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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실력을 쌓는 출발점: 부연(敷衍)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3. 19. 11:43728x90반응형
어쩄든 글쓰기는 여러 문장을 쓰는 행위다. 머릿 속에 아무리 생각이 많아도 일정한 순서에 따라서 질서 있게 문장을 써 내지 못하면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해서 가장 많이 힘들어 하는 부분도 뭔가 쓸 내용은 많은데 막상 쓰게 되면 횡설수설하게 된다, 가 아닌가. 해서,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기술은, 계통을 따라서 글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갑자기 혼잣말) 이게 아니지. 말이 어려워지고 있다. 쉽게 써 보자. 그래, 이렇게 말해 보는 건 어떨까.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주어와 술어 하나만 있는 단문으로 써 보자고. (예: 나는 계절 중에서 봄을 좋아한다.) 그 다음에 좀 전에 쓴 그 문장을 복사하자고. 내용은 똑같이 유지하되, 길이만 조금 더 길게 써 보자고. (예: 여름이나 가을, 겨울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겠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봄을 이길 수는 없단 말이다.)
이 기술을 어려운 말로 부연(敷衍)이라고 칭한다. 펼부(敷)에 넓을 연(衍)을 합성한 단어로서, 어떤 대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여서 자세히 말하는 것이다. 조건이 두 가지다: (1) 내용은 똑같아야 한다. 앞 문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2) 길이가 늘어나면서 자세하고 구체적인 표현이 나타난다. 내용이 똑같다고 표현까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달라지되 세부적인 표현이어야 한다.
글쓰기란 보편과 특수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우선, 모든 글은 보편성을 가진다. 보편성을 가진다는 말은 글쓴이와 읽는이 사이에 공통 분모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글쓰기에서는 거의 언제나 독자를 상정한다. 오로지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은 별로 의미가 없다. 글이란 사회적 소통 수단이라서, 심지어 일기조차도 현재 살고 있는 내가, 미래에 일기를 읽을 나에게 남기는 사회적 언어이다.
다음으로, 모든 글은 특수성을 가진다. 특수성을 가진다는 말은, 글쓴이가 쓴 기록은 그를 제외하는 사람들 모두가 하는 말과, 아무리 차이가 적더라도, 내용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다. 뭔가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글에 의미가 생긴다. 뻔하기만 한 내용을 담은 글은 지루할 뿐만 아니라, 읽는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위 두 단락을 요약하자면, 글은 보편적이기만 해서도 안되고(모두가 다 아는 보편적인 내용만 써도 안되고), 특수하기만 해서도 안된다(오로지 나만 아는 특수한 내용만 써도 안된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대상/주제에 대해서 써서 보편성을 확보하면서도, 나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과 생각을 가미해서 특수성도 담보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공통 분모에 나만이 알고 있는 특수한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 글쓰기다.
따라서 글쓰기란 기본적으로 설명이다. 설명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대상을 쇱게 풀어서 쓰는 글쓰기 방식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설명을 잘 한다. 특히, 사람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대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는 능력이 좋다. '풀어낸다'는 표현을 주목해 보자. 좁은 공간에 엉켜 있어서 뭔지 알기 어려운 대상을 좀 더 넓은 공간에 두고 접혀 있는 부분을 펼치고 넓힌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설명이고 부연이다.
아, 어려운 이야기는 됐고! 한 마디로, 부연은 '뜻풀이'다. 설명이고 부연이고 어려운 개념을 잘 모르겠으면, 그냥 일단 문장을 하나 쓰고, 그 뒤에 앞문장 뜻을 풀이하는 문장을 써 보라. 그러면 문장 길이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표현은 구체적이고 자세해 질 것이다. 글쓰기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충분히 긴 글, 뭔가 있어 보이는 글을 쓰겠다는 야심은 버리자. 욕심을 아주 그냥 확 줄여서, 딱 두 문장만 써 보겠다고 생각해 보자. 이것만 기억하자: 두 번째 문장은 첫 번째 문장과 내용은 똑같지만 길어져야 한다.
두 문장 쓰기(부연 문장 쓰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세 문장 쓰기에 도전해 본다. 두 문장 쓰기 연습이 충분하다면 세 문장 쓰기는 그리 어렵지는 않을 터. 세 문장 쓰기가 익숙해지면 네 문장 쓰기, 다섯 문장 쓰기... 이렇게 이어질 수 있겠다. 여기에서 두 번째 문장 이후 문장은 모두 첫 번째 문장에서 파생된 문장이므로 자연스럽게 일정한 질서가 생긴다. 이 질서를 '단락이 품고 있는 소주제'라고 칭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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