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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평, 양근대교에서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1. 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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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 저녁, 퇴근하는 아내를 옆에 태우고 무작정 양평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양근대교"라고, 양평군청 근처에 있는 다리가 야경이 좋다고 했다. 경기도 광주를 지나 꼬불꼬불 국도를 타고 1시간을 달려서 양평군민회관에 도착, 간단하게 주차를 하고 길을 나섰다. 며칠 동안 엄청나게 추웠지만 다행히 날이 풀려서 둘이서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걷기에 딱 좋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양근대교,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았다. 차라리 한강에 나가서 야경을 보는 편이 더 나을 뻔 했다, 라는 생각이 들...려고 했으나... 역시, 장소가 중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근대교는 별로였지만, 남한강 줄기를 따라서 강변 양쪽에 산책로가 잘 닦여 있었다. 나는 아내의 손을 외투 주머니 속에 넣고 그녀의 손을 난로 삼아 꼭 쥔 채 천천히 강변을 걸었다

     

    좋. 았. 다. 

     

    비록, 처음 들렀던 식당에서 갈비만 팔아서 그냥 나와야 했지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갔던 한식뷔페집 음식이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지만. 아내는 배가 불러서 조금만 먹었는데도 1만원을 선불로 내야했지만. 우리 둘 다에게 낯선 곳이라서 편의 시설을 찾기가 힘들어 불편했지만. 무엇보다도, 아주 멋있지는 않은 야경을 보기 위해서 주중 저녁에 1시간이나 달려야 했다는 게 억울했지만

     

    아내는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고 한다. "산책이란 영혼을 정화시키는, 귀하지만 값싼 수단"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몸도 마음도 안정적이고 건강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서로 충분히 기댈 수 있고 상대방 삶의 무게를 나눠 질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이제 보니, 우리는 서로 만나고 싶던 사람을 만났다.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하다

     

    좋. 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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