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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결중심 사례관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1. 10. 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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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중심 사례관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해결중심모델은 미국에서 가족치료 모델로 개발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에서 사례관리하는 사회복지사를 위해서 개발되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문화적 차이, 가족치료와 사례관리라는 실천 환경 차이, 얼핏 생각해도 어마어마하게 크지 않은가? 실제로 엄청난 많은 차이가 있다.

    먼저, 문화적 차이. 보통 미국인은 개인을 중시하기에 자기가 심장으로 느낀 감정과 머리에 떠올린 생각을 타인에게 자유롭고 풍부하게 표현한다. 반면에 한국인은 관계와 체면을 중시하므로 마음 속에 감정과 생각이 있어도 미국인만큼 자유롭고 풍부하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각 나라(민족) 문화가 가진 특수성을 연구하는 문화심리학에 따르면, 한국 사람은 집단주의 동양 문화권 나라(민족) 중에서도 가장 주체성이 높다고 한다. 한 마디로, 한국 사람이 가장 참을 수 없는 상황은 ‘나를 무시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평상시에는 사회적 위계 속에서 어느 정도 참고 있지만, 술자리에선 비교적 편하게 ‘과장님, 그렇게 하시면 저 섭섭합니다’ 라고 말하는 한국인. 윗사람 말을 문자 그대로 ‘끝까지 고분고분’ 듣고 참기만 하는 일본인과 달리, 한국인은 ‘정말 아니다 싶으면 엎어버리고’ 사람들이다. 국민들이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 제도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지만, 자민당 내 각 파벌 수뇌부 몇 명이 돌아가면서 총리를 맡는 일본과 수백만 명이 들고 일어나서 마침내 대통령까지 갈아치워 버리는 한국은 확실히 다르다.

    문화적 배경이 이러니, 예컨대 자기 발로 동 주민센터에 가서 ‘나는 근로 능력이 없거나 그에 준하는 어려움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나 모든 관련 기관 등에서 공식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인증 도장’을 이마에 찍어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어쩌면 마음씨 착하고 선의를 가진 사회복지사가 아무리 친절한 태도로 다가간다 해도, 마음 문을 쉽게 열지는 못할 터.

    독자 제위께서 피부에 와 닿게 느끼시도록, 비유를 하나 들겠다.


    이렇게 한 번 이야기 해 볼까요?

    어느 날, 그대가 미용실에 간 거에요. 순서를 기다리다가 자리에 앉으니 원장님이 다가와요. 당연히, 원장님은 그대에게 "어떻게 자르고 싶으세요?" 혹은 "어떤 스타일로 깎아 드릴까요?" 라는 질문을 하겠지요. 그런데 질문을 안해요. 다짜고짜 머리를 깎기 시작해요.

    그대가 원장님에에게 물어요: "왜 묻지도 않고 머리를 깎는 거죠?"
    원장님이 그대에게 답해요: "제가 헤어 전문가니까 제 마음이죠."

    미용실 원장님은 미용에 관해서, 헤어스타일에 관해서 잘 알고 있는 전문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지에 관해서 그대만큼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대가 좋아하는 바는 그대가 가장 잘 압니다. 그대가 전문가입니다.


    다음으로 실천 환경 차이. 가족치료는 본인 의사에 반해서 억지로 끌려온 내담자가 소수에 속한다. 불평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내담자는 어쨌든 ‘제 발로’ 상담실에 온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남에게 도움을 받는 서비스 대상자가 되어야만 하는’ 사례관리 환경에서는 자발성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분과 관계도 많이 괜찮고, 우리 기관에 찾아오시는 걸 그렇게 불편해 하지도 않으시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약속만 잡으면 묘한 행동 패턴을 보이세요. 밀당을 하시는 것처럼, 만나줄 것처럼 하시다가 약속을 펑크 내시고, 불편하신가 싶어서 조금 기다리다가 또 만나줄 것처럼 하시다가 약속을 펑크 내시고... 이렇게 나오시는 분에게 도대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억지로 다가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고요."

    어디선가 많이 듣고 보았던 익숙한 풍경 아닌가? 바로 이 지점이 해결중심모델 전문가로서 이 모델을 사회사업에 부드럽게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내가 초점을 맞추는 풍경이다. 이 풍경을 요약하는, 그러나 다소 긴 질문을 던져본다: '특별한 스티그마 없이, 스스로 찾아와서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가족치료 내담자'를 위해서 개발된 해결중심모델을, 사람들이 부정적인 꼬리표를 이마에 붙여서 이미 시작부터 비자발적이며, 원조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묘하게 비자발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에게 적용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

    내 답변은: '이대로는 아니올시다' 이다.

    다음으로, 실천 내용 차이. 가족치료에서는 그냥 내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만 하면 그걸로 끝이다. 가족치료자는 내담자의 삶을 책임질 의무도, 필요도 없다. 상담은 비교적 단기간에 종결되고 그걸로 인연도 끝이다. 인연이 끝나는 상황이란 내담자가 가진 관계 문제가 현저하게 완화되거나 개선되었다는 뜻이므로 행복한 이별이다. 반면에 사례관리하는 사회복지사는 상담만 하는 사람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사례관리 업무는 상담을 포함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수준이 깊지 않고, 상담 외에도 매우 다양한 과업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비유해 보면 어떨까? 작은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입던 티 셔츠를, 몸이 거대한 사람이 입는다고 생각해 보자. 티 셔츠가 찢어질 듯 보이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가족치료모델로 개발된 해결중심모델을 사회복지 사례관리에 무작정 적용하려는 모습이 바로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상담실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며 상담만 하는 세팅을 위해서 개발된 모델을, 상담실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상담 이외에도 수많은 일을 수행해야 하는 사회복지 사례관리 업무 과정에 대입시키니, 옷이 찌어지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더구나, 다들 알고 있듯이, 해결중심모델에서는 '기적질문' 같이 대단히 낯설고 양식화되어 있는 특정한 질문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는 사회복지사는 자연스럽게 '해결중심 질문'을 던져야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했다고 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해결중심 가족치료에서 상담할 때 사용하는 질문 기술은 대단히 치밀하고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절대로 '쉽게 배울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해결중심질문은 어미 한 자만 바꾸어도 완전히 뜻이 바뀌어서 내담자에게 엉뚱한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그래서 해결중심모델을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사용해 본 나도 아직 질문 기술이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 기술 자체를 익히는 일도 쉽지 않지만, 어떤 질문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구사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일은 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해결중심 질문 기술은 전문가가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앞에서 끌고 가는 '전통적인 전문가-내담자 관계'와는 완전히 반대인, 다시 말해서 내담자가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자는 관점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몇 가지 질문 기술을 외워서 그럴 듯하게 구사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해결중심모델을 배운 사회복지사는 내담자의 답변을 듣고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추가/확장 질문을 이어갈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는 해결중심적인 철학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즉각적으로 써 먹을 수 있는 손쉬운 기술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질문해 본다: 상담실에 앉아서 상담만 하기 위해서 개발한 해결중심모델을, 상담 이외에도 수많은 업무를 포함하는 사회복지 사례관리 업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

    내 답변은: 역시, '이대로는 아니올시다' 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회복지사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현장에서 사례관리 업무를 실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려고 하는가? 우선 이 모델이 추구하는 방향, 즉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빠져 있는 문제나 약점에 주목하기보다는 강점과 자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관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서울 모 지역 복지관에서는, 수십년 간 복지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을, 수동적인 대상자로만 인식해 온 과거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복지용사 사전'까지 출간하셨다. (머리 숙여 존경한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일반적인 사회사업 환경은 숫자를 중시하고 양적인 결과를 중시하며 전문가가 주도해서 클라이언트를 끌고 다니는, 전문가가 책임지고 취약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온갖 뒷치닥거리(?!)를 해 주는 전통적인 원조 방식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 케어나 PCP(Person-Centered Planning: 인간중심계획) 등 인권을 강조하고 당사자의 권리나 욕구에 초점을 맞춰서 사회사업을 실천하려는 패러다임 전환이 서서히(아니, 어쩌면 급격하게) 시작되고 있다. 이런 경향을 '문제중심 패러다임' 대 '강점중심 패러다임'이라고 거칠게 요약한다면, 이제 시대 정신이 '문제중심 패러다임'에서 '강점중심 패러다임'으로 옮겨가고 있는 찰나다. 따라서 막연하게나마 이 흐름을 감지하는 사회복지사들이 강점관점실천 끝판왕(?) 격인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

    "좋은 건 알겠는데, 너무 어려워요..."

    현장 동료들이 처한 업무 환경 등을 고려해 보면, 해결중심모델을 배운 사회복지사들이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저 피드백은 "결국엔 적용하지 못할 것 같아요"로 귀결되는 듯 느껴진다. 지나치게 거칠고 비관적인 결론일지도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현장 실무자가 '어렵다'고 말한다면 결국엔 못하고 안한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각급 기관에 초청받아 방문해서 거의 하루 종일 시간을 소비해서 열정적으로 가르친 후에 학생이 "좋은 걸 알겠는데, 너무 어려워요"라고 말하면 힘이 쭉~~~~~~ 빠진다. "이 시간은 결국 나만 강사료 챙겨서 땡큐인 상황일 뿐인가?" 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하지만 나는 동료들의 선의를 여전히 믿는다. 자신이 돕고 있는 사람, 피가 돌고 숨쉬며 살아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점, 자원에 주목하고 그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의지를 여전히 믿는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 현실적인 출구가 "좋은 걸 알겠는데, 너무 어려워요" 답변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 우선, 나 같은 해결중심모델 전문가는 어떻게 상담에만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상담 뿐만 아니라 기타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겠는지를 적어도 대략적인 방향으로라도 제시해야만 한다. 마치 상담이 사례관리의 전부라는 듯, 신나게 상담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답을 내어 놓고, 마치 이게 해결중심 사례관리인 양 위장하면 안된다. 상담 이외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점관점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다음으로 현장 전문가는 해결중심모델 질문을 표면적으로 외우려고 애쓰기보다는, 해결중심모델을 본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사회사업 실천 전반을 관통하는 관점이나 태도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적인 업무 중에 욕심을 줄이고 작은 일부터 유연하게/실용적으로 관점과 태도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 위에서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네트워크가 있다: "해결중심모델사례관리네트워크포밀." 이 네트워크는 나에게서 시작되지 않았다: 포천종합사회복지관 김민재 기획팀장님. 뛰어난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이신 김민재 선생님께서 먼저 제안해 주셨다. 2020년에 우리가 함께 개발한 해결중심 사례관리 툴인 '체인지북'을 매개로, 교육과 자문을 꾸준히 함께 나누는 실질적인 학습/실천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이 되어서 2021년 초에 모집, 구성되었다(참여 기관: 포천종합사회복지관, 포천시노인복지관, 인천갈산복지관, 부산종합사회복지관, 파주문산종합사회복지관).

    내가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이유는 오직 하나다:

    ‘해결중심 사례관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어려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기 위해서다. 우리 네트워크는, 실천에 도움을 받고자 모셨는데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전문가와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사회사업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실천가가 모여서 그저 답답한 이야기를 토로하는 슈퍼비전 모임이 아니다. 바빠 죽겠는데 누가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자리에 억지로 앉아만 있는 분과 모임이 아니다. '강점관점실천'이라는 뚜렷한 방향으로 나아가되, 현실을 인정하고 최대한 실용적으로 일하려는 현장 실천가들이 모인, '느슨한 연대'다.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은 방향이 분명하다: 전형적인 사회사업 세팅에서 비자발적인 내담자를 만나서 도울 때, 어떻게 강압적으로 개입하거나 상대를 우리에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강점과 자원에 초점을 맞추고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를, 아주 구체적인 사례로 내놓는 길. 부족하고 어설퍼 보일 수도 있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최대 수준까지 강점관점실천을 구현해 보는 길. 그리하여 사회사업가들이 막연하게 그리지만 도달하지 못했던 그곳에 가는 길. 이론 전문가와 현장 실무자가 공평하게 짐을 나누어 지고 같은 눈높이에서 손잡고 나아가는 길.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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