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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지식 공유하기(기타)/시네마 떼라피: 위안을 주는 영화 2022. 10. 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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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석권하고 있을 때 '조용히' 2등을 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조용한 희망' 이라는, 다소 재미 없게 느껴지기도 하는 제목이 붙은 드라마다. 웬 가난한 싱글맘 이야기, 라고 하기에 흥미를 두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시험 삼아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았다가 완전히 빠져들어서, 마지막 회까지 단숨에 정주행하면서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최근 약 15년 사이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외국 드라마는 HBO 역사 초기에 제작된 극사실주의 형사 드라마, '와이어'였다. 하지만 '조용한 희망'을 보고 나서 가장 재미있는 외국 드라마가 바뀌어 버렸다. 

     

    이유는? 첫째,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는(받을 수 밖에 없게 된)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국가로부터 사회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적나라하게'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둘째,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처참한 현실을 충분히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그리면서도, 대단히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우는, 어디에 털나는 다소 민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셋째,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의 속마음을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다.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참말로 많다. 어쩌면, 가난과 절망을 기본적으로 달고 있는 클라이언트의 마음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기가 힘들다. 사회복지사가 모든 어려움을 경험할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제일 첫 번째 노력으로 이 드라마를 꼭 봐야 한다고 믿는다. 보면서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준비했다. '조용한 희망' 함께 읽기. 드라마 주요 장면을 함께 보고, 의미를 깊게 음미하는 글을 나눈다. 먼저, 제 1화 내용 중 핵심을 요약한다. 


     

    경찰관:  부인, ‎여기서 자면 안 돼요. 
    알렉스: 여긴 공공장소 아니에요? 
    경찰관: 주차 금지예요. 갈 데 없으면 월마트 주차장이나 ‎복지관으로 가요. 
    ‎알렉스: 알았어요. 
    ‎경찰관: 당장요. 
    알렉스: ‎알았어요.

     

    <해설>

    주인공 알렉스(여, 20대 중반)는 결혼을 안 하고 함께 살던 남자친구이자 딸 매디의 아빠인 션이 알콜 중독 증세로 또 폭력 행동을 보이자, 새벽에 매디를 안고 남자 친구 집에서 몰래 빠져 나온다. 역시, 갈 데가 딱히 없다. 친구네 집에 갔더니 끔찍한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하기에, 바로 달아나서 공원에 주차를 하고 새벽까지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안 된다'는 말을 경찰에게서 듣는다. 


    사회복지사: ‎그러니까 정부 지원금을 ‎원한다고요? ‎직업도 없고 쓸모도 없는 ‎가난한 백인이라? 맞아요?
    알렉스: ‎네?

     

    <해설> 

    현실을 헤쳐나가려면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고 판단한 알렉스는 관청으로 사회복지사(아마도 공무원)를 만나러 간다. 사회복지사 조디는 책상에 앉아서 알렉스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다소 가혹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알렉스는 당황하며 멍~한 상태로 반문한다. 어찌된 일일까? 사실, 사회복지사는 가혹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으러 온 알렉스가 스스로 부끄러워서 그런 질문을 들었다고 '순간적으로 착각'했다. 


    사회복지사: 서류는요? 나한테 줘야죠. 
    알렉스: ‎네. 
    사회복지사: ‎좋아요, 무릎에 있는 ‎애는 매디군요. 당신이 아이의 법적 보호자예요? 
    알렉스: 네. 

    ‎사회복지사: 술이나 마약 했어요?
    알렉스: ‎아뇨. 
    사회복지사: ‎확실해요? ‎찌든 것 같아서요. 
    알렉스: ‎아뇨, 어젯밤 차에서 자서 그래요. 
    ‎사회복지사: 그럼 노숙자군요. 
    알렉스: ‎아뇨, 그건 아니죠. 
    사회복지사: ‎그럼 집이 있어요?
    ‎알렉스: 있었는데 나왔어요. 매디 아빠가… 술 마시면… ‎필름이 끊기고 주먹질을 해서요. 
    ‎‎사회복지사: 당신을요? 
    ‎알렉스: 아뇨
    사회복지사: 매디를요? 
    ‎알렉스: 아뇨, 아뇨. ‎그냥… ‎어젯밤에… ‎어젯밤엔 달라서 겁이 났어요. 
    ‎사회복지사: 경찰에 신고했어요?
    ‎알렉스: 아뇨. 
    ‎사회복지사: 지금 경찰 불러줄까요? 아직 안 늦었어요. 
    ‎알렉스: 뭐라고 하게요? ‎날 때리지는 않았다고요?
    ‎사회복지사: 가정 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가 있는데, ‎학대 기록이 있어야 갈 수 있어요. 
    ‎알렉스: 학대당하지는 않았어요
    ‎사회복지사: 알았어요. ‎그러니까 학대도 안 당했고 ‎집도 있는데, ‎여기는 왜 왔죠?
    알렉스: ‎오늘 밤 잘 곳이 없어서요. (‎"12달러 35센트")
    ‎사회복지사: 엄마는요? 근처 산다고 나오는데. 

    알렉스: 차라리 차에서 잘래요. 
    사회복지사: ‎아빠는요?
    ‎알렉스: 가족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사회복지사: ‎현재 직장은 있어요?
    알렉스: 아뇨. 
    사회복지사: 고등학교를 여섯 군데 다녔어요?
    ‎알렉스: 엄마가 이사를 많이 다녀서, ‎결국 검정고시 땄어요, 2016년에. 
    ‎사회복지사: 전문대나 직업 학교는요?
    ‎알렉스: 전문대 붙었는데 ‎안 다녔어요. 

    <해설> 
    사회복지 공무원인 조디는 알렉스에게 (본인이 생각하기에 알렉스를 도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대단히 능숙하게) 질문한다. 과도하게 친절하지도 않지만, 알렉스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느낌도 아니다. 예컨대, 알렉스 모습이 초췌해 보이자, 평소 자주 경험한 마약중독자 사례를 상기하면서 ‘마약을 했느냐?’고 직설적이면서 건조하게 질문한다. 지금, 사회복지사는 알렉스의 서비스 수급 자격을 재빨리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래서 노숙자인지, 가정폭력 생존자인지, 어떻게든 지원책이 있는 클라이언트 범주에 집어 넣어 보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 어떤 서비스 범주에도 속하지 않기에, 특히 스스로 ‘학대 받았다’고 인정하지 않기에, 문제가 복잡해진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학대도 안 당했고 ‎집도 있는데, ‎여기는 왜 왔죠?”
    이도 저도 안 걸리니까, 사회복지사는 알렉스의 원가족을 탐색한다. 하지만 알렉스의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의존적이라서 자신을 이용해 먹으려고 붙어 있는 동거남과 위태롭게 사는 사람, 그리고 아버지는 이제는 개과천선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옛날에 알렉스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두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가해자다. 그러니 알렉스는 사실상 고아 같은 처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쩌면 심리적으로는 진짜 고아보다 더 괴롭고 외로울 수도 있다.)


     

    사회복지사: 뭐라도 알려줄 거 없어요? 무슨 기술이라든지?
    알렉스: ‎없어요. 
    ‎사회복지사: 알았어요, 잘 들어요. ‎정부 보조 주택을 신청하려면, ‎급여 명세서가 2장은 있어야 해요. 그러고도 대기자 명단이 길죠. ‎그동안엔 세인트카멀 ‎선교 단체에 자리가 있을 거예요. 
    알렉스: ‎매디를 그리 데려갈 순 없어요. 
    사회복지사: ‎데려가야죠. ‎일찍 가요, 방충제 뿌리고. 

    알렉스: 미안하지만, 여기서 해주는 게, ‎그게 다예요?
    사회복지사: ‎솔직히, 직장이 없으면 꼼짝달싹도 못 해요. 
    ‎알렉스: 그렇군요. ‎어린이집에 못 맡기면 ‎일 못 구하잖아요. 
    ‎사회복지사: 일을 잡으면 어린이집 보조금이 나와요. 
    ‎알렉스: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사회복지사: 있죠. ‎여기로 연락해 봐요. ‎"밸류메이드"
    ‎알렉스: 밸류메이드?
    사회복지사: ‎청소 용역 회사예요. ‎이직률이 높으니까 연락해 봐요. ‎당신이 갈 거라고 말해둘게요. 
    알렉스: 좋아요, 네, 고마워요. 
    사회복지사: 그래요
    ‎알렉스: 매디 데려가도 될까요?
    사회복지사: ‎면접에요? (고개를 가로젓는다.)

     

    <해설>

    누가 봐도 '근로 능력이 있어 보이는' 알렉스에게 복지 급여/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위기 상황(가정 폭력 등)에 알렉스가 처해 있다는 합리적인 이유나 증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알렉스는 '어떻게든 복지 급여/서비스를 받아내야겠다'는 태도가 아니다. 그냥 남자친구의 폭력적 행동을 더 이상 못 견디겠어서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왔다. 도움이 필요하니 관청에 가서 청하면 주겠지, 싶었나 보다. 그런데 사회복지사(조디)는 한동한 이상한(?) 호구 조사만 잔뜩 하더니, 거의 인연을 끊고 살고 있는 부모를 끌어들이고, 결국엔 어린 딸에게 방충제를 뿌리고 가야만 하는(왜냐하면 그냥 가면 이름 모를 벌레에 잔뜩 물릴 테니까) 선교 단체 임시 구호소에 가 있으란다. 알렉스가 남자 친구 집을 탈출한 이유는 오로지 어린 딸 아이를 더 이상 그런 폭력적인 환경에 두지 않고 싶어서, 였기에 그런 곳에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사회복지사 조디는 지금 알렉스와 대화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도움을 주고 싶다. 복지 정책이란 모두 수급 자격이 정해져 있고, 여기에 뭐라도 걸려야 급여/서비스가 나갈 수 있다. 알렉스는 근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사회복지사가 "솔직히, 직장이 없으면 꼼짝달싹도 못 해요" 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일을 해야겠지? 일을 하려면 딸 아이를 맡겨야 한다. 어린이집이 필수다. 그런데 어린이집에보내는 혜택을 받으려면 보호자에게 일이 있어야 한단다.

    잠깐만... 다시 정리해 보자. 뭐라도 혜택을 받으려면 무조건 직장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직장을 구하려는데, 일을 하려면 딸 아이를 맡겨야 한다. 해서 어린이집을 구해야 하는데, 혜택을 받아서 어린이집에 등록하려면 직장이 있어야 한단다. 양자가 서로를 근거로 물고 있는 뫼비우스 띠 상태다. 한 마디로,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조건이라는 뜻. 사실, 알렉스는 머리가 좋다. 그래서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 알렉스는 멍~한 표정으로 사회복지사 조디에게 말한다: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알렉스: 안녕하세요? 욜란다예요?

    욜란다: (경고하는 말투로) 또 소환장 주러 온 거면 당신 뒷구멍에나 박아. 
    ‎알렉스: 아니, 전 알렉스예요. 조디가 보내서 왔어요. 
    ‎욜란다: 아, 조디가 보낸 사람? ‎딱해라, 당신 말고 조디요. ‎사회복지사 일 진짜 힘들다니까. ‎가석방 중이에요?
    ‎알렉스: 아뇨. 
    ‎욜란다: 전과는? 
    ‎알렉스: 없어요. 
    ‎욜란다: 확인하죠. 신원 조회에 문제 있어요?
    ‎알렉스: 아뇨.  
    욜란다: 수당은 저기, 예외는 없어요. (‎"시간당 12달러 ‎청소용품 개인 구입") ‎신원 조회 이상 없고 ‎정직원이 되면 50센트 올려줘요. 

    ‎알렉스: 정직원요, 좋네요. ("500달러")
    욜란다: ‎네, 근데 정직원 돼도 주 40시간 못 해요. ‎회사 규정상, ‎하루 6시간 이상 일 못 하죠. ‎6시간이 넘으면 ‎여자들은 등이 아프기 시작하고 ‎내 가슴은 찢어지거든요. ‎근데 보험 못 들어주니까, ‎그래서 제한하죠, 하루 최대 6시간. 

    알렉스: ‎알았어요. ("375달러")

    ‎욜란다: ‎관광 철이 지나서 빈자리는 하나뿐이에요. ‎피셔아일랜드에서 매주 3시간 청소. 
    ‎알렉스: 한 자리요? ("37달러 50센트")
    ‎욜란다: ‎유니폼은 25달러예요. ‎첫 급여에서 제할 거고요. 
    ‎알렉스: ("12달러 50센트") 재직 증명은 얼마나 빨리 ‎가능할까요? 급여 명세서요. 
    ‎욜란다: 일의 앞뒤가 바뀌었네요. ‎지금은 당신을 시험해 보는 거예요. ‎아직 (정식으로) 채용된 거 아니에요. 차는 있어요? 
    ‎알렉스: 네. 
    욜란다: ‎페리 정기권은 제공해요. ‎하지만 기름값이랑 ‎통행료는 당신이 내요. ‎청소용품도요, 걸레, 장갑, ‎기본적인 건 다, 다이슨 빼고. ‎다이슨은 일 끝나고 ‎직접 돌려줘야 해요. 아니면 일당은 없어요, 알았죠? 
    ‎알렉스: 네. 
    욜란다: ‎좋아요, 1시까지 갈 수 있죠? 서류 줄게요. 
    알렉스: ‎아, 오늘 시작해요?

    욜란다: ‎좋은 소식이죠, 빈털터리 아가씨?
    ‎알렉스: 잘됐네요. 

     

    <해설> 

    알렉스는 사회복지사 조디의 소개를 받아서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욜란다를 만나러 간다. 욜란다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말투가 직선적이고 (아마도 본인 먹고 살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상대방을 살뜰하게 배려해 주지는 않는' 사장이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이유로 너무나도 급하게 직업이 필요한) 알렉스를 상대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면접 질문을 쉴 새 없이 날린다. 그렇게 욜란다가 말하는 노동 조건은 정말이지 (가난한) 육체 노동자에게 가혹하다.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노동자가 사야 하고, (너무 힘든 일이라서) 마음대로 길게 일하지도 못하는데 그마저도 일감이 거의 없다. 전문 용어로 '얄짤없다.' 그 사이에 알렉스 머릿 속을 채웠던 상상 속 급여는 최초 500달러에서 375달러로, 37달러 50센트로, 12달러 50센트로 속절없이 줄어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기회를 잡는 수밖에.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자질구레한 청소용품을 사고, 차에 기름을 넣고, 통행료를 내면서 상류층이 사는 섬으로 가야만 한다.  


    ‎"12달러 35센트"
    ‎"3달러 45센트"
    "3달러 17센트"

    "‎2달러 46센트"

    "2달러 10센트"

     

    <해설> 

    알렉스가 청소용품을 사고, 남은 돈은 3달러 45센트. 우리 돈으로 따지면 5천원 남짓. 이 돈으로 기름값과 (도로) 통행료를 내야 한다. 알렉스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데 미터기가 떨어지는 모양을 뚫어지게 관찰한다. 일하러 가는 동안 차가 멈추지 않을 정도로만 기름을 넣을 수 밖에 없다. 호주머니 속 푼돈이 줄어드는 동안, 알렉스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사람이 가난을,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너무나도 훌륭하게 표현한 명장면이다!) 


    알렉스: (엄마가 살고 있는 트레일러에 와서 문을 두드리며 딸을 찾는다) 매디! 안에 있니? (어렵게 엄마를 찾고) 엄마, 부르는 소리 못 들었어? 대체 뭐야? 

    폴라(알렉스의 엄마): 불러? 난 전화를 수도 없이 했다.

    알렉스: 알았어, 매디는 어딨어? 

    폴라: 나도 내 생활이 있어. 종일 애나 볼 순 없어. 할 일이 있다고. 내 일이. 

    알렉스: (트레일러로 뛰어가며) 바질, 이 안에 있어요? 문 열어요! 

    바질(폴라의 애인): 매디는 여기 없어.  

    알렉스: 애는 어딨어요? 

    바질: 넌 연락도 안 되고, 네 엄마는 지쳤길래, 션 한테 데려가라고 했어. 

     

    <해설> 

    알렉스는 엄마인 폴라에게 임시로 딸을 맡기고 일을 다녀 온다. 하루 종일 밥을 먹지 못한 탓에 고객 집에서 청소 일을 하다가 기절하기까지 하고... 하지만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고 아이를 데리러 폴라에게 왔는데, (어머나!) 아이가 없다. 폴라가 알렉스의 딸을 아이 아빠이자 알렉스의 남자친구인 션에게 보냈단다. 당황스러운 알렉스. 바로 그 인간에게서 벗어나려고 한밤 중에 아이를 들쳐 메고 탈출해 나왔는데, 그리고 하루 종일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애를 썼는데, 돌고 돌아 결국 그 사람 손바닥이라니... 


    션: 애는 괜찮아, 자고 있어. ‎같이 목욕하고 ‎국수도 먹였어. ‎배 안 고파? ‎저녁 거의 다 됐는데, ‎아일랜드식 스튜야. ‎씨발! ‎오늘 한 잔도 안 마셨어. ‎그러지 말고, ‎알렉스. ‎나 노력하고 있잖아. 이봐

    알렉스: ‎저녁은 안 먹어. ‎매디 데리고 갈 거야. 
    션: ‎너 때문에 진짜 겁난다‎한밤중에 몰래 집을 나가? ‎내 자식을 위험에 처하게 해?  ‎맛 간 사람한테 맡겨 놓고? 너 제정신이야?
    알렉스: ‎나 안 돌았어, 설거지 안 했다고. ‎한밤중에 열 받아서 ‎날 깨우고 벽에 구멍 낸 건 너잖아. 
    션: ‎너무 많이 마셨어, 내가 심했지. ‎너무 심했어, 미안해. 
    알렉스: ‎어젯밤 매디 머리에서 ‎유리 조각 골라냈어. 

    션: ‎지금 진심이야? ‎좋아, 어쩔 계획인데? ‎어디 갈 거야? ‎돈 버는 사람은 난데, ‎내 친구들이랑 어울리게 해주고, ‎내 트레일러에 살게 해주고, ‎내 맥주랑 내 음식 먹게 해줬는데, ‎나한테 빌붙어 살아놓고, ‎내가 다 해주잖아. ‎넌 여기서 나가면 아무도 없어. 
    알렉스: ‎알아, 나 완전 혼자에 ‎엉망인 거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다신 매디 머리에서 ‎유리 조각 안 치워, 절대로. 

     

    <해설>

    다시 그 남자친구 집으로 향하는 알렉스. 천사 같이 잠든 어린 딸, 매디 뺨에 뽀뽀를 하고 안고 나온다. 그 앞을 가로막는 션. 어쩌면 알렉스가 영원히 떠나리라는 사실을 직감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늘 그랬듯이, 이러다 말겠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엔 심각한 알렉스. 모든 엄마가 그러하듯, 자신이 아프고 힘든 일은 얼마든 참고 견딜 수 있지만, 어린 딸 매디 머리에서 깨진 유리 조각을 골라내야 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다. 그러나 순진해 빠진 알렉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션. 약점을 파고들어 본다. 한 마디로, 알렉스는 갈 곳이 없다. 자립할 능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 알렉스도 알고 있다: "알아, 나 완전 혼자에 엉망인 거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녀 말처럼, "다신 매디 머리에서 유리 조각을 치우지 않기로 결심했다."


    욜란다: (알렉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렉스: 욜란다, 다이슨, 알아요.

    욜란다: 레지나가 청소 맘에 안 든대요. 

    알렉스: 네? 

    욜란다: 정원 가구에 청소 얼룩 남았다고 전화 왔어요. 가서 제대로 다시 해요. 

    알렉스: 못 해요. 직므 포트햄스테드인데, 딸이랑 같이 있어요. 

    욜란다: 내 알 바 아니죠. 일할 거예요? 돈 받고 싶어요? 다시 가요. 

    알렉스: 페리만 편도 45분인데. 

    알렉스: 그럼, 바로 가야겠네요. (전화를 끊는다.) 

     

    <해설> 

    그렇게 호기롭게 나왔지만, 역시나 현실은 차갑지만 하다. 갑자기 욜란다가 전화를 해 온다. 낮에 섬에 들어가서 청소한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고객이 컴플레인을 걸었단다. 당장 차에 기름 넣을 돈도 없는 처지인데, 편도만 45분 거리에 있는 섬에 다시 들어가서 일을 하란다. 아직 받지도 못한 적은 임금을 그나마 받으려면 다시 들어가는 수밖에는 없단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는데, 하필이면 이 순간 딸 아이가 한국으로 치면 다이소 매장 같은 곳에서 싸게 산 애착 인형을 길가에 떨어뜨린다. 그리고 칭얼댄다. 길가에 잠시 차를 대고 어두컴컴한 도로변 풀밭에서 인형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난다. 매디가 타고 있는 차에 어떤 차가 와서 박아 버린 교통사고 발생! 이젠 어쩔 도리가 없다. 절대로 연락하고 싶지 않았던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섬으로 들어가는 페리호 선착장에 도착한 알렉스와 매디. 원래는 섬으로 다시 들어가서 일하려고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이젠 별로 의미가 없다. 배를 탈 돈도, 섬에 도착해서 고객 집으로 갈 차도, 챙기고 싶은 마음도 더 이상 없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선착장 한 켠에 주저 앉아 버리는 알렉스.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그 옆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 아마도 '여기 웬 노숙자 모녀가 자리를 펴고 앉아 있네' 라고 생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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