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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글감을 멋진 글로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1. 8. 25. 13:35728x90반응형
"하여튼... 우리 옵빠는 뭐든지 잘 엮는다니깐!"
내가 글을 쓰면 언제나 아내에게 먼저 보여준다. 아내는 아주 멋진 리뷰어이기 때문이다: (1) 직관력이 뛰어나서 무엇이든지 정체를 금방 알아챈다. 내가 쓴 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치를 금방 알아챈다. (2)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표현한다. 좋으면 좋다, 별로면 별로다, 있는 그대로 말해준다. (3) 사회적인 센스가 발달한 사람이라서, 사람들이 읽고 불편하게 느낄 만한 요소를 걸러준다. 나는 무엇이든지 조금 극단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라서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아내가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4) 리뷰 내용은 냉정하고 강력하지만, 구체적인 말 표현은 부드럽다. 아내는 평가를 들어야 하는 내 마음도 두루두루 살피면서 부드럽게 말한다. 그래서 아무리 센 내용을 말해 준다고 해도 내가 쉽게 수용할 수 있다.
아내는 내 글을 일반적으로 높게 평가한다: "왜냐하면, 오빠 글은 일단 읽기가 쉽잖아. 어려운 내용도 쉽게 쓰기 때문에, 술술술 읽히고, 이해도 쉽거든. 그런데 오빠는 오빠 분야에 대해서 강력한 전문성이 있는 게 또 강점이지. 아무나 따라갈수 없는 깊고 넓은 지식이 있어서 주로 그런 내용을 글에 담잖아. 그리고 글을 전개하는 방식도 대개는 재미있어. 특히, 내가 놀라는 부분은, '이걸 어떻게 저거랑 이렇게 연결하고 엮어내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는 거야. 보통 사람들은 뭘 봐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데, 오빠는 그런 걸 예민하게 포착해서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를 엮어내잖아. 그게 참 신기하고, 이렇게 엮는 능력 때문에 사람들이 오빠 글을 좋아하는 것 같아."
이 ‘엮는 능력’에 관한 사례로서, 내가 블로그에 쓴 글을 들어보겠다.글 제목: 그러면… 버릴까?
(1) 생활 속 작은 경험 하나
"처음엔 쏘는 듯한 말투에 적응이 쉽지 않았으나 그 말투가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짐.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학생에 대한 애정을 느꼈음."
얼마 전, 해결중심상담 기본반(1기)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내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여쭈었을 때, 아끼는 학생 중 한 분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솔직히 납득도 수용도 안되었다. 그래서 (정말 알고 싶어서) 정중하게 여쭈었다: "선생님, 제 말투가 쏘는 듯 하나요?", "쏘는 듯하다, 는 말씀은 어떤 뜻이죠?" 내게 돌아온 카카오톡 답변: "별다른 뜻은 없구요, 그냥 재미있게 말하느라... ㅎㅎ" 이 양반, 수업 내내 참 성실하고 정직하게 공부하신 분이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헌데, 왠지 내 말투를 돌아보게 되긴 했다. 악의는 전혀 없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느끼신 점은 사실 같았다.
어떤 학생이 처음 사람을 만날 때 내가 보이는 말투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 주셨다. 내가 다소 공격적으로? 세게? 말을 한다는 말씀이었다. 나는 내 말투에 그런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에 이 일만 있었다면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비슷한 일을 또 경험했다.
(2) 생활 속 작은 경험 둘
"그러면... 버릴까?"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나선 저녁 산책길에 집앞에 새로 생긴 커피숍에 들렀다. 뭘 마시겠냐고 묻길래, "난, 청포도에이드"라고 답했는데(커피숍에 재료가 소진되어서 어쩔 수 없이), 딸기 요거트를 가져온다. 기대했던 청포도 에이드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딸기가... 마치 하이얀 순두부에 양념간장 뿌린 듯 선명하게 보여서 좋았다. 그래서 맛나게 마시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한다: "근데, 이거 칼로리 높을 텐데, 자기 살 뺀다고 했잖아." 순간, 가볍게 짜증이 났다: '그래, 맞지. 여전히 살 빼고 있지. 하지만 이미 주문한 거고, 눈앞에 나왔는데 먹지 말아야 하니? 사 줄 땐 언제고, 먹지 말라는 말을 하면 나는 어쩌니? 무슨 말인지는 아는데, 그래도 이왕 나온 거 이번에는 그냥 먹을래.'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는데, 내 입에서는 다소 공격적으로 이런 말이 나왔다: "그러면... 버릴까?"
아내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말했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주문까지 다 해 주고 나서, 마시지 말라는 말을 하는 의도는 뭐니? 대체 어쩌라는 거야? 말이 앞뒤가 안맞잖아." 그러자 아내 왈: "오빠, 듣고 보니 그런 면도 있네. 내가 이렇게 말해 놓고 바로 후에 저렇게(반대로) 말할 때가 있는데(모순된 메시지), 지금 그렇게 말한 거 같네. 그래도 말을 조금만 부드럽게 해 주면 좋잖아? 예를 들어서 '여보, 자기 말이 맞는데, 그래도 지금은 이왕 주문한 거니까 그냥 마시자'라고 말야." (역시, 아내 말씀이 진리다!) 아내 말을 듣고 보니 인정이 되었다. 굳이 그렇게 세게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러면... 버릴까" 라고 다소 공격적으로 말한 내 입이 부끄러웠다.
이번엔 아내와 함께 있을 때 경험한 작은 사건이다. 아내와 함께 커피숍에 갔다가, 내가 어떤 일에 가볍게 짜증이 나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내에게 다소 공격적으로 말을 한 상황이다. 앞서 소개한 에피소드에 더해서 이런 일이 생기니, 내 말투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곰곰 생각해 보았다.
(3) 작은 경험이 품은 의미를 생각하다
이런 일이 있고 보니, 학생 분께서 내 말투에 대해서 언급하셨던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내 말투는 왜 이런 걸까? 우리 어머니는 전라남도 땅끝 섬 출신이셨다. 남도 말투 자체가 워낙 강한데, 어머니 말투는 더 셌다. 어릴 때 내가 어떤 이유로 불안해서 손 발을 떠는 틱 증상을 보였을 때, 어머니께서는 "저노무 자식, 손목아지를 잘라 버릴까보다" 라고 말씀하셨다. 너무나 강력한 말씀 때문에 안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더욱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오해 마시라, 나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힘든 세월도 이해한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생각이나 감정을 지나치게 날 것 그대로 말씀하시는 어머니 말투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내가 누구 작품인가? 어쩔 수 없이 어머니 말투를 닮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부단히 그 말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 왔는데,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나는 어떻게 두 가지 에피소드에 의미를 부여했나? 내가 왜 쏘는 듯한 말투, 다소 공격적인 말투를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어머니를 원망하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다 보니, 이 말투, 어머니께 배운 것 같았다. 어머니의 불안이 아들에게 전승되면서 말투도 전승되었다.
(4) 작은 경험과 이 경험에 부여한 의미를 연결짓기
인정한다. 깨끗이 인정한다. 내 말투가 쏘는 듯하다고 부드럽게 지적해 주신 학생 분 말씀을 인정한다. 충분히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는데, 공격적으로 말한 거 아니냐는 아내 말씀도 인정한다. 아마도 나에게 미처 다 말씀은 하지 못하셨겠지만, 내 쏘는 듯한 말투 때문에 불편하셨을 지도 모르는 친구, 선배, 동료들 앞에서 내 말투를 인정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노력해 왔듯이,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를 익히고 배우려고 노력하련다. 왜냐하면, 쏘는 듯한 말투 속에서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학생에 대한 애정'을 느끼셨다는 진심어린 학생 분께서 함께 해 주시기 때문이다. 내 말이 무척 공격적으로 들렸을 수도 있고, 그래서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는데, 부드럽게 내 잘못을 알려 주고 대안을 알려 준 사랑하는 아내가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과거에 비해서 성장했다. 내가 가진 문제에 대해서 이제는 타인(어머니)을 탓하던 유치함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약점이나 단점에 대해서 깨끗하게 인정하고, 고쳐 보겠다고 다짐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앞에서 언급한 소소한 에피소드에 부여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생활 속에서 경험한 작은 일과 그 일 때문에 떠올린 느낌과 생각을 연결지어서 글을 썼다. 여기에서 글감(소재)는 내가 겪은 일이고, 주제는 그 글감에 관해서 내가 정리한 생각이다. 내 글에 빗대서 구체적으로 말하면, ‘쏘는 듯한 내 말투’는 글감(소재)이고, 내가 쏘는 듯한 말투를 갖게 된 이유와 다소 공격적인 말투를 좀 더 친절하게 바꾸겠다고 다짐하는 의지가 주제다.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일은 너무 소소해서 좋은 글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가? 생활 속 에피소드가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에피소드 자체 특성 때문에 결정되지 않는다. 그 대신, 해당 에피소드를 내가 어떻게 새롭거나 흥미롭게 보느냐, 혹은 내가 얼마나 감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서, 내가 일상에 어떤 의미(주제)를 부여하느냐에 달렸다.아무리 소소한 일이라도 적절하게 의미를 부여하면 훌륭한 글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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