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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일을 할 때 행복하신가요? (함성은 질문)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12. 14. 06:00728x90반응형
아무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당진북부사회복지관 동료들, 그 중에서도 무척 아끼는 사회사업가 함성은 팀장님께서 만드셨다기에, 나중에 '내가 직접 봤다'고 말하려고, 그 중에 괜찮은 부분이 있다면 언급하면서 '잘 봤다'고 말하려고 봤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았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작품은 '함성은다웠다.'
나는 함성은 팀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자세히는 모른다. 선생으로서 잠깐 만나서 수업시간에 대화를 나눈 게 전부인데... 왠지 이 작품을 보면서 '함성은답게(?)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친근하고, 편안하고, 밝고, 따뜻했다. (진짜 잘 모르겠는데 바로 이런 게 '함성은다운' 특성이라는 확신이 드는 건 왜일까. 함성은 팀장님, 나중에 이 글 보시고 혹시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해 주세요. 흐흐.)
그런데 정작 중요한 부분은 이 작품을 보고 갖게 된 전반적인 느낌이 아니다. 작품을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갑자기 머리를 후려치는 듯, '충격적으로 훌륭한' 대목을 발견했다. 그냥 훌륭한 게 아니라, '해결중심적으로 볼 때 충격적으로 좋은 대목'이었다. 함성은 팀장님께서 '책에 나오는 박제 같은 해결중심 질문'이 아니라, 대단히 자연스러운 형태로(프리스타일로) 해결중심적인 질문을 인터뷰이에게 던지시고, 답을 끌어내는 대목이었다.
정재일: (논 옆에서 여유롭고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함성은: 마을 일을 할 때 행복하신가요?
정재일: 그럼요, 행복하죠. 저의 도움이 조금이라도 필요하고, 제가 뭔가 지역에서 할 수 있다라는 그런 흐뭇함? 뿌듯함? 그런 게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요새는 일을 하면서, 제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정재일: (오전에 밭일을 나가기 위해서 운전하는 중에) 내가 나고 사는 데니까. 내가 난 데고, 여태까지 산 데고, 앞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 곳이고. 그러니까 OO리가 좋지. 내가 OO리 사랑해야지.
만약에 내가 함성은 팀장님께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해결중심적인 질문을 던지셨나요?' 라고 여쭙는다면, 아마도 조금 민망해 하시면서, '후후후... 제가 그랬나요?' 라고 답하시리라. 함성은 팀장님께서는 마음 속으로 '제가 해결중심모델을 의식하거나 그쪽으로 의도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거든요' 라고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다.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저 질문을 하실 때 해결중심 질문을 던지려고 계획하신 건 분명히 아니겠지.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해결중심적으로 질문하기'가 과연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좁게 말하자면, 온갖 해결중심모델 관련 서적에 나오는 '이미 딱 정해진 해결중심 질문(예컨대, 기적질문, 척도질문 등)'을 의도적으로 구사해야만 해결중심 질문을 제대로 구사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넓게 말하자면, 대화 상대자를 지극히 존중하면서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기운을 구체적인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과정 자체가 해결중심모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해결중심모델을 '그동안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에게 스스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마이크를 쥐어 주는 일'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볼까? 함성은 팀장님께서 인터뷰 중에 구사하신 '마을 일을 할 때 행복하신가요?' 질문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을까? 함성은 팀장님께서 치밀하게 대본을 짜서 질문하신 것 같지는 않다. (대략적인 콘티나 진행 방향은 짜셨겠지만.) 정재일님의 일상을 함께 하면서, 그가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결국은 마을 사람들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셨기에(즉, 이미 그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었기에) 확인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저 질문을 구사하셨으리라. 그랬더니 정재일님께서는 대단히 자연스럽게 자신이 느끼고 있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하셨다.
바로 이 대목이다. 내담자가 조금이라도 즐거워하거나,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일 때, 바로 이 부분(positives)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조금 더 물어보려는 마음. 확인하고 싶은 마음.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지지하고 싶은 마음. 지지하는 마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그 마음을 '~일을 하실 때 행복하신가요?' 라는 질문으로 바꾼 사회사업가의 시선. 상대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바꾸는 과정. 이런 이유로 나는 함성은 팀장님께서 기가 막히게 아마도 자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단히 해결중심적인 질문을 구사하셨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실 때 행복하신가요?' 이 질문을 함성은 질문이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
<사족> 지금도 너무 훌륭하지만, 만약 테크닉적으로 조금 더 나아간다면? 조금 더 의도적으로 해결중심 질문을 이어간다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어떤 때 행복하시나요?',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세요', '어떤 분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행복하신가요?' 이렇게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끌어낸 후, 더, 더, 더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물어볼 수 있겠다. 이때 상대에 대한 존경심과 호기심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런데, 함성은 팀장님께서는 작품 안에서 이미 정재일님과 하루 종일 같이 다니면서 그 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찍으셨기 때문에 -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카메라로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하셨기 때문에 - 추가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함성은 팀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언제나 사회사업가 동료들께서 편하게/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해결중심적 질문을 찾아 다니고 있는데, 이렇게 훌쩍, 하나 던져 주시는군요. 아마 의도하지는 않으셨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게(그리고 다른 동료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함성은 팀장님께서 이미 해결중심적인 태도를 가지고 계신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뭘 더 하려고 하진 마세요. 이미 그렇게 하고 계세요. 그냥 지금처럼, 지역 주민을 존경하시면 됩니다. 그 태도가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질문으로도 이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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