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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요": 허황된 꿈이란 없다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4. 10. 22:12728x90반응형
피학대 생존자로서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A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던 실무자 선생님들은 조금 난감했다. 이 꿈을 지지해 주자니 너무나 '허황되고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고, 그렇다고 현실을 냉정하게 이야기 하자니 꿈을 짓밟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이 쉼터에서 일하고 계신 선생님들은 강점관점으로 하고 계시기에, 입소 청소년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꿈을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외면하거나 포기시키지는 않고 싶으셨다. 하지만 아무리 지지해 준다고 해도 '아이돌 가수'가 되는 꿈은 결국은 대단히 비현실적인 꿈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혹은 마음 편하게, A를 지지해 주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에 가족에 긍정적인 일이 생겨서 A가 기분이 아주 좋았던 날, A에게 애정을 가지고 도우고 계신 B선생님은 A가 어떤 생각으로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다시 말하자면, A의 관점에서) 들으면서 진심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쉼터 선생님들을 완전히 믿지는 못하던 A가 마음을 툭 터 놓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생겼던 것. A에게는 '좋은 이유'였던 그 이야기를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진솔하게 나누고 나니, B선생님은 나름대로 생각이 깊은 A가 기특해 보였고 인간대 인간으로서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고 한다. 무서운 학대를 경험한 생존자이기에 새로운 희망을 품기가 쉽지 않은데, 훌륭한 인성을 보존하고 있으면서 타인까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A가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그의 시각에서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 (1) 경제적으로 성공해서 사랑하는 현재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2) 미래 자녀에게 가난을 물려주기 싫어서. (3) 내가 가장 힘들 때 긍정적인 힘을 줬던 BTS가 진심으로 나의 우상인데(이 사람들 때문에 살아 남은 것 같고, 힘든 현실을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주었던 유일한 지원군이었음), 그들이 나에게 해 준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싶어서. (4) 나는 공부 쪽으로는 관심도, 재능도 없는 반면, 예체능 쪽으로는 관심도, 재능도 있는 것 같아서. (A는 본인은 모르는 것 같지만 패션 감각도 뛰어난 편이고, 운동 쪽으로도 재능이 있다고 함.) 공부 쪽으로는 자신이 없지만, 뭔가 분야를 잘 찾아서 끝까지 노력해 보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음.
나는 B선생님을 통해서 A청소년이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전해 들으면서, '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른들은 청소년이 말하는 '꿈'을 지나치게 '현실성' 기준 위에 올려 놓고 판단한다. 다시 말하자면, 청소년이 이야기 한 꿈이 구체적인 '직업'과 '생활'로(즉, 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냥 허황된 것' 내지는 '뜬구름 같은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긴... B선생님은 강점관점실천을 오랫동안 공부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오신, 내공이 깊은 분인데도, 한동안 '현실성'을 기준으로 A청소년의 꿈을 냉정하게 판단하셨다는 말씀을 고려해 보면, '현실성'에 대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준이 얼마나 높고 단단할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들어 주면서도 속으로는 "꿈 깨" 라고 말하는 셈.
갑자기 이런 질문이 마음 속에 떠올랐다: "상당히 중한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꿈을 물었을 때, 그가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의 꿈은 '허황된 것'일까?" 이 질문 앞에서 진심으로 솔직히 답해 보라. 혹시라도, 그대가 '허황되다'고 답했다고 치자. 나는 이런 생각이 기초하는 두 가지 전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1) 모든 꿈은 수직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즉, 이 구조에서 가장 높은 정점에는 '하고 싶은 일이 직업적으로 이어져서 성공적으로 돈을 버는 상태'가 있다. 이 지점 밑에 있는 모든 수준은 모두 (부분적으로는) '허황되다.' (2) 어떤 사람이 말하는 꿈은, 그 사람이 말한 액면 그대로이며, 최종적인 형태다. 그 이면에는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아무 것도 없다.
이 전제 두 가지는 참인가? 비판적으로 따져 보자.
먼저 첫 번째 전제부터 살펴본다. 꿈에는 크기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지구를 구하겠다는 원대한 꿈도 있지만, 단지 지금 이 순간을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있다. 그런데 오로지 크기로만 꿈을 평가하는 방식은 적절한가? 모든 꿈을 양적으로 계산한 후에 크기를 기준으로 한 줄로 세운다면 가장 커다란 꿈이 가장 좋은 꿈이 되겠지만, 이 방식이 적절하냐는 말이다. 그리고 이 수직적 구조에서도 정점에 존재하는 '직업적으로 이루는 꿈'만이 가치가 있고, 나머지는 방식은 가치가 없는가? 꼭 멋진 제복을 입고 회사(대기업이나 공군)에 취직해서 돈을 받으면서 비행기를 몰아야 꿈을 제대로 이루는 모습인가?
우리가 사회사업가로서 우리가 돕는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은 꿈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지나치게 수직적인 구조를 해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꿈은 외적인 양과 크기로만 재서는 안 되고, 현실성으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 오히려 질적으로 재야 하며, 내적인 만족감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평가와 판단 기준은 당사자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한 줄로 서 있는 꿈을, 수직적으로 쌓여 있는 꿈을, 평탄화해서 수평으로 넓게 펼쳐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우면서도 속으로 '으이그...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진짜 꿈은 저기 있는데... 이건 다 가짜고, 흉내만 내는 건데...' 라고 비웃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 전제도 생각해 보자. 위에 언급한 청소년 A는 '아이돌 가수'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말한 셈이다. 아이돌 가수는 그가 경험한 세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돈을 잘 버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만약, 돈을 잘 버는 방법은 아이돌 가수가 되는 방법 외에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광활한(?) 직업 세계를 탐색하면서 이미 잘 알고 있었다면, A가 '아이돌 가수'가 꿈이라고 말했을까? 그러니 꿈을 너무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아니된다. 표면적인 말 너머에 있는 의미와 맥락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A는 (1)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경제적 안정을 얻고 싶다). (2)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 (3)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 (4)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파일럿이 되고 싶어하는 발달장애인 사례를 생각해 보자. 그가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말한 이유는 예컨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1) 멋진 파일럿 제복(군복)을 입어보고 싶다. (2) 하늘을 날아 다니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 (3) 구름을 좋아해서 (비행기를 타고) 구름 속을 누비면서 일하고 싶다. (4) (기계류를 좋아해서) 비행기 속 기계를 마음껏 만져보고 싶다. 이중에서 어떤 꿈은 그에 관해서 깊이 이해하지 않아도 보편적 이해에 기대서 쉽게 짐작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꿈도 있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오로지 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맥락 안에 존재하는 독특한 꿈이리라.
해결중심모델은 상대적으로 언어적인 소통이 원활하게 가능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꿈을 물어보고, 그 꿈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도구이다. 그리고 사람중심계획(PCP: Person-Centered Planning)은 상대적으로 언어적인 소통이 조금 어려운 사람에게 진심으로 꿈을 물어보고, 그 꿈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도구이다. 어?! 아주 구체적인 방법이나 양식까지 세세하게 들어가서 본다면 서로 대단히 다른 점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총론으로 요약해서 적어 보니, 양자가 완전히 동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서로 놀랍도록 유사하다.
이름이 무슨 상관인가? 내용이 같다면. 분야가 무슨 상관인가? 내용이 같다면. 결국, 양자는 '강점관점(Strength Perspective)' 안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 신세계에서는 전통적인 세계에서 사람을 바라보던 관점을 잠시 내려 놓아야 한다. 크기와 현실성 같은 기준보다는, 실질적인 내용과 주관적인 만족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액면가보다는 실질적인 의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수단적인 꿈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적이 되는 꿈을 포착해야 한다. 이 진짜배기 꿈을 넓고 깊게 이해해야 한다.
세상에 허황된 꿈은 없으니까.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 > 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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