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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재원씨가 계속 증거를 대고 있잖아요?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1. 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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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재원씨가 계속 증거를 대고 있잖아요?

    자기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이제 스스로 그 사실을 믿기 시작한 거죠.)"

     

    사람은 사후적 해석을 하는 존재다. 어떤 상황이 펼쳐지면, 특히 그게 낯선 상황이라면, 당시에는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마음 속에서 뭔가 느끼는 바는 있지만, 명료한 자기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쌓인 경험과 지혜로 나중에서야 그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재원씨는 어떤 말을 듣고 싶었던 건 걸까요?"

     

    이 질문을 수천 번 넘게 들었다. 개인 상담선생님에게 갈 때마다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수 년 동안 답변을 하지 못했다. 늘 모른다고 답하거나, 감정이 아닌 생각을 말하거나, 그냥 멍~ 한 상태로 빠져 들었다. 직관적으로, 이 질문이 내 개인 상담 시간의 대주제요,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 말이었다. 기대와 오해, 습관과 선입견으로 점철되었던 어린 시절. 정녕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그래도 괜찮아"였다. 그런데 아주 오랫 동안, 이 말을 남에게 들으려고 했다. 어릴 적에는 어렸기 때문이니 인정. 하지만 문제는 다 크고 나서도 늘 타인의 평가에 좌지우지 되었다. 대양 위에 떠 있는 조각배처럼. 

     

    "오빠에게는 이미 그런 모습이 있었던 거에요."

     

    아내가 있어서 좋은 것? 수도 없이 많이, 끝없이 말할 수도 있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성인으로서 서로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맑은 거울 같은 존재가 생겼다는 점이다. 내가 그토록 찾아 해메던 온갖 미덕이 사실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는 걸, 그녀 앞에 서니 맑게, 명료하게, 분명하게 보인다. 

     

    "나는 사랑받기 충분한, 현상태로 충분히 훌륭한 존재."

     

    그렇다. 이제는 개인 상담 시간에 상담자 선생님께,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수용하게 되었다는 증거를 지속적으로 대고 있다. 나는, 더 나아가고 싶다. 아내에게 더 나아가고 싶다. 사람들에게 더 나아가고 싶다. 더 나누고 싶고, 더 깊이 관계를 맺고 싶다. 나를 지키면 사람들 속에서 더욱 나 답게 살아가고 싶다. 

     

    "그래도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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