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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로 책을 갈아서 마셨다!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12. 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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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4월. 매튜 셀렉만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가족치료자로서 해결중심모델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청소년을 상담하는 것으로 세계 최고 전문가셨다. 한국에 강연차 오셨을 때, 서울 관광 안내도 해 드리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그때 느꼈던 인상: “참 유머러스하고 열정적인 분이시구나!”

    2020년, 3월. 안혜연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사회복지사로서 화성여자청소년단기쉼터에서 일하고 계셨다. 굉장히 앳된 얼굴로 내 강의를 열심히 듣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후 그의 열정을 높이 산 내가 1:1 학습을 제안했고, 선생님이 수락하셔서 우리는 매주 1:1로 해결중심모델 공부를 하게 되었다.

    안 선생님 정도면 따라 오실 수 있을 것 같아서, 1:1 강독 수업을 제안했다. 내담자를 돕겠다는 열정으로는 하늘을 찌르다 못해 구름 위로 뚫고 솟아버린 매튜 셀렉만 선생님 책을, 내담자를 돕기 위해서라면 불이라도 뛰어들 기세를 가진 안혜연 선생님과 함께 읽게 되었다: 우리는 한 줄 한 줄 함께 읽으면서 세세하게 해설하고 자유롭게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 (결과적으로, 2020년 4월부터 12월까지 매주 2시간씩 약 50시간에 걸쳐서 책 한 권을 갈아 마시게 된 셈이다.)

    처음에는 내가 거의 일방적으로 가르쳤지만, 안혜연 선생님이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책을 다 읽어갈 무렵에는 거의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떤 일들은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데, 내가 가능성을 보고 선택한 학생이 어느 날부터 각성해서 “눈부시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감동적인 일도 없다.)

    실질적으로도 이 공부는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다. 먼저, 훌륭한 학생과 함께 생각을 나누면서 선생으로서 내가 가진 정체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원래부터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뭔가 새로운 걸 공부해서 남에게 가르치는 활동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지만, “말로 설명을 해서 뭔가를 가르치는 일”을 이렇게나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다.

    오래 전부터 “배움은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안 선생님처럼 훌륭한 학생을 만나서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깊고 넓게 가르치면서, 그 결과로 안 선생님이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누군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일인지를 절절하게 느꼈다. 말하자면, 나는 생물학적 딸은 아직 없지만 임상적 딸(안 선생님)은 가진 셈이다.

    그 결과, 비즈니스적으로도 적잖게 도움이 되었다. 안 선생님을 가르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교육 프로그램이 실제로 먹힐 수 있겠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물론 몇 가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작게라도) 내가 직접 판을 벌이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내가 선생으로서 가진 비즈니스적인 가능성을 안 선생님을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서 확인한 것이다.

    나는 안 선생님에게 돈을 거의 받지 않았다. 나는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생활인이기도 하지만(더구나 이젠 가장으로서 더욱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지만) 적어도 안혜연 선생님처럼 특별한 제자에게만큼은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실은, 아무 것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에게 “열심”과 “진정성”을 받아오고 있다. 선생으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만나는 것보다 복된 일은 없다.

    좋은 책 한 권을 남김없이 갈아 마신 지금, 우리는 곧바로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치료의 지도.” 포스트모던 가족치료의 거장인 마이클 화이트가 쓴 대표작이다. 이제 겨우 서문을 읽었는데도, 우리는 너무나도 즐거워하고 있다. 역시, 그 선생에 그 학생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해결중심모델 관련 책을 끝없이 갈아 마실 거다. 한 줄 한 줄 정성껏 읽으면서 질문하고 토론하고 울고 웃으면서 진정한 공부를 해 나갈 거다.

    선생으로서, 이렇게 커다란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신, 1:1 제자(우치데시) 안혜연 선생님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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