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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했었다’ 라고 쓰지 마세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1. 7. 4. 20:00728x90반응형
연대북스와 함께 하는 글쓰기 특강!
존경하는 선배 사회사업가이자 내 박사과정 동기이신 정현경 선생님과 훌륭한 사회사업가 동료들께서 함께 모여 공부하는 모임, 연대북스. 다양한 세팅에서 일하고 계신 동료들께서 다양한 주제로 공부해 오시던 중, 부족한 내 글솜씨를 나쁘지 않게 보셔서 특강을 청하셨다. (3주에 걸쳐서 금요일 밤 10-12시에 수업을 한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기본적으로 내게 허락해 주신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 진득하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칠 순 없다. 그렇다고 다들 뻔히 아는 추상적인 일반론을 반복할 수도 없다. 그래서 단기간 공부에 맞게 계획을 짰다: (1) 글쓰기 전범이 될 만한 단행본 서적을 추천하고 감상을 간단히 적어 제출하게 한다. (2) 내가 신봉하는 글쓰기 원칙(놀랍도록 솔직하게 쓰라, 최대한 명료하고 쉽게 쓰라, 생각을 많이 해서 깊이를 담보하라)을 강렬하게 소개한다. (3) 간단한 과제를 내 주고 수업시 라이브로 첨삭 지도를 한다.
드디어, 첫 번째 수업 시간!
수업 전부터 카톡창에서 대박(?)이 났다. 사전 과제로, ‘여름’에 대한 짧은 글을 써 보시라고 말씀 드렸는데, 다들 정말 열심히 써 주셨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경험했던 재미난 에피소드부터, 나이를 먹으니 이 여름에 출산하시느라 힘드셨을 어머니 생각이 나서 이제부터라도 생일에 어머니를 챙겨야겠다는 이야기, 털에 관한 웃지 못할 사연까지, 흥미로운 소재/주제를 담은 글을 제출해 주셨다. 역시,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열의를 가지고 있으니 수업 참여도가 무척 높았고, 가르치는 나도 빨려 들어 가듯 몰입했다.
그리고 한 가지! 자연스러운 우리말 어법에 대한 강의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지적질(?)로 소화했다. 과제로 제출해 주신 글 속에 나오는 몇 가지 대표적인 문법 오류를 짚어 드렸다. (1) ‘했었다/갔었다’: 이 표현은 말하자면 영어 문법에 나오는 대과거/과거완료를 나타내려는 수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말에는 시제가 과거, 현재, 미래, 딱 세 개 뿐이다. 선어말어미 '었'을 병기해야 할 논리적/현실적 이유가 없다. 굳이 영어 문법 개념을 빌어 오지 않아도 기존 시제 체계 안에서 충분히 시간 개념을 표현할 수 있다. (2) 추억‘들’: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도 우리말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다. 대신 주변 단어(맥락)로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반드시 복수라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때는 예외로 치고.) (3) 으로서‘의’: 우리말에서는 ‘의’를 소유격 관형사로만 사용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형태소를 대단히 자주, 아무런 원칙 없이 사용한다. 일본 사람들이 아무 때나 ‘의(の)’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어째서 이 말을 함부로 아무 때나 쓰면 안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겠다.(여기에 언급한 몇 가지 문법 오류는, 특히나 글깨나 쓴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무심코 쓸 때, ‘좀 없어 보인다.’ 좀 더 세게 말하자면, ‘대단히 무식해’ 보인다. 우리말 문법에 관해서 이 정도 기초 사항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글을 쓴다고 어찌 말할 수 있는가?)
각설하고, 나는 미리 계획했던 대로, 동료들께서 허락해 주신 두 시간 중, 한 시간은 내가 신봉하는 글쓰기 원칙을 강의했고, 나머지 한 시간은 동료들께서 ‘여름’을 소재로 써 주신 글을 함께 음미하면서 첨삭 지도를 해 드렸다. 이 첨삭 지도라는 게, 참 거시기(?)한 과정일 수도 있다. 남들 앞에서 내가 쓴 글을 보이고 부족한 부분을 지도받는 기분이 좋기만 할 리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대 북스 동료들께선 모두 ‘뭔가 배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첨삭 지도를 허락하셨다.
부족한 선생을 초청해 주신, 사랑하고 존경하는 정현경 사회사업가와 연대 북스 동료들께 감사하다. 비록 굉장히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처럼 불타는 향학열로 함께 나아가길 원한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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