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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인생에서 끝까지 가 봤다 하는 순간?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3. 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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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왔다, 유퀴즈에! 기적적인 역주행, 브레이브 걸스> 


    조세호: 네 분은 내 인생에서 정말, 끝까지 가 봤다, 순간이 있습니까?

    유정: 저는 있어요. 저는, 나이가 서른이 돼서 뭔가 부모님 앞에서 목 놓아 울기가 쉽지 않잖아요. (벌써 울먹) 근데, 제가 너무 이제 이게 힘들다 보니까, 엄마 앞에서, 제일 그러면 안되는 사람 앞에서, 목 놓아서 울었어요. 내가 왜 이 일을 선택한 건지 모르겠다. 초반에는 오히려 뭔가 너무 뿌듯하고 이걸 이뤄냈다는 거에 대해서 내 자신한테 너무 자신감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내가 왜 이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유나 씨가 항상 저한테 그랬거든요. "언니, 나는 내가 이렇게 누워 있으면, 그냥 밑으로 확 꺼지는 기분이야." 제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유나 씨가 너무 걱정이 되는 거에요. 이게 우리 넷 다 똑같았을 거에요 아마. 근데, 처음으로 나이가 서른이 돼서 가장 그러면 안되는 사람 앞에서, 너무 울면서 "엄마, 난 진짜 너무 살고 싶어.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이런 이야기를 막 울면서 했거든요. 그때 제가 생각했던 게, "아, 내가 이제 바닥을 쳤구나."

    유재석: 연예게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길이 마찬가지잖아요. 어느 정도 내가 일한 만큼, 노력한 만큼, 바로바로 성과가 났으면 좋겠지만, 그런 분들도 있으나 사실 그건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분들이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을 하거든요. 아, 진짜 제일 답답한 게 그거죠. "내 선택이 이게 과연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니까."

    민영: 늘 해 오던 걸 그만 둘 용기도, 아니면 다른 걸 새로 시작한 용기도 안 나더라구요. 근데, 이렇게... 존버(?)는 승리합니다.

    유재석: 맞습니다! 존버, 해야 합니다. 저도 버텼습니다. 저도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기적같은 일이다. 해체 직전까지 몰린 흔한 아이돌의 한 물 간 노래가, 갑자기 역주행을 해서 음원 차트를 차례대로 휩쓸고, 공중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 어떻게? 강력한 이유 두 가지가 있다: 노래 자체가 좋고, 브레이브 걸스 자체가 무명 시절을 X나게 버틴 실력 있는/준비된 가수이다.  

     

    하지만 본질은, 유튜브의 힘이자 인터넷의 힘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다. 고급 풀장은 회원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바다는 누구나 쉽게 가서 몸을 담글 수 있다. 같은 물이지만, 바다는 풀장에 비해서 접근성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컨텐츠만 좋다면, 언제든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민주적인 인터넷 만세!)


    그런데, 이 팀의 성공이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또 다른 의미를 준다. 브레이브 걸스의 멤버 중에서, 유정이 한 말을 인터뷰에서 듣다가 눈물이 터졌다: "아, 내가 이제 바닥을 쳤구나." 단순하게 비교할 순 없겠지만, 바닥이라면 나도 전문가다. 내가 떨어져 봤던 곳에서는, 바닥이 끝이 아니었다. 바닥의 바닥이 있었고, 그 밑에 또 다른 바닥이 있었다. 과연 바닥이라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십 여 개의 바닥을 경험했다. 

     

    "아직까지도 이게 현실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들이 왜 이렇게 말하는지, 나는 안다. 최근에 동료들 앞에서 무언가를 가르칠 기회가 늘어났고, 지금도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계속 비현실적으로 기분이 좋다. 내가 즐겨 쓰던 비유처럼, "깊은 산골에 있는 어둔 동굴 속에서 마늘만 씹으면서 겨우 목숨만 연명하던 내가 이제 앞이 보이는 길을 걷는 것 자체"가 기적적이기 때문이다. 겸손을 추상적인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에 새겨진 일종의 흉터로서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다. 나는 끝까지 포기 하지 않았다. 미래를 전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대로 죽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겪었던 끔찍한 마음의 파산 상태를 회피하지 않았다. 그 기나 긴 외로움과 자괴감의 밤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버티고 견디었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밑에 또 다른 바닥이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면서도 견뎠다. 그래, 브레이브 걸스 민영의 말대로, 존버는 승리한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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