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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상담 기술을 공부해야 하는가?상담 공부방 2021. 10. 17. 16:10728x90반응형
우리는 어떤 상담 기술을 공부해야 하는가?
"여보세요~ 이재원 선생님이시죠? 안녕하세요? OOO복지관에서 일하는 OOO팀장입니다. 저희에게 해결중심모델을 교육해 주세요. 강점관점으로 이용인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런 전화는 언제 받아도 반갑고 즐겁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 사회 전체로 보나 사회사업 분야로 보나, 점점 더 약자의 인권을 강조하고 당사자가 원하는 바를 중시하는 흐름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을 지켜보면서 나는 '역시, 내가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길 잘 했구나' 생각한다. 해결중심모델이야말로 '약자를 위한 모델'이며, '당사자가 원하는 바를 중심에 놓으려는 태도를 (만약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놀랄 정도로) 끝까지 밀어 붙이는 모델'이기 때문이다."교육 시간은 2시간입니다."
그런데 한참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게 허락된 교육 시간을 확인하면, 갑자기 낙망하게 된다. 나는 해결중심모델을 10년 가까이 집중적으로, 치열하게 공부해 왔다. 이렇게 오랫동안 공부했는데도 여전히 해결중심모델이 도대체 무엇인지 잘 모를 것 같은 순간이 많다. 한 가지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현하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단 2시간 동안 의미 있는 교육을 해 달라는 대담한(?)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확인해 두어야 할 사항은, '2시간 만에 상담에 대해서 뭔가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는 사실 거의 죄가 없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나와는 생각이나 처지가 완전히 다를 터이니, 기대하는 교육 수준이나 내용도 전혀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상담 모델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어서, 아주 작게 부분적으로나마 의미 있는 노력을 기울여 보고 싶어서 그 짧은 시간이라도 교육을 받고 싶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상담 모델을 배울 때 그렇게 어느 한 부분만 떼어내서 배울 수는 없다는 데에 있다. 비유컨대, 어떤 이가 자동차 운전을 배우려고 하는데 너무 어려우니 다 배우지는 않고 그냥 핸들 돌리는 기술만 배우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자동차를 실제로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핸들 돌리는 기술 외에도 배워야 할 기술이 너무 많고, 그 각각 기술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그냥 눈 딱 감고 2, 3시간 특강을 할 수도 있다.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러분~ 해결중심모델은 대략 이런 거고, 대표적인 질문 기술은 이런 게 있어요, 기회가 되시면 한 번 써 보세요." 이렇게 강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충분히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아... 저런 좋은 게 있구나' 라는 생각만 들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눈만 높아지고 실행은 못하는, 그래서 머리 속에 뭔가 배웠다는 무늬만 남기는 교육이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특히, 교육을 의뢰하신 기관에서 진정성을 보이실 때) 좀 더 중/장기적인 교육 플랜을 역제안한다.
그런데 사실 이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있다. 사회복지사가 제대로 된 상담 교육을 받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정말 기초적인 기술조차 가지고 있지 못할 경우가 꽤 많다는 현실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시라. 그대는 상담 기술을 어디에서 얼만큼 배웠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심지어 대학원을 졸업했더라도) 실천론/실천기술론 시간에, 문자 그대로 말을 타고 대충 지나가면서 배운 정도에 그칠 터.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시간에 배웠던 프로이트 박사나 파블로프 박사 이름 정도가 생각나고, 실천론이나 실천 기술론에서 대단히 이론 중심으로 배웠던 내용이 파편화된 형태로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으리라.
냉정하게 이야기 해 보자. 그대는 사실상, 제대로 된 상담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지금 본격적인 상담 세팅에서나 사용하는 고급진 상담 기술을 말하고 있지 않다.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로서, 동네 주민을 만날 때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말로 기초적인 상담 기술(예컨대, 공감 기술 등)을 지칭하고 있다. 그대가 배운 상담 기술은 아마도 거의 전부, 학교에서 배운 교육 과정과는 거의 상관없이(실제로는 상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연결성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현장에서 나와서 선배들 어깨 너머로, '아~ 대충 이렇게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배운 기술일 것이다. 아울러 그대는 대략 이 첫 경험에 수많은 경험을 덧붙여서, 거의 체계적이지 않고 파편화되어 있으며 근거도 빈약한, 그리하여 남에게 뭔가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는 거의 없는, 상담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부디 오해 마시라! 나는 뚜렷한 논의 전개를 위해서 다소 과격하게 말하고 있다.)
바로 이상과 같은 맥락 위에서, 나는 상담 기초 기술 강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에게 진짜로 가르치고 싶고 함께 나누고 싶은 상담 기술은 해결중심 질문 기술이다.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면 아주 구체적인 테크닉을 구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강점관점으로 실천하는 관점과 태도를 몸에 익힐 수 있다. 해결중심모델은 원조 전문가가 자신의 전체 경력을 관통하는 중심 모델로서 삼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우리 동료들 중에서 해결중심모델을 본격적으로 배울 준비가 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랫동안 누워 있던 사람이 걷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뛰는 법부터 배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네 축구에서도 득점을 하지 못하는데 월드컵 나가서 멋지게 골을 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본을 갖추지 못했는데 어떻게 응용을 논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본 글의 제목이 된 질문으로 돌아간다:우리는 어떤 상담 기술을 공부해야 하는가?
(1)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초 상담 기술부터 익히고 배워야 한다. 예컨대, 칼 로저스 박사가 개발한 인간중심상담에 포함된 개념/기술이었지만, 이제는 단일 모델을 넘어서서 모든 상담자가 갖추고 명심해야 할 기본 개념/기술이 된 공감, 수용, 진정성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개념/기술에서 파생된 자기개방, 즉시성 반응, 직면 등을 익혀야 한다.
(2) 범-모델로서 사용할 수 있는 ‘변화단계이론’을 배우면 좋겠다. 이는 국제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제임스 O 프로차스카 교수가 동료들과 함께 개발한 이론으로서, 어떤 기법이나 전략을 채택할 때 언제나 해당 기법이나 전략 자체보다도 내담자가 변화에 대해서 보이는 태도/단계를 이해하는 노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는 대부분 비자발적인/저항하는 내담자를 만나는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에게 특히 유용하다.
(3) 이상과 같은 기본 위에서, 혹시라도 그대가 강점관점실천에 관심이 있다면, 해결중심모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 좋겠다. 구체적 기법 면에서든, 태도나 관점 면에서든 해결중심모델은 대단히 강력한 무기를 그대에게 제공해 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 두 가지: 첫째, 문제-중심 실천과 해결-중심 실천으로 나누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서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함께 배우라. 둘째, 비자발적인/저항하는 내담자를 대하는 지혜를 함께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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