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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으로 사회사업을 실천하는 일은 왜 어려울까?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1. 29. 08:56728x90반응형
강점관점으로 사회사업을 실천하는 일은 왜 어려울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사회복지사가 자기 역할을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전문가다. 전문가는 어떤 사람인가? 남들은 모르는 걸 많이 아는 사람, 좀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배타적인 지식/정보 체계를 가진 사람"이다. 우리가 의사나 변호사를 전문가로 취급하는 이유는,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걸 자기들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 독점'이야말로 전문가 정체성에서 핵심 개념에 속한다.
그런데 '독점'에는 '권력' 개념이 숨겨져 있다. 지식이나 돈은 누구나 가지려고 하는 가치요 재화다. 누구나 가지려고 한다는 말은 필연적으로 경쟁이 발생한다는 뜻이고, 경쟁이 발생한다는 말은 누군가는 가질 수 있지만, 누군가는 가지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가지냐 못 가지냐는 규칙이 가르고, 이 규칙은 힘이 있는 사람이 정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결국 전문가란 힘(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규칙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이고, 힘을 발휘해서 타인을 끄는 사람이다.
사회복지사는 전문가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힘(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렇다면 권력은 무엇인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힘이란 누구나 가지게 되면 휘두르고 싶어지는 묘한 쾌감(?)이 있다. 사람이 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는 그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에게 견제없는 힘(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힘(권력)은 인간에게 사용을 강제하는 특성이 있다. 힘은 있으면 행사되는 게 자연 법칙이다.
그러므로 사회복지사가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말은, 정말 본질만 이야기한다면, '힘(권력)'을 갖고 싶다는 말이 된다. 우리는 어째서 돈벌레 등으로 욕을 하면서도 의사나 변호사를 높이 평가할까?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견제가 별로 없는 자율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점관점으로 일한다는 말은, 상대에게 권한(힘/권력)을 부여한다는 'empowerment'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최소한, 내가 가진 힘(권력)을 상대보다 앞세우지 않겠다는 태도가 전제되어 있어야만, 강점관점으로 일할 수 있다.
말은 강점관점으로 일하고 싶다고 하면서,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권위도 인정받고 싶어한다면? 본질적으로 심각한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강점관점으로 일하겠다는 말은, 권위주의와는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형식적인 권위주의 뿐만 아니라, 약한 상대를 내려다보는 그 모든 태도와 관점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행위다. 이래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강점관점으로 사회사업하기가 어려운 거다. 상대방에게 실질적으로 권위(힘/권력)을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 사회복지사가 자신을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강점/자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내가 주도하겠다는 태도다. 아무리 웃고 다니면서 나긋나긋하게 말한다고 해도, 결국은 '내가 옳고, 내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태도를 엿보이는 셈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나는 취약해 보이는 상대를 진정으로 존중했는가? 그에게 진정으로 권위(힘/권력)을 부여했는가? Empowerment 가치를 실천했는가?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와 느슨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도움받는 상대를 존중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가정하자. 상대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내가 숭상하는 가치부터 모든 생각을 상대방의 가치와 생각보다 우선시 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다고 치자. 강점관점을 실질적으로 실천하고자 마음 먹었다고 가정하자. 조직이 바뀌지 않았는데 이런 가치/생각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겠는가? 수직적인 조직, 효율성을 강조하는 조직에서 권한을 상대에게 부여하는 방식을 기다려 줄 수 있겠는가?
이런 차원에서는 개인이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조직 속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무슨 대단한 힘이 있겠나? 조직은 압도적으로 힘이 세다. 하다 못해 간단한 보고서도 개인 마음대로 쓸 수 없고 작은 양식조차도 개인이 바꿀 수는 없다. 여전히, 대단히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효율성만을 앞세우는 조직 안에서는 강점관점 실천이 아니라, 그 무엇도 제대로 실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수평적인 세계관을 전제하는 강점관점실천은 더 말해서 무엇하랴.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나, 아무 기관이나, 강점관점으로 실천하지 못한다. 강점관점 실천이란, 지역 주민을 만날 때 책에서나 나오는 멋지고 고급진 질문(예컨대 기적질문)을 날린다고 달성할 수 있는 테크니컬한 대상이 아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나 구조적 차원에서나, 수평적인 질서와 소통, 반 권위주의와 단단히 결합해야 비로소 시작을 할 수 있는, 대단히 실천하기 어려운 거다. 그러니 강점관점실천을 쉽게 생각하지 마시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와 기관의 관점/태도가 바뀌어야, 겨우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고차방정식이다.
2022년 1월 29일 이재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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