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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캠프를 할 거냐, 빨리 해라, 왜 가을 캠프는 없냐, 계속 그래요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11. 12. 06:02728x90반응형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심층 인터뷰 03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라고 말하는 청소년 내담자 마음을 어떻게 열 수 있는가?" 이런 주제로 강점관점실천에 관심이 많은 사회사업가 세 명이 모여서 자유로우면서도 심층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안혜연 사회사업가는 단기청소년쉼터에서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 방예지 사회사업가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조금 더 어린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 그리고 강점관점실천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나 이재원 사회사업가.
세 번째 꼭지에서는 완전히 새롭게 접근하는 단체 프로그램에 대해서 정리해 본다. 아직까지 사회사업 영역에서는 우리가 돕는 사람들을 뭔가 부족한 사람, 결핍된 사람, 그래서 우리가 채워줘야 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온갖 프로그램과 행사를 기획해서 열심히 채워왔다. 그런데, 과연 그 뿐일까? 사람들이 더 신나고, 더 재미있게 참여하도록 바꿀 수는 없을까? 마지못해 참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주도하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 사람들이 가진 결점이나 문제보다는, 그들이 가진 강점과 가능성에 입각해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안혜연 선생님께서 일하시는 화성여자청소년단기쉼터(소장: 김혜숙 사회사업가)에서는 오랫동안 사회사업가가 일방적으로 주도해 온 온갖 프로그램을, 강점관점에 입각해서 입소 청소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 오셨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든지, 청소년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제를 결정하고, 청소년이 스스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질적인 자원도 투입해서, 최종적인 결과까지 스스로 수용할 수 있도록 실행해 오셨다고 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동안 경험해 온 결과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는 결과를 마주하셨다고 한다. 안혜연 선생님 육성으로 생생한 경험담을 직접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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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연: 예전에는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선생님들이 기획해서 하는 활동들은 점점 가지 수를 없애 가고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끝까지 지원하는 방법들의 사업들로 이렇게 좀 변화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이걸 애들이 짜든 선생님들이 짜든,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은 게 우리의 목표인 거잖아요. 완전 실패하고 잘 못하더라도 본인이 짜서 뭔가를 했을 때 만족도가 너무 높은 거죠. 그냥 자기가 한 거니까.
이재원: 그러니까 '우리가 진행한 프로그램이 얼마나 그럴 듯하고, 있어 보이냐?'가 기준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한 프로그램이 얼마나 입소 청소년 만족도에 기여하느냐?'가 기준이 되는 거네요? 이렇게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다면, 혹여나 실패한다고 해도 그 실패는 실패가 아닐 겁니다. 어른들 시각으로 본다면 해당 프로그램이 막 그럴 듯 하고, 있어 보이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입소 청소년들에게는 아주 행복한 경험으로 남을 테니까요.
안혜연: 그래서 약간 단순한 예를 들어서 영화 보고 이런 프로그램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옛날에는 선생님들이 선생님들 일정에 맞는 시간대에 개봉을 하는 그 영화들을 그냥 한꺼번에 모두가 한 영화를 보러 갔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냥 어떤 그 주간을 정하고, 근데 그 주간을 정하기 전에도 애들한테 물어봐요. '최근에 나온 영화 뭐 보고 싶은 거 있냐?' 그때 맞춰요. 그래서 그 영화를 선택한 걸 중심으로 조를 짜서, 선생님들이 그냥 애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따라가서 보거든요. 한 명 정도만 붙으면 되니까.
이재원: 어쨌든 집단적으로 프로그램이 굴러 갈 수밖에 없는 기관 특성상, 100% 완벽하게 개인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관점을 바꾸시니까 제한된 조건 안에서도 얼마든지 개별화된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네요. 쉼터에서 허용하는 최대치로 입소 청소년 개별 취향을 맞추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들 모습이 참 대단해 보입니다.
안혜연: 근데 저희가 지금 좀 겪고 있는 것들은 너무 많은 프로그램들을 그렇게 가다 보니, 예를 들면 캠프 그냥 선생님들끼리 회의에서 싹 짜면서 가면 되는 걸, 지금은 이제 저희가 11월에 제주도를 가는데 지금 가기 전에 한 팀별로 5번, 6번씩 회의를 이제 해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품이 엄청 들어가요. 그 선생님들의 품이. 예를 들면, 15명을 한꺼번에 갔던 캠프를 코로나 영향도 있었지만, 한 두세 명 이렇게 쪼개서 다 따로 갔어요. 애들이 하고 싶은 걸로. 그러니까 이제 사실 선생님들은 한 네 다섯 명이 한꺼번에 케어해도 되는 것들을 혼자서 감당해야 되고 이런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좀 피곤함은 있는데... 보람 면이나 왜냐면 애들이 살아나는 걸 계속 확인을 하니까.
이재원: 그렇습니다. 전보다 선생님들 품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은, 이를테면, 변화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그 어떤 기관 환경에서 일하든, 참여자 중심으로, 개별화된 접근을 하려면 우리가 신경써야 할 일도 많아지고 그만큼 실질적인 품도 많이 들어가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변화된 방식이 선생님들께서 지향하시는 방향인 '아이들이 살아나도록 돕겠다'는 목적에 부합하니, 어쩌면 당연하고 합리적인 댓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혜연: 그래서 아마 그 캠프 같은 거 가는 걸 그냥 제가 애들 마음을 생각해 보면, 이 코스는 이 다음은 여기 가야 됩니다. 여기 너무 재미없는데. 그러니까 만족도도 떨어지고 관심도 없고 이럴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이제 자기가 하는 거니까. 이제 캠프가 아니라 그냥 자기의 추억이 담긴 여행을 갔다 오는 거죠. 완전히 다른 의미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이재원: 우와! 생각만 해도 멋지네요! 당연하죠~ 완전히 다른 의미겠지요!
생각보다 반응도 너무너무 빨라요. 그러니까 캠프를 저희가 최근에 1박 2일을 쉼터 안에서 했거든요. 근데, 애들이 하면서 베이킹 하는 애들이 거기 하는 빵 다 만들고, 바리스타 (자격증) 딴 애가 음료수 다 준비해, 그런 걸 다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꾸미는 애들이 저희가 막 코스프레 같은 걸 했었는데, 주제로 그 포토 존 같은 걸 다 꾸몄어요, 공간을. 그러니까 애들이 며칠 전부터 그거를 막 미친 듯이 준비를 하는 거예요. 저희는 이제 필요하다는 준비물 갖다가 조달해 주고 그렇게 하고, 게임도 애들이 준비하고 싶대요, 진행을. 신기한 일이에요. 그래서 애들이 막 며칠을 자기네가 비디오 찾아보면서 막 해 가지고 어설플 수 있는데 또 다 준비를 했거든요. 근데 그게 끝나고 나서 애들이 뭐라고 얘기하냐면, '언제 캠프를 할 거냐', '빨리 해라', '왜 가을 캠프는 없냐' 계속 그래요. 그래서 최근에도 자기네들 계획서를 써서 냈어요. 할로윈 파티를 하겠다. 저희(직원들)는 그런 거 계획 안 했었거든요. '그럼 너가 한번 어떻게 준비해서 해 볼래?' 근데, 물론 그거를 좀 구체화시키는데 선생님의 도움은 필요하지만, 그래서 '이거 할래? 저거 할래?' 이런 게 아니라 애들이 계속 '저 이거 할래요', '하고 싶어요' 먼저 와서 얘기를 하죠.
이재원: 우와! 정말 통쾌합니다. 보통 가정밖 청소년, 이라고 하면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조차도)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잖아요?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도, 어쨌든 '결손 가정 출신', '뭔가 부족하고 수동적인 친구들', '학대받고 방임된 아이들' 이렇게 보는 시선은 존재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친 듯이 준비하는 사람' 혹은 '뭔가를 하고 싶어서 선생님들을 재촉하는 사람'이라니요! 입소 청소년들이 보여 준 모습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의심과, 부정적인 시선을, 완전히 뒤집는, 신나는 반란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통쾌한 거구요. 이들은 자기 목소리(voices)를 분명히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쉼터 입소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고 결과까지 정리한 사례(정기 소식지에서 발췌)>
안혜연: 처음에는 저희도 너무 이상적인 얘기다. 그리고 너무 좀 두렵기도 했다. 망하면 이게 무슨 꼴이냐? 그리고 우리도 일단은 선생님들한테 좀 자신이 없잖아요. 경험이 없으니까. '이렇게 하면 되나?' 근데 이게 어쨌든 작은 예를 들면 그런 영화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거는 많은 걸 계획해서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활동부터 조금 맛을 들이면, '애들이 이렇게 좋아한다고?' 이걸 느끼면 선생님들도 좀 자신감이 붙는 것 같아요.
이재원: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그동안 안 가본 방향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활동부터 실험해 보는 거죠. 갑자기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진다'는 해결중심모델 핵심 가정이 떠오르네요.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상담할 때만 쓰는 가정, 원리가 아닙니다. 다른 활동,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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