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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강점관점실천과 창의성)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2. 14. 07:48728x90반응형
“사회복지기관에서 중간관리자로 근무 중이며, 특히 사례관리팀에서 일하고 있어서 사례와 실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해가 갈수록 제가 입주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원하고 있는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강점관점으로 지원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여러 복지 현장의 사례와 실천 경험을 접하고 싶어서 신청해봅니다.”
“매년 사례관리 교육을 받지만, 교육 내용이 현장과 상이한 부분이 않아서 더 깊이 공부하고 싶습니다.”
이상은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주간 뉴스레터를 구독 신청하신 동료들께서 남겨 주신 신청 동기 중 일부다. 400명에 달하는 동료들께서 남기신 메시지 중에서 가장 전형적인 내용을 뽑아 보았다. 키워드는 ‘사례’.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는 분들께서 가장 원하시는 바는 결국 ‘사례’인 것 같다. 동료들께서 그토록 접하고 싶어하시고 관심을 보이시는 사례에 대해서 내가 생각한 바를 몇 자 적어 본다.
최근 10년 간 사회복지 현장에서 나온 책을 돌아보면, 사례 경험담을 수필 형태로 쓴 책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나는 그 모든 책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 사회사업 업계가, 현장이 드디어 내부적으로 성장을 해서 외부적으로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예컨대 아주 오랫동안 지적인 면에서 일방적으로 의존해 왔던 대학으로부터 현장이 독립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제 현장 실무자들은 더 이상 교수님들께서 내려 주시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은 외국 이야기나, 실질적이지 않은 뜬구름 이야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이 써 놓은 사례담을 어떻게 소화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관점은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 듯 싶다. 더 나아가서 사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논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회복지사들이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 헤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례를,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는 바를 ‘뜬구름 잡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열쇠라고 여겨서인 듯 하다. 혹은, 관련 이론을 깊이 학습하고 이해하고 숙성시켜서 손과 발까지 내려오게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대안으로 선택하는 대학원은 전혀 답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대학원은 결국 ‘학자가 되는’ 길을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한 사회복지사들은 지나치게 아카데믹하게 설정되어 있는 커리큘럼 속에서 사망(?)에 준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예컨대, 통계나 영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떠올려 보라), ‘나는 그저 내 실천이 조금이라도 더 의미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걸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그러니 돈만 들고 실질적인 영양가는 (승진을 위한 스펙이라는 면을 제외하면) 별로 없는 대학원도 매력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타인이 적어 놓은 사례담을 읽게 되면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아… 우리 기관 세팅에 딱 맞지는 않네” 혹은 “도움이 되기는 한데… 조금 이상적인데?” 왜 그럴까? 당연하다! 저 기관은 내가 일하는 기관과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르든지, 체계가 다르든지, 아무튼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하다! 내가 일하는 세팅과 저 기관이 움직이는 세팅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독립적이고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바꿀 건 바꾸고 따라할 건 따라해야 한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그래서 귀찮은 일은 하기 싫고 할 수도 없다고 해도, 이 과정을 주체적으로 해 내지 못하면,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거의 완벽하게 수동적으로 받아만 먹는 아기새 신세나, 감나무 아래에서 내 입에 딱 들어 맞는 열매가 떨어질 때까지 입만 벌리고 누워있는 사람 처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아울러, 이 지점에 도달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론이 왜 필요한지, 뜬구름 잡는 공부가 어째서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뜬구름 잡는 느낌은 이론이 가지는 추상성 때문인데, 여러 구체적인 사실을 포괄하려면 추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추상적이어야 하는 이론에게 너는 왜 추상적이냐, 라고 묻는다면, 이 질문을 듣는 이론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문제는 이론이 가지는 추상성이 아니라, 이론과 실제를 연결짓는 능력을 갖추느냐 못 갖추느냐, 이다. 사실, 우리가 교수님들께 원하는 바도 바로 이런 다리 역할 아닌가? 교수님들을 싸잡아서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다. 내 박사과정 지도 교수님 말씀에 기억난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학교에 오려고 보니, 내가 현장에서 근무했던 경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더라.” (이 글 주제를 벗어나기에 이 부분은 여기서 마무리.)
한편, 나는 이 논의를 강점관점실천까지 끌고 가고 싶다. 강점관점실천이란 한 마디로, 기존 서비스 체계에서 벗어나는 흐름이다. 우리가 정해진 문제 유형을 접하고, 기관 안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정해진 서비스 목록 중에서 일부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체계 안에서는 상상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그냥 있는, 고정된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만 수행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점관점실천에선 다르다. 예컨대, 해결중심모델에서는 개입 목표를 잡을 때 내담자에게 열린 질문을 한다: “앞으로 당신 삶이 어떻게 바뀌길 원하십니까?” 혹은 사람중심계획(PCP)에서는 전문가가 보기에 중요한 것(important for)보다 당사자가 보기에 중요한 것(important to)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개방 질문을 상대에게 던지는 순간, 결정적인 일이 벌어진다. 그가 원하는 삶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서비스 유형, 목록, 범위를 넘어서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하는 걸 물어보는 행위가 실질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답변자가 원하는 바가 지금 당장 우리에게 없는 것이라고 해도 존중해야 한다. “아~ 그건 지금 우리에게 없어요. 다른 걸 이야기해 보세요.” 이렇게 말해야 할까? 그렇다면 왜 물어보았나? 어차피 불응할 거면서. 어차피 들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주의하시라. 나는 지금 본질을 이야기 하고 있다. 강점관점으로 뭔가를 한다는 뜻은, 단순하게 상대의 강점을 대신 발견해 주는, 마치 마음 좋은 동네 아저씨/아주머니가 되어주는 일이 아니다. 그가 원라는 바가 실질적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우선시하겠다는 중대한 선언이다. 주도권을 전부, 혹은 최소한 절반 이상은 상대에게 넘기겠다는, 권력(power) 포기 선언이다. 우리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는 말을 어떻게 번역해 왔는가? 권한 부여? 너무 약한 말이다. ‘권력 이양’이 맞다.
그래서 강점관점으로 실천하겠다는 사람에게 ‘남의 사례’는 별로 의미가 없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마다 원하는 바는 다르고, 그 다양한 바람, 꿈, 희망을 이루어 나가는 속도와 방식도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그대가 강점관점으로 실천하겠다면서도 그럴 듯하게 보이는 좋은 사례를 찾아 다닌다면, 지금 당장 내 앞에서 고유하고 독특한 바람을 말하는 사람에게 과거에 다른 사람이 도왔던 또 다른 사람 이야기를 앞세우겠다는 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대에게 필요한 건, 이론과 창의성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많은 사례를 연결짓고 있는 원리를 포착해서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이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내가 그 모든 경로를 말할 순 없다. 나는 그대가 아니므로. 다만, 힌트를 드리자면, 어쨌든 시작점은 ‘비현실적’이라는 말은 잠시 접어둔 상태에서 당사자가 원하는 삶, 꿈, 희망을 있는 그대로 들어 보시라. 지금 당장 해결해주거나 이룰 수 있도록 돕지 못한다고 좌절하거나 하지 말고, 일단은 들어 보시라. 그리고 당사자와 함께 상상하시라.<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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