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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실패하는(?) 주민/이용인을 어떻게 도울까?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11. 15. 06:54728x90반응형
사례관리(지원)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
(1) 관계: 주민/이용인과 라포를 형성하기.
(2) 목표: 함께 합의해서 구체적인 목표 세우기.
(3) 실행: 상호 합의한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기.
(4) 평가: 함께 노력한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여기에 강점관점을 얹어서 다시 기술해 본다:
(1) 관계: 긍정적인 대화(개인과 지역사회 자산[Asset] 확인하기)를 통해서 라포를 형성하기.
(2) 목표: 주민/이용인이 원하는 바를 중심에 놓고, 지원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를 절충하기.
(3) 실행: '과거에 이미' 성공했던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격려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기.
(4) 평가: 지금까지 성공한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충분히 인정하고, 축하하고, 격려하기.
이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우리는 주민/이용인이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관찰한다. 이럴 때는 '그동안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왜 또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결국 저 사람은 해 낼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애초에 달성 불가능했던 목표를 이루어 보려고 이 고생을 했던 건가?', '여기서 주저 앉아서 함께 영영 희망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등등 온갖 생각과 감정이 성난 파도처럼 우리 마음 안쪽까지 밀려 들어 온다.
함께 세운 긍정적인 목표를 주민/이용인이 잘 이행하다가 중간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강점관점으로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함께 세운 목표가 지나치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인지 함께 생각해 본다. 예컨대, 십 수년 전에 알콜 중독으로 진단을 받고 오랫동안 고통스러워 해 온 주민과 함께 세운 단기 목표가 '단주'라면? 물론, 당사자에게 의지가 높고, 그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단주' 목표도 마다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재발한다면? 이 목표는 달성하고 유지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데, 한 모금이라도 술을 마시면 그동안 기울여 온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몹시 부담스러운 목표다. 따라서 '단주'는 궁극적 목표로 두되, '단주를 하느냐? 마느냐?'로 가기보다는, '단주를 며칠 동안 하느냐?'로 가는 게 좋겠다. 첫 100일 단주를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110일을 목표로 잡고, 그 다음에는 120일, 또 그 다음에는 130일, 이런 식으로 나아가면 어떨까? 원리로 요약하자면, '달성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목표를 쪼개고 작게 만들라.'
둘째, 주민/이용인이 혹여라도 목표 달성/유지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이 일을 '실패'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행동 변화에 관한 범이론적 모델을 제시한 제임스 O. 프로차스카 박사에 따르면, 긍정적인 변화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변화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변화는 시간 순서에 따라서 차례로 나타나는 하위 단계가 존재하고, 반드시 이전 단계를 밟아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로차스카 교수가 제시한 단계는 총 6단계: (1) 무관심 단계 → (2) 숙고 단계 → (3) 준비 단계 → (4) 실행 단계 → (5) 유지 단계 → (6) 재발 단계 [→ 변화 완성]. 엇! 이 모델에는 재발 단계가 포함되어 있다! 끝끝내 혼자서 담배를 끊는 사람들을 추적해 보면, 그 사이에 무수히 끊었다가 피었다가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러므로 문제에 다시 빠지는 일을 큰 틀에서 보면서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셋째, 당사자가 민망함을 느끼지 않는 방식으로(정중하게) 재발 사실을 알려 준다. 우리가 재발을 '실패'가 아니라 '(단순한)망각'이나 '(아직 습관화 되지 않아서 생기는 비의도적인) 실수'라고 바라본다면, 문제가 재발되었을 때 당사자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책망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당사자가 진심으로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비유를 들어 보겠다. 우리는 어떻게 걷게 되었는가? 1살 무렵에 일어난 일이라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평생(?)을 기어 다니던 아기는 때가 무르익으면 무수히 많은 시도와 실패,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마침내 걷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기에 아기가 한 번, 혹은 열 번, 아니 백 번을 넘어진다고 해도 절대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재발을 이렇게 바라본다면, 아기도 아닌 당사자가 버릇처럼 실패한 일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넌즈시 본인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
이 지점에서, 핀란드 출신으로서 위대한 해결중심치료자 중 한 분인 Ben Furman 박사께서 쓰신 '키즈 스킬'이라는 책에서 한 대목을 인용한다:
"네가 가끔 스킬(문제를 대체하는 긍정적 행동, 즉 상담 목표)을 잊어버리면 엄마가 뭐라고 이야기 해줄까? 너에게 잘못했다고 야단치지 않고 스킬을 떠올리게 하는 방법으로 무엇이 좋을까?"
"네가 잠깐 스킬(문제를 대체하는 긍정적 행동, 즉 상담 목표)을 잊어버리면 선생님이 너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겠니?"
"네가 스킬(문제를 대체하는 긍정적 행동, 즉 상담 목표)을 잊어버려서 다시 옛날 나쁜 습관으로 돌아가면 네 친구들이 너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이가 실수를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해 주면 좋은지에 대해서 미리 약속을 하면 아이가 실수를 해도 사람들이 화내지 않고 도와 주려 애쓴다고 인식한다. 아이가 특정한 방법으로 기억시켜달라고 부탁한다면, 그것은 실수를 고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우리와 협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실수할 때 아이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것은 실수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가 스킬을 상기할 수 있도록 깨우치는 마음이다.
여기에서 '스킬'이란 단어는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문제 행동을 하는 대신 새롭게 배우기로 약속한 긍정적 행동(상담 목표)를 실행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예컨대, 걸핏하면 유치원 친구에게 욕을 하는 아동에게 '스킬'이란, (친구들에게 욕을 해서 친구들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선생님을 화나게 만드는 행동 대신) '새롭게 배우기로 약속한 긍정적 행동(친구들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말로써 평화롭게 표현하는 방법)'이다.
어떤 아동(A)이 (친구들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욕하고 때리는 행동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인 '말로 좋게 이야기 하는 방법'을 새로 배우기로 합의했다고 가정해 보자. A가 과거에 보였던 행동은 '안좋은 버릇'이었다. 다시 말해서, 상당 기간 동안 반복되어서 굳어진 행동이었다. 따라서 A가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결심을 했어도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이 '좋은 습관'이 되지는 않는다. A에게 진정성이 있다면 언젠가는 성공하겠지만, 상당 기간은 실수로 어리석을 행동을 하거나 긍정적인 목표 행동을 잊고 방황(?)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이 민망하게 느끼지 않도록, 원래 목표를 넌즈시 알려 주면 된다.
내가 존경하는 동료 중에서도, 위 방법과 거의 동일하게 개입하셨던 분이 계셔서 소개한다:
"우리 쉼터(여자청소년단기쉼터)에 어떤 청소년이 있었는데요, 걔는 목소리가 조금 크기도 하고 욕을 습관적으로 했어요. 그래서 다른 입소 청소년들이 거의 모두 불만을 표시했죠. 목소리가 커지면 공격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실제로 욕도 하니까 더 불편하게 느껴졌던 거에요. 그런데 안타까웠던 점은 본인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본인도 바꾸고 싶은데 이미 버릇이 들어서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걔랑 상담할 때 '한 번에 고치기는 쉽지 않다'고 안심시키면서 제가 이 친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여러 모로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다가 혹시라도 예전처럼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욕을 하게 될 때 이 친구가 민망해 하지 않도록 둘만 아는 신호를 제가 보내기로 약속했어요. (외국인들 자주 하는 것처럼) 두 손으로 검지와 중지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한쪽 눈을 윙크하기로 한 거죠. 이 행동은 '너는 모르는 것 같은데, 지금 목소리가 커지고 욕을 하고 있으니까, 정신 차리고 조심하면 좋겠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약속을 한 후에 이 친구가 실수를 한 적이 있긴 했는데 절대로 많지는 않았고요(한 10번 했나?), 문제 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개선되었다는 점이에요. 그 친구가 실수할 때, 제가 윙크를 날리면서 조용히 두 손으로 인용 표시를 하면, 금방 눈치를 채고 문제 행동을 안하려고 노력하더라구요."
"혹시라도 당신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있을 때 제가 미리 알아챈다면, 당신이 민망해 하지 않도록 제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 주기를 원하나요?" 이렇게 고급스럽게 질문 테크닉을 사용하면 금상첨화겠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언급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늘 그렇듯) 이 테크닉 자체에 목을 매지는 말라. 테크닉 자체보다는, 테크닉이 담고 있는 태도가 좀 더 중요하다. 저 질문 테크닉에는 어떤 태도가 담겨 있는가? 내담자를 지극히 존중하는 정중한 태도다. 내담자가 가진 긍정적 의도를 인정하는 태도다. 내담자를 끝까지 지지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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