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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질문을 잘 하려면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3. 31. 08:05728x90반응형
<어르신 상황>
한센병으로 한 쪽 다리 절단, 남은 다리도 기능 손상, 양손 손가락 장애, 감각 소실, 전맹, 안면 변형, 치아 전체 소실, 게다가 위장 장애를 가지고 계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70대 어르신으로서 이렇게 육신이 약하시지만 규칙적으로 라디오를 듣고 전화번호를 많이 외워서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하십니다.
<대처질문 예시>
_ 할머니: 내가 육신이 이래 약하고 소화가 안되서 밥도 쪼매 밖에 못 먹는다.
_ 김정현 사회사업가: 할머니 이렇게 육신이 약하신데도 어떻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틈틈이 노래도 하실 수 있어요?
_ 할머니: 내 마음에 담대함을 가지려고 했지. 담대함, 용기. 몸은 비록 쇠약해도 그래도 살아낼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려고 했지.
_ 김정현 사회사업가: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_ 할머니: 이런 몸이라도 하나님이 살게 하실 때는 이유가 있겠지. 몸은 약해도 성좌원을 위해 할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나. 성좌원을 위해서 기도하고...
_ 김정현 사회사업가: 역시. 할머니의 기도 덕분에 우리가 삽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는 3월부터 '차근차근 해결중심상담 기본과정(제 2기)'을 운영하고 있다. 3개월(12주) 동안 완전히 실습 위주로 해결중심 질문을 배우고, 함께 연습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클래스다. 수도권을 비롯해서, 강원도 동해, 전라남도 진도, 경상북도 안동 등 전국 각지에 살고 계신 사회사업가 동료 여덟 분께서 해결중심 질문을 배우기 위해서 참여하고 계신다. 3시간 단회 교육에 익숙한 우리 업계 현황을 생각한다면, 장장 3개월 동안, 바쁘디 바쁜 평일 저녁에, 개인 돈까지 들여서, 이 어색하고 어려운 질문법을 배워 보겠다고 덤벼드신 동료들은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참말로 어리석은 분들이시다.
그 중에서도, 한센인을 위한 거주시설인 안동성좌원 요양복지관에서 일하고 계신 김정현 선생님께서는 (다시, 긍정적인 의미에서) '조금 더 어리석은 분'이시다. 이 선생이 가르쳐 드린 질문 기술을 '무작정(?!)' 사용해 보셨단다. 헬렌 켈러가 와도 울고 갈 지경으로 온갖 중복 장애를 가지신, 그래서 어찌 보면 하루 하루 살아 내시는 게 용하신 어떤 어르신께 대처질문을 사용해 보셨단다. 그런데 웬걸, 이 어르신 입술에서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내 마음에 담대함을 가지려고 했지. 담대함, 용기. 몸은 비록 쇠약해도 그래도 살아낼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려고 했지." 맙소사. 우리는 새끼 손가락 끝을 조금만 다쳐도 아프다, 못 살겠다, 불평하는데, 이 어르신께서는 역대급으로 몸이 힘드시면서도 '담대함'과 '용기'를 가지려고 애쓰셨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느냐고 여쭈었을 때 어르신께서 내놓으신 두 번째 답변도 놀랍다: "몸은 약해도 성좌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나. 성좌원을 위해서 기도하고..." 당신께서 생활하고 계신 시설에 대해서 기도하시겠다는 말씀은, 곧 다른 분들을 위해서, 혹은 직원 분들을 위해서 기도하시겠다는 말씀이다. 지금 당장 내가 힘들어 죽겠는데, 타인을 위해서,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기도하시겠다는 말씀이다.
대처 질문(coping question):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요?"
대처 질문은 '칭찬(praise)'이라기보다는 '인정(recognition)'이다. 칭찬은 왠지 그 사람이 실제로 한 것보다 더 많은 찬사를 보내는 느낌이지만, 인정은 딱 그 사람이 이룬 성취를 좀 더 객관적으로 알아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개 칭찬을 받게 되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게 되지만, 인정을 받으면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김정현 선생님께서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설계하신 질문을 조금 더 자세히 뜯어 보자:
"할머니, 이렇게 육신이 약하신데도
어떻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틈틈이 노래도 하실 수 있어요?"
대처질문을 구사하는 상황은, 내담자가 '뭔가 힘든 조건을 견디거나 버티고 있는(더 나아가서 이겨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대처질문 앞에는 '저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라는 말이나, '보통은 그런 상황에서 포기하고 주저앉기 마련인데'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붙이게 된다. 왜냐? 만약에 내가 어떤 라디오 방송을 규칙적으로 듣는다고, 혹은 전화번호를 외워서 건다고 해 보자. 당연히,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다리 하나가 없고,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면서, 소화 능력도 대단히 취약한 어르신께서 하루도 빠짐없이 '규칙적으로' 라디오를 들으시고, 전화번호를 많이 외워서 전화까지 거신다면 어떨까. 대단한 일이다. 누가 보더라도 놀랄 만한 장면이다. 충분히 인정해 드려야 할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김정현 선생님께서 대처질문 앞에 '이렇게 육신이 약하신데도' 라는 어구를 붙이셨다는 건, 김정현 선생님께서 이 어르신이 보여주시는 놀라운 생명력에 자연스럽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을 품으셨다는 증거다.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잘 모른다. '또 있나요?' 질문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많은 사람들이 해결중심질문을 배우고 싶어한다. 그런데 배우기 시작하면 곧바로 벽에 부딪히는데, 이는 해결중심 질문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적질문' 같은 시그니처 테크닉을 열심히 달달달 외워서 구사했지만, 내담자가 자유롭게 답변을 시작하면 머리 속이 멍~해지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는 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증거. 첫째, 상대방이 가진 긍정적인 힘에 대해서 호기심이 없는 거다. 아직은 내가 던진 질문에만 관심이 머물고 있다는 의미. 둘째, 긍정적인 호기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질적인 질문 기술로 이어갈 수 없는 거다. 이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
그렇다면 해결중심 질문을 구사한 후에, 어떻게 후속 질문을 던져야 할까? 어떻게 상대방에 대해서 품고 있는 긍정적 관심과 호기심을 질문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이 출발점에 있는 질문이 바로 '(그 긍정적인 부분이) 또 있나요?' 질문이다. 이 질문은 해결중심모델 관련 책에서 공식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이름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유명한 고급 해결중심질문보다도 강력한 질문이다. 일단 긍정적인 대화가 시작된 후에, 이 기세를 몰아서 대화를 쭉 이어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질문이다. 김정현 선생님께서는 대처질문을 구사하신 후에, 어르신의 답변을 들으시고, 후속 질문으로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질문을 선택하셨다. 이는 '육신이 약하신데도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나요?' 질문 속에 담긴 호기심을 계속 이어가는 질문이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해결중심 질문은 '대화를 긍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다. 이 해결중심 질문을 잘 구사하려면 세 가지 요인이 필요하다: (1) 내담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긍정적인 능력이나 강점에 관한 '정중하면서도 강렬한 호기심'과 (2) 이 호기심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질문 기술. 대처질문('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요?')과 확장질문('또 있나요?')은 호기심과 기술이 만나는 교차점. 그렇다면, 마지막 한 가지 요인은 무엇일까? (3) 긍정적인 질문을 정말 잘 하려면, 숙련된 전문가에게 1:1로 피드백과 지도를 받으면서 연습을 해야 한다. 실제 상황에서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돌발 변수와 삼천포 상황(내담자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김정현 선생님께 드렸던 피드백>
먼저, 아주 잘 하셨습니다. 이유는, (1) 대처질문을 실제로 사용해 보셨다는 사실 자체 때문입니다. (2) ‘또 있을까요?’ 라는 질문으로 확장하셨기 때문입니다. (답변을 기호화한다면, A-1, A-2입니다.)
이제, 세부적인 질문을 더 적극적으로 이어 가신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예컨대, 어르신께서 ‘몸은 비록 쇠약하더라도 그래도 살아낼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셨던’ 계기나, 에피소드를 상세하게 끌어낼 수 있겠습니다. 답변을 들으시면서 마음 속에 뚜렷한 이미지가 떠올라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항목을 끌어내야 하고요. 만약에 하나가 나온다면? 두 개가 나올 수 있을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아마도 끝없이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정중한 호기심'을 최대한 발휘하세요.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질문해 보세요.
김정현 선생님께서 눈부시게 발전하시는 모습을 보니 선생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차근차근 해결중심상담 기본 과정(화요일반) 첫 수업 이야기>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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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 > 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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