

     

    장모님 말씀을 들은 순간, 서글퍼지면서 문득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부를 무척 좋아한다. 무슨 음식이든 두부로 만든 것은 다 맛있다. 된장찌개에 넣어 먹어도 맛 나고, 노랗게 계란 물을 묻혀서 기름에 튀긴 것도 좋아하며, 가볍게 삶아서 볶은김치랑 먹는 것은 아주 환장하게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나 좋아하는 두부를 그동안은(정확하게 말하자면 근 15년 이상) 먹지 못했던 것 같다. 왜? 아이가 생긴 후부터는 우리 생활이 모두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아빠나 남편으로서 존재하기 바빴지, 내가 나를 나 자신으로 인정해 주는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여보, 내가 무슨 음식 좋아하는지 알아?" 아내가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 아니지, 아니지. 여보, 그렇게 민망해 할 필요는 없어. 나도 마찬가지잖아. 나도 당신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잘 몰라. 그런데 참 슬프긴 하다. 우리가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는 이렇게 잘 모른다는 사실이. 물론, 그동안은 아이들을 키워오면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없었지. 그러니 우리 둘 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시간이 없었던 거야. 여유가 없었던 거야. 

     

    아내도 동의한단다.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그래서 말인데, 여보. 우리 이제부터라도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우리가, 한 달에 하루만이라도 서로 상대를 만나주면 어떨까? 쉽게 말해서, 정기적으로 우리 둘만의 시간을 내서 데이트를 하자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밥 챙겨 먹으라고 두고, 우리는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자. 서로 맛있는 거 사 먹고 그러면서 대화도 나누고." 아내는 당연히 OK. 이 대화 후에, 우리는 석 달째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데이트를 하고 있다. 아이들도 OK. "게임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라면도 마음껏 끓여 먹을 수 있어서" 좋단다. 나도 OK. 장모님의 말씀을 듣고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어서다. 

     

    "자네가 두부를 이렇게나 좋아했나?"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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