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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밋 아래에서...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11. 11. 11:58728x90반응형
2009년 11월, 나는 거대하기로 유명한 쿠프 왕 피라밋 아래 서 있었다. 이집트 여행을 갔던 나는 아스완 댐에서 시작, 나일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이집트의 대표적인 유적을 답사했다. 모든 유적이 대체로 거대했지만, 쿠프왕의 피라밋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수천 번 넘게 책이며 TV 등을 통해서 보았던 건축물이지만, 막상 그 앞에 섰더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압도적, 이라는 말을 가지고서도 일부조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피감이 엄청났다: 집채 만한 바위 250만개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연원을 설명할 길 없어, 심지어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니, 가히 "압도적" 존재감이라고 말할 수 밖에.
경외심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거대한 피라밋은 쿠프 왕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뽐내기 위해서 지은 것이겠지만, 실제로 피라밋이 보유하고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은... 사실 바위를 하나씩 둘씩 쌓아 올린 평범한 노동자들 덕분에 생긴 것 아닐까? 저 거대한 피라밋이 위대한 이유는 꼭대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밀어 올린 돌무더기 속에 스며들어 있는 땀 때문이 아닐까?
사회복지의 꽃은 누구일까? 미국 유명 대학에 유학을 다녀 오신 엘리트 교수님들? 온갖 화려한 이력을 근거로 동료들 앞에서 멋지게 강의 하고 있는 사람들? 기관의 방향을 쥐락펴락하시면서 동료들을 이끌고 계신 기관장님들? 우리는 이런 분들 앞에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 알아서 기기도 한다. 그러나 아니다. 사회복지의 꽃은 이분들이 아니다. 일선 현장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변화 과정에 동참하고 계신 여러분, 바로 평범한 사회복지사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와 삶을 나누면서 변화를 함께 만들고 계신, 지역 사회 주민, 복지기관 이용인 분들이다. 삐까번쩍 하며 빛나는 이들이 아니라, 그 뒤 그늘에서 열심히 일상을 꾸리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야 말로 주인공이다.
그래서 나는 동료들 앞에 나서서 강의를 하거나 이끄는 자는 절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 안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바로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사회사업이라는 피라밋을 쌓아 올리는 주체가 바로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대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대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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