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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봇짐장수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12. 31. 06:22728x90반응형
나: 그래서... 오늘 교육 어땠어?
그: OOO대학교 교수님이 오셨는데, 너무 재미없음. 사례가 없어요. 그래서 지루함.
2021년 12월 말, 복지관에서 일하는 어느 사회사업가 동료와 인스턴트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연말이라서 해가 지나가기 전에 그동안 미처 받지 못한 의무교육을 받고 있단다. 교육이 어땠냐고 가볍게 평가를 물어보니,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1) 대학교 교수님(말하자면 전문가)가 오셨는데, (2) 너무 재미가 없다. 그 이유는 피부에 와 닿는 사례 이야기가 없어서 지루하기 때문이란다. 어찌 보면 평범한 평가인데, 이번에는 그가 내린 평가가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형식적인 단체 문자와 이미지가 지겨워지고 있는 이 시점에 생각나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합니다. 이재원 소장님은 2021년 우리 복지관을 특별하게 만든 분들 중에 한 명입니다. 사회복지사들이 당사자를 만나는데 좀 더 편안해 졌고, 이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행동의 작은 변화이지만 이는 우리의 실천에 있어서 큰 변화를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2021년에 좋은 인연으로 맺어졌고 이 아름다운 관계가 2022년을 넘어 계속 이어 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이건일 관장님)
2021년 12월 31일, 이건일 관장님께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주셨다. 작년에 우리는 약 6개월 동안 온라인 학습 모임에서 만났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내가 세운 목표는 간단했다: 낯설고 어색해서 실제 현장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을 기적 질문을 가르치기보다는, 동료들께서 조금이라도 더 마음 편하게 지역 주민 분들과 대화를 나누실 수 있도록 태도를 가르쳐야겠다. 관장님 메시지를 읽다 보니, 내가 목표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진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제가 이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지금까지 했던 상담은 기초 상담을 하면서 그냥 종이를 채우기 위한 상담이었다면은 지금은 풍성한 나무를 만들기 위한 그런 상담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좀 친한 이용자분이나 아니면은 좀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 이용자분 있으면 제가 먼저 말을 막 걸고 싶어요. 앞으로 이번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면서 저만의 잎사귀, 저만의 나무를 만들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서 해결중심모델 스터기가 준 힘은 굉장히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년 늦가을, 송파구방이복지관(장애인복지관) 청소년성인지원팀 김강혁 사회사업가께서 주신 말씀. 여름부터 가을까지 나와 함께 공부한 모임 참여자 중 한 분이다. 나 같이 전문적으로 상담을 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복지관에서 일하는 제네럴리스트 사회사업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김강혁 선생님을 포함한 훌륭한 동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면서,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빠져 나가는 길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내담자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신 것 같아서 기뻤다.
말하자면, 나는 독립 사회사업가다. 학교에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복지관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니다. 아카데믹한 상아탑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 사이에 걸쳐 있다고나 할까. 학교에서 학문적인 연구 성과를 축적해 온 사람도 아니고, 실제 현장에서 오래 근무해서 경험지를 두텁게 쌓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므로 나 같은 사람은 스스로 명확하게 중심을 잡고 걸어가지 않으면, 지적인 권위와 실질적 능력 사이에서 완전히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정체성을 뚜렷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동료들에게 폐만 끼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한 정체성은 '학교와 현장을 이어주는 선생', '알기 쉽게 번역/해설해 주는 전달자', '이론을 떼어다가 쓸모 있는 도구로 내다 파는 봇짐장사'다. 모두 비슷한 뜻이다. (1) 학교와 현장을 이어주는 선생. 사실, 학교는 학교이므로 지나치게 실용을 요구하면 안된다. 학교란 원래부터 비실용적인 학문을 다루는 곳이다. 학교에서는 이론적인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 있는 선생이 아니므로, 이론에서 출발해서 현실을 설명하기보다는, 현장에 필요한 이론을 찾아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려고 한다. (2) 알기 쉽게 번역/해설해 주는전달자. 나는 영어 자료도 한국어로 번역하지만, 한국어도 한국어로 번역하고 싶다. 한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한다는 말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현학적인 천상 언어를, 피부에 딱 와 닿는 쉬운 지표면 언어로 해설하겠다는 뜻이다. (3) 이론을 떼어다가 쓸모 있는 도구로 내다 파는 봇짐장사. 봇짐장사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유통시키는 상인이다. 다만, 고정된 상점에서 물건을 팔지 않고 먼저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봇짐장사에게 순발력은 있고 권위의식은 없다. 주로 서민들을 상대하기에 친절하고 겸손하다. 먼 거리를 자기 발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하체가 튼튼하고 지구력이 있다. 봇짐장사가 가지는 이 모든 특성이 내가 추구하는 바와 같다.
그래서 나는야 봇짐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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