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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12. 12. 10:09728x90반응형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람은요, 절대로 안 변해요.”
어젯밤, 존경하는 사회사업가 선배에게 전화를 받았다. 부족함이 보였지만 애정을 가지고 뽑아서 키워오던 주니어 직원이 갑자기 선배들에게 침을 뱉았단다(비유적인 표현: 갑자기 사표를 쓰고 몇 가지 또라이 짓을 했단다). 단단한 강단을 지닌 분이지만 갑작스레 당한 일에 너무 놀라서 시니어 직원을 붙들고 울기까지 하셨단다.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불금이지만 전화를 하셨단다.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냥 잠시 들어 드렸다. 그리고 직원의 행동이 분명히 과도했기에 최소한 선배님 잘못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엔 사람은 잘 변하지 않으니 다음에 직원을 뽑으실 때는 더 좋은(안정적인) 재목을 가려 뽑으시는 게 낫지 않겠느냐, 고 조언 드렸다.
이 이야기 끝에 선배님께서 저 말씀을 하셨다:
“사람은요, 절대로 안 변해요.”
아니다. 대단히 역설적이게도, 선배님은 변화를 믿고 계신다.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갖고 계신다. 왜냐하면, 사회사업이란 결국 변화를 만들려는 유목적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회사업을 하려면 긍정적인 변화와 희망에 대한 믿음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사회사업을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비관적인 분이라면 이렇게 오래, 잘 하고 계실 순 없다 - 존경합니다, 선배님!)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만약 변할 수 있다면)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칼 로저스는 공감, 수용, 진정성, 이라는 말로 정리했다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랑”이 아닐까.
나는 부부치료를 하다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작게라도 생활습관을 바꾸었다고 말하면 기립박수를 친다. 왜냐? 내 임상 경험을 돌이켜 보면, 생활습관은 사실 그 사람의 원가족 체험 그 자체이고, 그 사람의 세계관이자 정체성이다. 예컨대 음식물 쓰레기를 언제, 어떻게 버릴지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예컨대 아내가 잔소리를 하도 해서 (잔소리 듣기 싫어서) 바꾸었든, 마음 속으로 사랑해서 바꾸었든, 이런 작은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이 나라에서 저 나라, 아니 이 우주에서 저 우주로 이주하는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 (그래) 바로 기적이다. 사랑으로 자신의 일부를 변형시킨, 의미있는 일이다.
(내 짐작으론) 선배님과 시니어 직원 분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사업을 그만 두실 것 같진 않다. 재차 말하건대, 선배님은 내가 보아온 그 어떤 사회사업가보다도 변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계신 분이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이 일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선배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 이 짧은 글은 지금 이 순간에도 클라이언트(주민, 당사자, 참여자... 명칭과 상관없이)를 어떻게든 돕겠다고 마음을 쓰고 있는 우리 사회사업가 동료들에 대해 찬사와 격려와 감사를 보내기 위해서 쓴 글이다. 부디, 선배님을 포함하는 우리 동료들이 변화를 만드는 이 일을 더욱 힘 있게 해 나가시길 빌어 본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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