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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도 솔직한 글을 이기는 못합니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1. 9. 5. 12:17728x90반응형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교실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다. 우리 글쓰기 교실에서는 세 가지 초점이 있다.
첫째로, 우리는 실용적 글쓰기를 배운다. 글쓰기는 문학적인 글쓰기와 실용적인 글쓰기로 나눌 수 있다. 시나 소설이 문학적인 글이고, 문학적인 글을 제외하면 모두 실용적인 글이다. 예컨대, 실용적인 글은 일기나 설명문 등이 있다. 문학적인 글을 쓰려면 천부적인 재능(상상력, 표현력)이 필요하다. 타고난 작가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용적인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누구나 조금만 세심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조금만 깊고 넓게 생각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실용적인 글쓰기를 배운다.
둘째로, 우리는 두괄식-단락쓰기 방법을 배운다. 원래, 글쓰기 능력은 단어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능력, 문장을 제대로 쓰는 능력, 단락을 능숙하게 전개하는 능력, 전체 구조를 살피면서 긴 글을 쓰는 능력을 모두 포함한다. 집을 지을 때 기본 재료인 벽돌이 탄탄해야 하듯이, 글을 쓸 때도 집을 지을 때 벽돌 같은 기초 요소인 단어, 문장을 잘 쌓아야 한다. 하지만 단어, 문장부터 배우면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글쓴이가 생각과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기본 단위인 단락 쓰기까지만 배운다.
셋째로, 우리는 짧은 글쓰기 연습을 계속 하고 1:1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우리는 훌륭한 글쓰기 교본을 함께 읽어 나가면서 글쓰기 기본 사항을 확인하고 설명하며 질문하는 강독 방식을 공부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는 주로 함께 교과서를 정독한다. 하지만 수업 시간 후 연습과 평가는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나는 수업 시간에 적절한 글감 및 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은 이에 관하여 짧은 글을 쓴다. 그러면 나는 각 학생이 쓴 글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지적도 하고, 첨삭도 하며, 격려 및 칭찬도 한다.
최근에 학생과 주고받은 1:1 피드백 내용을 아래에 소개한다. 연습/지도 방식을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내가 주제문(첫 문장)을 제시하면, 학생은 그 주제문을 펼치는 짧은 단락을 써서 개별적으로 제출한다. 그 후엔 내가 학생이 쓴 단락을 읽고 나서 첨삭문을 쓰고 내 감상과 생각을 담은 짧은 첨언을 쓴다. 첨삭문을 작성할 때는 학생이 사용한 문장과 행간에 담긴 의도를 최대한 이해하고 보존하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학생에게 첨삭문과 첨언 내용을 보여준 후에 피드백을 받는다.
1. 학생 A께서 쓰신 글(한 단락)
<원문>
내 좌우명은 포기하지 말자이다. 일을 하다보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또한 순탄하게 일이 진행되기도 하고 어떤 일은 몇 번씩 넘어지기도 한다. 그동안 나는 일의 진행상황을 보며 선택적으로 멈추거나 나아갔다. 가시밭 길이 예상되는 길을 걸어본 경험은 많지 않다. 오히려 회피하거나 중도에 포기한 일이 많다. 되돌아보면 힘겹게 고비를 맞이한 과정속에서 성장한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일은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이제 어떤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묵묵히 과정을 밟아보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첨삭문>
내 좌우명은 ‘포기하지 말자’이다. 일을 하다보면 순탄하게 진행되기도 하고 몇 번씩 넘어지기도 한다. 조금 부끄럽게도, 나는 일이 잘 안풀려 가는 낌새가 보이면 대개 회피하거나 중도에 포기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일을 하다가 고비를 맞이했지만 끝까지 버티면서 견뎠을 때 내 자신이 가장 크게 성장했던 것 같다. (예컨대…) 이제는 어떤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묵묵히, 끈기있게 과정을 밟아보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이재원 선생 첨언>
(1) 글을 읽은 첫 느낌은, 어떤 말씀을 하시려던 건지는 알겠는데, 전체적으로 약간 모호하다, 였습니다. 그 이유가, 충분히 생각을 못하셨기 때문인지, 혹은 세부 사항을 드러내기 싫으시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함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으니 앙꼬 없는 팥빵처럼, 글이 조금 심심합니다.
(2) 제가 ‘주제문 크기에 맞추어 글 길이를 결정한다’고 말씀드렸지요? 바로 이 글이 좋은 예시입니다. 필자께선 제가 드린 주제문에 많은 내용을 담고 싶으셨습니다: (ㄱ) 일이 잘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ㄴ) 일이 잘 안풀리면 나는 대개 회피하거나 포기했다. (ㄷ) 그런데 어려워도 끝까지 할 때도 있었는데, 정말 크게 배웠다. (ㄹ) 예를 들면 이런 일이 있었다. (ㅁ) 이 일을 통해서 이런 교훈을 얻었다. (ㅂ) 앞으로는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끈기있게 해 보련다. 이 많은 내용을 한 단락 안에서 처리하려고 하니 내용을 추상적으로 다루시게 된 거죠. 여기에 실패담을 솔직하게 담고 싶지 않는 태도가 겹쳐지면서(추정입니다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는 느낄 수 있지만 어딘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글을 쓰신 거죠. 그러므로 이 글은 길이를 늘리는 게 답처럼 보입니다. 위에 분석한 (ㄱ)부터 (ㅂ)을 하위 주제문으로 삼고 뒷받침 문장과 생생한 사례를 붙이면 전체 글 길이가 확장되면서 주제 크기에 걸맞는 적절한 글이 나올 겁니다.
(3) 결국, 생생한 실패담이 안나오면 매력도를 끌어올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실패담에 대응하는 성공담을 곁들여 쓰실 수도 있으니, 용기를 더 내 보시면 어떨까요?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독자를 결코 설득하지 못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2. 학생 B께서 쓰신 글(한 단락)
<원문>
나의 좌우명은 ‘시작부터 하자’ 이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행동 하기 전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과 그 두려움에 기대는 핑계의 굴레에 빠지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시작부터 하자’로 좌우명을 정했다. 그 결과가 좋든 안좋든 간에 시도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 위의 좌우명으로 정하게 되었다.
<첨삭문>
내 좌우명은 '시작부터 하자'이다. 나는 무언가를 하기 전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종종 행동하기 전부터 결과가 좋지 않을까봐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렇게 두려우니까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남몰래 핑계를 대곤 한다. 앞으로는 이런 두려움과 비겁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시작한다고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손에 쥘 수 없다. 마음 속 두려움과 비겁함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나에겐 시작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이재원 선생 첨언>
(1) 솔직한 글입니다. 그 어떤 글도 솔직한 글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선 높이 평가합니다.
(2) 우리말에서는 주어를 자주 생략합니다. 생략하는 이유는 없더라도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문장에서는 주어를 명기해야 뜻이 선명해집니다. 예컨대, 원문 두 번째 문장에서는 1인칭 주어를 기록해야 뜻이 명료해집니다.
(3) 세 번째 문장에서 구조를 살펴 보면, '~하기 때문이다'라는 술어에 걸리는 말은 '두려움'과 '핑계의 굴레에 빠지다'입니다. 그런데 두려움은 명사이고, 핑계의 굴레에 빠지다는 동사입니다. 이 두 어구 사이를 등위 접속사 '과'가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두 어구의 품사를 일치시켜야 문장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우리말은 술어가 발달한 말이기 때문에 저는 동사로 일치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장을 둘로 쪼갰습니다. 세 번째 문장을 비교해서 여러 번 읽어 보세요. 미묘한 차이이지만, 좀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4) 핑계의 굴레, 라는 어구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의'는 관형격 조사입니다. 명사 뒤에 붙어서 이 명사를 관형어(영어로는 형용사)로 만들어 줍니다. 뜻은 소유격이니 '소유' 의미를 갖지요. 그런데 오랫동안 우리 말이 일본말 영향을 받아서 '의'를 소유격 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오염입니다. 일본말에서는 '의'라는 말을 특별히 소유격 의미가 없어도 습관적으로 연이어 붙여서 쓰곤 합니다. 예컨대, 나의 청소년 시기의 선생님의 아내, 이런 식으로요. 우리말을 우리말 답게 쓰려면, '의'를 사용할 때 엄밀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는 명백하게 소유격 의미가 있을 때만 쓰시는 게 좋겠습니다.
(5) '앞으로는 이런 두려움과 비겁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 문장은 원문에서 앞부분과 뒷부분 사이에 약간 논리적 비약이 있는 듯 해서 삽입했습니다. 논리가 살짝 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6) 매주 규칙적으로 공부를 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시작을 하셨고 잘 따라오고 계시니 이미 '시작부터 하자'는 좌우명을 실천하고 계시네요? 이 선생이 온 마음을 다해서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아자, 아자 아자!
3. 학생 C께서 쓰신 글(한 단락)
<원문>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어서 좋다. 더 좋은 것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공기가 내 코 끝에 닿는 것이다. 뭔가 시원하다고나 할까? 그 공기가 콧구멍속으로 들어오면 온 몸에 자신감이 생긴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고, 손과 발에 힘이 생기고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니 봄이 안좋을 수가 없다.
<첨삭문>
나는 봄을 좋아한다. 봄이 되면 너무 차갑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시원한 공기가 코 끝에 느껴져서 좋다. 이 시원한 공기가 콧구멍 속으로 들어오면은, 온 몸에 자신감이 생긴다. 마치 전원 버튼을 켠 장난감처럼 손과 발에 힘이 빡, 하고 들어온다. 온몸에 전류가 흘러서, 어떤 일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첨언>
(1) 필자께서는 두 번째 문장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자신감이 들어서)' 봄이 좋다고 쓰셨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문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시원한 공기가 코 끝에 닿는 일'이라고 쓰셨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이라는 표현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음(자신감이 듦)'과 '시원한 공기가 코 끝에 닿는 일'이 다른 내용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계속 글을 읽어보면, '시원한 공기가 코 끝에 닿는 일'은 결국 자신감 및 긍정적인 태도와 연결됩니다. 결국 같은 이야기지요. 그래서 두 가지 독립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내용을 '자신감'을 중심으로 하나로 합쳤습니다.
(2) 필자가 쓴 문장을 읽으면서 그의 마음을 상상해 보니, '마치 전원 버튼을 켠 장난감'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느낌을 글에 적용했습니다. (부디, 필자가 표현하려던 감정과 연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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