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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초보자가 넘어야 하는 허들 세 개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3. 26. 19:45728x90반응형
초보자가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적어도 허들 세개는 넘어야 한다. 첫 번째 허들은 글쓰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글쓰기에 자신이 없지만, 좋은 글을 보는 눈은 가지고 있다. 어떤 글을 읽고 왜 좋은지와 왜 안 좋은지를 분석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좋은 글은 직관적으로 딱, 알아본다. 아울러 사람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로 쓰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일이 두려워진다. 글솜씨는 내 지적 능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기준이니까. 사람들이 내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테니까.
하지만 뭔가 쓰는 행위 자체가 공포스럽다면 아무 것도 쓸 수 없다. 누구나 멋진 문장을 구사하고 싶고, 긴 호흡으로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 부디 욕심을 줄이시라. 평가를 두려워 마시라. 일단은 부족하더라도 아무 것이나 쓰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쓰기 시작하면 곧바로 느낀다: 우리 손은 서툴러도, 우리 머리는 똘똘하다. 그냥 막 쓰려고 해도 머리가 움직여서 어느 정도는 질서를 잡아준다. 최소한 영 엉뚱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 챌 수 있도록 알려 준다.
두 번째 허들은 단락쓰기다. 뭐든지 일단 쓰기 시작하면 문장 여러 개가 모일 터. 그런데 생각나는 대로 문장을 쭉 나열한다고 해서 모두 글이 되는 건 아니다. 글이란 '쫀쫀하게' 응집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은 시냇물처럼 끝없이 흐르지만, 글은 생수병에 담긴 물처럼 일정한 모양을 갖춰야 한다. 물 모양을 일정하게 잡아주는 이 플라스틱 페트 병이 단락이다. 여기에는 질서가 있다. 우리는 이 질서를 배워야 한다. 최소 단위 질서인 단락 개념과 단락쓰기 규칙을 익혀서 그대로 따라야 짜임새 있는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단락쓰기를 익힐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두괄식 쓰기다. 단락은 통일성, 연결성, 충분성 원리를 따라야 하는데, 이를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두괄식 전개법이다. 말 그대로, 두괄식이란 주제문이 단락 맨 앞에 나오는 형식이다. 학창 시절에 반장을 뽑아서 반 대표로 앞에 세웠듯이, 단락을 이루는 여러 문장 중에서 대표 선수를 뽑아서 맨 앞에 배치한다. 그러면 문장에 질서가 잡히고 응집력이 생기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보인다. 한 문장을 앞에 쓰고 그 문장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문장을 이어서 써 나간다.
세 번째 허들은 전체적인 글 구조다. 힘겹게 노력해서 한 단락 정도까지는 어떻게든 써 보겠는데, 글이 길어질수록 전체적인 글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막막하다. 이 허들을 피해서 옆으로 슬며시 지나갈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뭔가를 베끼는 글이 아니라 내 생각을 담은 그럴 듯한 글을 쓰려고 한다면, 다른 길은 없다. 내가 스스로 전체 글 구조를 생각하고, 내가 스스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물론, 모든 기술에 기본기가 있는 것처럼, 글 구조를 짜는 기술도 기본기가 있고, 기본 패턴이 있다. 모든 복잡한 구조는 결국 기본 구조가 확장된 구조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본 구조를 잘 익혀 두면 지름길로 갈 수 있다.
여기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글 구조 패턴 두 가지를 정리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할 사항은, '내가 쓰려는 글' 성격이다. (1) 어떤 대상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설명하는 글인지, (2) 정도가 약하더라도 그 대상에 관해서 내가 품고 있는 생각을 주장하는 글인지 구분한다. 조금 풀어서 썼지만, (1)번 글은 '설명'이고, (2)번 글은 '주장/논증'이다. 실제로는 설명과 주장/논증을 분명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설명에 주장/논증을 섞을 때도 많고, 주장/논증에 설명을 섞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략적으로라도 이 두 가지를 구분해야 적절한 글 구조를 설계할 수 있게 된다.
(1)번 글, 즉 어떤 대상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설명하는 글은 어떤 구조를 취할까? 간단하다. 설명할 내용이 적으면 한 단락으로 쓰면 된다. 이때 어떤 식으로든지 기준과 순서를 정해서 쓰면 좋다. 예컨대, 시간 흐름에 따라서 '벼가 자라나는 과정'에 대해서 쓸 수 있고, 공간 순서에 따라서 '우리집에서 학교에 가는 길'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설명해야 할 내용이 한 단락 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면? 여러 단락으로 나누어서 쓰면 된다.일정한 순서에 따라서 '첫째, 둘째, 셋째, ...' 이런 식으로 여러 개 단락을 쓰면 된다.
한편, (2)번 글, 즉 어떤 생각을 주장하거나 논증하는 글은 어떤 구조를 취하면 좋을까?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를 설계할 수 있겠지만, 기본 패턴으로서 3단 구조를 제안하고 싶다: (ㄱ) 대상을 소개하는 단락.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경험이나 에피소드를 쓸 수도 있고, 추상적인 개념을 소개할 수도 있겠다. (ㄴ) 대상에 관해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내용을 기록하는 단락. 내 생각을 피력하기에 앞서서 해당 대상에 관해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바를 적는다. 달리 말하자면, 소재에 대해서 이미 알려져 있는 내용을 쓴다. (ㄷ) 일반적으로 보편적인 생각과 다른 내 생각을 기록하는 단락. 이 부분은 3단 구조 패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아무리 작고 사소하더라도 해당 대상에 대해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각을 적는다. 이때 내 생각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바와 반대일수록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밝힌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보겠다:
(ㄱ) 글감을 소개하는 단락: 오늘도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하루 종일, 조금씩 조금씩,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렸다. 오후에 창밖을 내다 보니 10cm는 족히 쌓인 것 같다.
(ㄴ) 글감에 대해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내용을 소개하는 단락: 이 하얀 눈을 보고 사람들을 어떻게 말할꼬. 누가 보더라도, '아름답다'고 말할 것 같다. 혼탁한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눈을 보고 '깨끗하다'고 말할 것도 같다.
(ㄷ)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나만의 주장: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눈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아니라, 예뻐 보이는 쓰레기 혹은 방해물에 가깝다. 왜냐하면 나는 군인이기 때문이다. 눈이 오면 치워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는 3단 구조라고 소개했지만, (ㄱ) 단락과 (ㄴ) 단락을 한 단락으로 합칠 수도 있고, 그러면 2단 구조가 된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분량이다. 내용이 적으면 보통은 합치는 편이 더 좋겠다. 하지만 연습을 할 때는 굳이, 일부러, 억지로라도 위 공식에 맞춰서, 3단 구조로 써 보는 편이 낫겠다. 왜냐하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본 패턴이기 때문이다. 기본 패턴을 충분히 익혀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아야만 좀 더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패턴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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