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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이 가꾼 동네 귀퉁이 채소밭 이야기 #1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11. 1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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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사업 환경은 점점 더 지역사회 기반(Community Based)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예컨대,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사례관리팀과 지역복지팀으로 나뉘어 있던 부서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동 중심 조직으로 바뀌어 다중실천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관에서는 기존에 이미 대세가 되어가고 있던 PCP(사람중심계획)에 지역사회중심실천 개념이 더해진 자산기반접근(Asset-Based Community Appoaches)이 떠오르고 있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이젠 사회사업가가 그 어떤 일을 하든지,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아직 현장 동료들 마음은 별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듯 싶다. 그동안 안전하게(?) 사례관리 업무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지역사회 허허 벌판(?)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고, 뭔가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혹은 이와는 반대로, 그동안 안전하게(?) 이미 정해져 있던 후원처 관리를 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지역 사회에 나가서 상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어느 면에서 보나 안전하게(!) 일하던 동료들이 당장 생소한 일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안해 보던 일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스트레스를 낳고, 스트레스는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중앙/지방정부 정책과는 상관없이) 지역사회기반 실천으로 가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지점은 이런 거다: 결국 지역사회기반 실천을 하려면, 지역사회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인적/물적 자산, 경성(hard)/연성(soft) 자산을 발견하고 활용해야 할 텐데... '우리 사회에 그런 게 남아 있느냐?'는 질문. 지난 수 십년 동안 거의 모든 시민들이 부동산에 목을 메고 눈이 벌개지도록 아파트에 살려고 발버둥쳐 왔다. 아파트가 무엇인가?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일어날 수 없는 수직적인 구조다. 수평적인 지역사회(community) 개념이 아예 자라기 힘든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에 나가는 사회사업가의 마음이란? 

     

    하지만 방향이 옳다면, 가야 한다. 힘들고 외롭다고 해도 가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자원은 경험, 시간, 기다림이다. 여유다. 삶이다. 그동안 '빨리빨리' 살아왔던 행태와는 전혀 다른 그 무엇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내가 공부하고 있는 자산-기반 지역사회개발(Asset Based Community Developement) 해외 사례를 두 차례에 나누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가꾼 동네 귀퉁이 채소밭 이야기(호주 사례)'. 내용을 구체적으로 읽어 보시면 '엥?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워낙 특별하지 않고 소소한 이야기라서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작지만 의미있는 영감을 준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가꾼 동네 귀퉁이 채소밭 이야기
    원문: Graeme Stuart(2013년)

    2013년 8월 4일

    우리는 'Transition Streets Challenge(성공한 도시 거리 재생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서, 우리 동네 한 귀퉁이에 채소밭을 만들었다. (내 아내인) Cathy는 우리 딸, Jasmine, Alexa와 함께 채소밭 아이디어를 이야기 했고,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초대장을 만들었다.

    우리는 어제(2013년 8월 3일), 첫 모임을 가졌다: 오후에 어린이 14명과 부모 9명이 모였다. Cathy가 이 모임을 위해서 여러 모로 계획을 세워 두었고 준비도 해 둔 상태여서 우리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이들은 3살부터 12살까지 다양했고,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 몇몇 부모는 굉장히 놀란 눈치였다. 아무래도 아이들 프로젝트라서, 놀면서 일을 했다. 아이들은 채소밭을 만들기 위해서 파 낸 흙을 가지고 놀았다.

     


    솔직히,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너무나도 긍정적이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거 너무 재미있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져요!", "정말 재미있고, 동네 아이들을 만나서 좋았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11명은 세 학교에 나뉘어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 가기도 전에 모두 친구가 되었다.

    어제 치른 큰 행사 이후에, 아이들 대부분이 오늘 오전과 오후에 걸쳐서 우리 동네 시장에 와서 식물 씨앗을 샀다. 우리 동네 집앞 잔디밭은 폭이 넓기 때문에, 그 위에 만든 동네 귀퉁이 채소밭도 폭이 꽤 넓었다(6m).

    나는 이 채소밭이 우리 동네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거라고 확신한다. 아이들은 좀 더 친밀해질 것이고(어떤 아이 둘은 서로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단다), 심지어 아이가 없는 어른들도 관심을 보였고, 우리 동네 아이들을 좀 더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 같다.


    2013년 8월 5일

    아이들이 만드는 동네 귀퉁이 채소밭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아이들 7명이 동네 시장에 와서 채소밭에 심을 식물을 골랐다. 내 딸인 Jasmine의 한 친구와 그 친구의 엄마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왔다가 우리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오늘 오후에는 아이들 10명(2명은 신참)과 부모 3명이 와서 일을 했다. 물론, 오늘도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면서 일을 했다. 일도 많이 하고 놀기도 많이 놀았다. 이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이들은 상추, 시금치, 완두콩, 당근, 대파, 쪽파, 딸기, 브로콜리, 청경채, 감자, 로즈마리 등을 심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과자와 케이크를 가져와서 함께 먹었다.


    2013년 8월 17일

    2주가 지났는데도, 아이들이 가꾼 동네 귀퉁이 채소밭 프로젝트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매일 오후 누군가 와서 채소밭에 물을 준다. 하루는 학교가 끝난 후에 아이들이 모여서 채소밭 입구에 붙일 표지판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와서 수다도 떨고 놀고 간다.

    수평적으로 지역 사회 주민들이 모이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참 특별한 느낌이 든다. 채소밭을 계기로 우리 동네 사람들이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 동네 저편에 살고 있는 여성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오다 가다 말 몇 마디를 나눈 적은 있었지만, 그 이상은 전혀 몰랐다. 며칠 전 그녀는 우리 집에 와서 버리려고 생각하는 테이블을 채소밭에서 쓸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우리는 이 테이블을 흑판으로 쓰고 있다. 아이들은 채소밭에 와서 놀면서 서로 더 깊이 알아가고 있다. 겨우 2주 만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현재까지 총 5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20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채소밭에 나오는 부모들과 대화를 나눈다. 전에는 알지 못하던 모든 사람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서로 관계를 만들고 있는 눈치다.

     


    지난 주말에는 Cathy의 인도로 아이들 13명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아이들은 각자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 회장, 총무, 비서, 동네 공보관, 채소밭 명패 관리자, 특별 프로젝트 관리자, 특별 행사 관리자, 징검다리 관리자, 게시판 관리자, 씨앗 관리자, 물공급 관리자.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역할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비록, 어른들이 도와 줘야 하는 초등학생이었지만.)

    아이들은 9월이 되면서 찾아온 봄을 축하하기 위해서 햄버거 파티를 열기로 했는데, 우리는 채소밭에서 거둔 채소 중에서 최소한 상추와 허브 정도는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생략)

     


    아이들이 가꾼 동네 귀퉁이 채소밭 프로젝트는, 자산-기반 지역사회 개발(ABCD: Asset-Based Community-driven Development)이 무엇인지 아주 잘 보여주는 환상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부족한 게 무엇인지, 혹은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작업에서 시작되지 않았고, 동네에서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고 관계를 맺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주동자인 내 아내는 텃밭 가꾸기를 활용해서 지역사회를 가꾸고 싶어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그럴 듯한 기관이나 기금에 의존하지 않았고, 관계에 기반해서 모든 사업이 진행되었다. 어느 지역사회나 인간관계를 잘 만드는 사람, 무언가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 자기 시간을 지역사회에 내어 놓고 봉사하려는 사람,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생략)


    2013년 9월 1일

    우리 동네 아이들이 동네 귀퉁이 채소밭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서 사회 자본을 만들어 냈다. 이 채소밭은 아이들에게 진정한 구심점이 되었다. 매일 아이 한 두 명은 꼭 채소밭을 찾아와서 물을 주었고, 채소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놀고 갔다.

     


    하지만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어른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우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이제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가 없는 어느 주민은 채소밭에 잠시 들러서 아이들에게 동물 모양 장난감을 주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에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어떤 가족과 함께 농업 시장에 들리기도 했고, 내 아내, Cathy는 방과 후에 아이들 부모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걸어가는 사람들은 인사를 하고,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속도를 낮추고 채소밭 모임을 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각종 표지판을 만들고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곧 치킨 버거 파티를 열고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아이들과 만나게 할 계획이고, 채소밭을 둘러볼 계획이다. 이 파티에서 우리는 4달러에 치킨 버거를 판매해서 채소밭 발전 기금에 보탤 계획이다. 아이들 일부는 오락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밴드를 결성하기로 했다.

     


    이미 언급한 바처럼, 우리 동네 귀퉁이 채소밭 프로젝트는 전형적인 자산-기반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로서, 우리가 성공한 이유는 외부 전문가가 들어와서 일방적으로 이끌지 않고, 우리 동네에 살고 있던 평범한 시민이 함께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채소밭에 들러서 놀고, 부모는 길을 가다가 우리를 만나면 잠시 멈춰서 수다를 떤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접수할 필요도 없고 신청서 따위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와서 함께 하면 된다. 말하자면, 우리 프로젝트는 수직적인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지역 사회 안에 이미 존재하던 사적인 관계망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었을 뿐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멋진 사례다.

    예전에 내가 카라반 프로젝트에서 일할 때도, 카라반 공원에서 살고 있던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지역 사회 안에서 많은 다른 시민들과(심지어 자녀가 없는 사람들과도)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활동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역사회 안에서 활동할 이유를 제시해 주었다. 아이들과 활동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카라반 공원 안에 존재하던 (때로는 매우 강력한) 비공식적인 관계망에 접근할 수 있었다.

     


    우리 동네 귀퉁이 채소밭 프로젝트가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겠지만, Cathy, Jasmine, Alexa가 우리 지역사회에 매우 중요한 뭔가를 만들어 냈다고 믿는다.


    2013년 10월 4일

    내 딸 Alexa(9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만든 건 단순한 채소밭이 아니에요. 우리는 동네를 하나 만들었어요.” 딸 말이 맞다. 우리 동네 귀퉁이 채소밭 프로젝트는 계속 단단해지고 있고, 여러 다른 관계를 파생시키고 있다.

     


    3학기 마지막 날, 우리는 30명이 넘는 주민들과 함께 채소밭에서 치킨 버거 파티를 열었다. 아이들은 부모님 도움을 받아서 각자 어떤 역할을 맡을지 계획했고, 음식 준비를 도왔다. 버거는 일반 참가자에게는 4달러, 채소밭 멤버 아이들에게는 2달러, 음식 준비를 직접적을 도운 아이들에게는 0달러를 받았다.

     

    (생략) 아이들이 조직한 밴드, 'Pop Plant'는 그날 처음으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아이들은 플룻, 클라리넷, 기타, 우크렐레, 짐베 등을 연주했다.

     


    이후 두 주 동안, 우리는 동네 벼룩 시장을 열었다(어떤 엄마가 제안했다). 채소밭 아이들은 집에서 만든 레몬 에이드와 잼을 팔아서 채소밭을 위한 기금에 보탰다. 우리는 전혀 행사를 광고하지 않았지만, 벼룩 시장 행사는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레몬 에이드 코너에서만 100달러 매상을 기록했다!

    어젯 밤에는 채소밭 여자 아이들 8명이 동네 어느 집 뒷마당에서 캠핑도 했다. 자기 전에 일부 부모가 합류해서 치킨 버거 등을 제공했고, 캠프 파이어 행사를 함께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아이들 중 일부는 오늘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핸드볼을 하기도 했단다!

     


    채소밭에 모여드는 아이들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 연배는 주로 6~12살인데, 서로 깊은 우정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듯 하다. 아이들은 채소밭에 물 주는 일 외에는 별로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내 아내 Cathy가 일을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수도 있다. 아이들은 그냥 아무 때나 채소밭에 들러서 함께 어울리고 놀고 있다.

     


    그래도 채소밭은 저절로 잘 굴러가고 있다. 우리가 채소밭에 쓰려고 산 유기농 흙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효과가 없어서 Cathy는 퇴비와 거름을 더해서 지력을 높이려고 애쓰고 있다.

     


    올해엔 학교가 쉬는 날에 우리 딸들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디 특별한 곳에 놀러가지도 않았는데, 동네 친구들과 너무 신나게 놀고 있다. 지역사회 관점에서 보면, 우리 채소밭 프로젝트는 우리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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