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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회: 밀양을 추억하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2. 17:43728x90반응형
두 번째 기회.
2019년 4월 1일, 내 삶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 기관에 정식으로 강사로 초청을 받은 날. 양원석 선생님과 함께 연재한 글을 종종 읽으셨던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 김영습 과장님께서 초청을 해 주셨다. 처음 전화 받았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과장님께서 특유의 신중하면서도 정중한 어조로 초청한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흥분해서(?) 소리 지르듯이(!) 말을 했다(이해해 주셔서 아직도 감사하다).
2014년 여름부터 2018년 여름까지 거의 산 송장처럼 숨만 겨우 쉬면서 살아 가던 내가, 선생이 되어서 동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 여전히, 나는 동료들 앞에 설 때마다 "재원아, 이건 기적이야. 소중한 기회(The Second Chance)이니 최선을 다 해야 해" 라고 되뇌이지만, 이때는 정말 믿겨지지가 않았다. 감격스러워하던 나에게 김영습 과장님께서는 "저도 나름대로 오랫동안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평가를 했답니다. 모실만 해서 모시는 겁니다" 라며 토닥이듯 온화하게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밀양을 다녀온지(그러니까 내가 공식적으로 해결중심을 가르친지) 벌써 만 2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발전했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있노라니, 2년 전 밀양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동료, 선/후배 사회사업가들 앞에서 입술을 떼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아... 하지만 사실, 낯이 뜨거워진다. 그때는, 내가 너무 너무 강의를 못했다: 강의 자료도 없었고, 그냥 무대뽀(?!)로 하루 종일 썰을 풀었다. ("저는 PPT는 없고 그냥 썰을 푼다"고 해맑은 표정으로 말씀 드렸더니 김 과장님께서 살짝 당황하셨던 표정이 기억난다.)
내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교육에서 들었던 피드백(당시 2개월차, 복지관 막내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선생님... 솔직히 저는 어려워서 거의 이해를 못했는데요... 그래도 왠지 설득이 되었어요." 물론! 당시에 나는 이제 막 데뷔를 한 선생으로서, "쇠도 씹어 먹어버리겠다"는 열망? 포부?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강력한 열망을 품어도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실제로, 내 정면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계시던 연세가 좀 높았던 사회사업가 선배 두 분께서 두 팔을 푸시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열정만 앞서서, 학생들의 상황과 맥락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주 친절하게 학생들 눈높이에서 가르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낯선 개념과 이야기로 가득찬 해결중심모델을 아무런 PPT 등 시각 자료도 없이, 6시간 넘도록 오로지 말로만 풀어 낸다는 게, 얼마나 불친절한 방식인가! 이제 막 데뷔했던 처지이니 반드시 시행착오 시간은 필요했을 터였고, 그렇게 나에게도 시간과 여유를 줬어야했지만... 부족한 선생을 하루 종일 참아 줘야만 했던 밀양종합사회복지관 동료, 선/후배들께 죄송하고 참말로 감사하다.
그나마 밀양 교육 이후에, 내가 스스로 내 부족함을 깨닫고 현장에서 수고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정말로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되기 위해서 나름대로는 열심히 노력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밀양에서 우리 동료 사회사업가들을 다시 한 번 더 모시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마음에 품고 있다.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에 잘 들어 맞는, 현장에서 주민 분들을 만나고 계신 동료들께서 이물감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수용하실 수 있는, 유연하고도 현실적인 생각과 사례를 나누고 싶다.
나로서는, 선생으로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두 번째 기회이지만, 언젠가 밀양종합사회복지관에 다시 서는 일도 또 다른 두 번째 기회가 될 것이다. 내가 소망한다고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날을 꿈꾸면서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유연한 강점관점실천 방식/테크닉을 준비해야겠다.
두 번째 기회.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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