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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에게 가르치고 싶은 세 가지 지혜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12. 1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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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따님이 세상빛을 보기 전까지 딱 두 달이 남았다. '육아'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해 보게 된다. 세 가지만 정리해 본다.

    첫째, 우리집 가훈: 사람들에게 최대한 친절하되, 네 마음대로 살아라.

    내 줏대를 세우기까지 40년이 넘게 걸렸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려고, 싫은 소리를 못했다. (지금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리고 뭔가 나를 이끌어 줄 멋진 영웅을 찾아 헤맸다. 기대도 참 많이 하고, 실망도 참 많이 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따를 만큼 멋진 영웅은 없었다. 원한다면, 내가 내 영웅이 되어야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 하는 것을 찾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잘 한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잘 한다. 나는 말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이건 그리 잘 하지는 못한다. 가르치는 일, 글 쓰는 일, 말하는 일은 모두 '해방'과 관련되어 있다. 가르치는 일은 타인이 무지에서 해방되도록 돕는 일, 글쓰고 말하는 일은 내 감정과 생각을 해방시키는 일.

    남을 친절하게 대하는 방향과 내 마음대로 사는 방향은 사실, 모순된 방향.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향은, 끝내 경쟁한다면 '내 마음대로 살자.' 한 번 뿐인 인생, 이제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따님에게 삶에 대해서 딱 한 가지만 가르친다면, 이 말을 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친절하되, 네 마음대로 살아라."

    둘째, 내가 직접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다.

    존 스튜어트 밀의 아버지는 제임스 밀이었다. 제임스 밀은 직접 아들을 교육해서 천재로 만들었다. 그가 실천한 교육법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아버지에 대해서 "일관된 신념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데 온갖 노력을 다 한 사람"이라고 썼다고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어린 아들에게 특정한 주제로 일단 글을 쓰게 한 다음, 시간을 주고 글 분량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제임스 밀이 글을 반으로 줄여서 아버지에게 제출하면, 거기에서 또 다시 절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또 줄이면 절반으로, 또 줄이면 절반으로... 이런 식으로 집필과 요약을 반복 훈련시켰다. (하긴... 이렇게 훈련받으면 글을 잘 못 쓸 수가 없겠다.)

    글쓰기는 종합 예술이다. 글을 쓰려면 우선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다가 경험이 많고 온갖 감정을 체험했다면 글쓰기가 더욱 쉬워진다. 읽기 쉽게 전달하려면, 이해력도 좋아야 하고 표현력도 좋아야 한다.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문법적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모든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글을 잘 쓸 수 있다.

    만약에 따님이 머리가 나쁘거나 글 센스가 없다면, 그래서 정말 글을 쓰기 싫어한다면 나로선 너무 아쉽고 힘들겠지만, 혹시나 나를 닮아서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나도 내가 직접 딸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다. 자신의 온갖 지적 능력을 총동원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아름다운 모국어로 부드럽고 설득력 있게 쓸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싶다.

    셋째,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그런데 집에 '그노무' 책이 없었다. 컬러백과사전 10권, 성인들이 읽는 백과사전 20권, 전래동화 20권, 위인전 20권. 이게 다였다.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나마 있는 책을 여러 번 고쳐 읽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모든 책을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읽었다. (심지어 어려운 백과사전도.)

    나는 오히려 (나는 원하는데) 부모님께서 (돈 없다고) 잘 안 사주시니까 더욱 책에 집착(?)했던 것 같다. 원래, 인간은 '하지 말라는 행동'은 더 하게 마련이고, '금지당하는 물품'은 더욱 소유하고 싶어하며, '보지 말라는 영화'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게 마련. 한동안 내가 선택한 방법은, 친구 집에서 책을 그냥 가져오는 방법(절도, 맞다)이었다.

    나는 원칙적으로,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아무리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도, 사람인 이상,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지적인 동물로서 태어날 때 이미 가지고 태어나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지적 호기심을 옆에서 잘 키워주면 그 뿐. 그러니 강요해선 안된다. 내 경험상, 책 읽기가 오히려 금지시키는 대상이 되었을 때 호기심이 배가 된다.

    결국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오늘 새벽에 신문에서 읽은 '독자의 권리' 열 가지 항목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한 마디로, 책이 주변에 널려 있는 생활이 되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솟아 오르는 지적인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어야 한다. 밥 먹을 때 쓸 수밖에 없는 숟가락, 젓가락처럼 느껴야 한다. 


    ‘독자의 권리’ (다니엘 페낙)

    ① 책을 읽지 않을 권리
    ② 건너뛰며 읽을 권리
    ③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④ 책을 다시 읽을 권리
    ⑤ 어떤 책이나 읽을 권리
    ⑥ 책을 현실로 착각할 권리
    ⑦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⑧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읽을 권리
    ⑨ 소리 내서 읽을 권리
    ⑩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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