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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에 볼 만한 영화 푸로 추천
    지식 공유하기(기타)/시네마 떼라피: 위안을 주는 영화 2021. 12. 2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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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리타: 무슨 말이에요? 

    필: 오늘은 바로 내일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내 곁에 있어요. 

    리타: 저, 여기에 있어요. 

    필: (말없이 키스한다.) 

    리타: 어머 필, 기운이 나나봐. 어젠 그냥 곯아 떨어지더니. 

    필: 하루가 너무나 길었거든요. 나한테 뭐 바라는 거 없어요? 오늘. 

    리타: 생각해 보면 뭔가 있을 거에요. 
    필: (리타와 함께 계단을 걸어 내려 오며) 우와~ 정말 아름답죠? 우리, 여기서 삽시다. 집부터 구해야겠죠?


    하루가 끝없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 장르' 영화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는 영화. 우리말 제목으로는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이상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원래 제목은 'Groundhog day(성촉절)'다. 성촉절은 서양 명절로 우리로 치면,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튀어 나온다는 경칩(驚蟄)과 유사한 날이다. 성촉절이라는 이름 자체보다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              

    빌 머레이가 분한 필은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 TV 기상 캐스터. 리타는 필과 함께 일하는 방송국 PD. 두 사람은 성촉절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펑서토니'라는 작은 마을로 향한다. 경칩에 개구리가 나오듯, 성촉절에는 마못(다람쥐 같이 생긴 두더지)이 나오는데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펑서토니에서 열린다. 지루한 하루를 보낸 후 잠에 든 필,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 어제, 즉 성촉절이 무한 반복되기 시작한다. 이후 줄거리는 생략. 대략 필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온갖 일을 겪다가 서서히 성장해서 마지막에는 진정한 사랑을 얻고 무한 루프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 줄거리이지만, 그 모든 유사한 줄거리가 사실은 이 영화에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모델이 된 작품.)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영화를 추천한다. 

     

    첫째, (영화 안에서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봐도 행복해진다. 우선, 빌 머레이와 앤디 맥도웰이 연기를 너무 잘 한다. 대단히 퉁명스러우면서도 왠지 밉진 않은 빌 머레이 표정과 똘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리타를 제대로 연기한 앤디 맥도웰 연기가 참 좋다. (해롤드 래미스 감독이 유명한 코미디언/배우 출신이라서 그런지 배우들 사이에 연기 앙상블이 안정적이다.) 그리고 영화 스토리가 이어지는 동안 차례차례 나오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다. 말하자면, 타임 루프 설정 안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모든 에피소드가 쫀득하게 재미있다. 음악 선곡도 아주 좋아서, 따뜻하고 편안한 영화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개별적으로 다 좋은데, 그 모든 요소를 일관되게 조율하는 연출력이 탁월하다.  

     

    둘째, (영화 밖에서 보면) 이 영화가 말하는 주제가 대단히 해결중심적이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주제는 '긍정적 변화'이다. 주인공 필은 오늘이 영원토록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온갖 경험을 다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영화 속에서는 하루가 30, 40번 정도 반복되지만, 감독이 세운 설정에 따르면 주인공 필은 적어도 10년 동안 하루를 반복한단다. 처음과 끝만 대조한다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변화 과정을 지켜본 관객은 필이 변화하는 매 순간을 계속 연결해서 생각하게 된다. 저명한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필은 '더 나은' 필이 될 뿐, '완전히 다른' 필이 되지는 않는다. 필이 리타에게 '눈 속에 서 있는 당신 모습이 천사 같군요'라고 하는 장면에서 중요한 점은 필이 리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리타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천사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해결중심적인 원리가 떠오른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강점/자원', '(도미노가 넘어지듯)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진다.'


    이 아름다운 영화에 대해서 글을 쓰다 보니, '사랑의 블랙홀'이 내 삶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7, 8년 동안 내 삶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시작과 끝만 비교한다면 상전백해(桑田碧海), 즉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되는 정도로 몰라 보게 바뀌었다. 이제는 심지어 나 스스로 내가 변화한 모습을 절절하게 느낄 정도로 바뀌었다. 나는 내가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오로지 내 주둥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실을 들킬까봐 몹시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그리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이기심과 세상에 대한 불신은 불안으로 모인다. 말하자면, 나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불안이 가시고 마음이 안정되니, 이제는 세상도 달리 보이고, 나 자신도 달라 보인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 로저 이버트 말처럼, 나도 완전히 다른 재원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재원이 되었다는 사실. 새카맣게 어두웠던 수많은 밤이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그래도 한걸음씩 걸어왔다는 사실. 지금 발현되는 내 모든 강점과 자원을 그 길 위에서 하나씩 주었다는 사실. 변화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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