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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원하는 거는 문 열면 그 방에 있었거든요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2. 28. 06:17728x90반응형
요즘 특히 뭔가 모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사례관리 일을 하기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금방 뭔가 치워줘야 될 것 같았어요. 진짜 생초보였을 때 동네 지나가다가 문 앞에 쓰레기 쌓인 것만 봐도 치워줘야 될 것 같았거든요.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리고 읍/면/동에서 올라오는 사례들이 다 쓰레기 집이고, 집수리를 해야 되는 집이고, 이런 집들만 올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다 치워줘야 된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쓰레기 치우는 사람인가, 싶으며서도 계속 치울 수밖에 없었거든요.
첫해는 정말 열심히 치웠어요. 제가 직접 고무장갑 끼고 가서 막 치웠어요. 그런데 첫해가 지나가기 전에 짐을 덜 치우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경험이 쌓였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집에 가서 낮에 물건을 다 치우잖아요? 근데 그 다음 날 가니까 똑같은 물건이 집안에 있더라구요. 보니까, 우리가 낮에 자원봉사자 네 분과 함께 꺼내서 치웠던 물건을 이 분이 밤새도록 잠 안 자고 집 안으로 다시 들인 거예요. 그래서 첫해에는 무조건 치우는 게 능사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 두 번째 해가 되니까, 집안에 쌓여 있는 쓰레기 물건에도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어떤 집은 종류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물건을 모았는데, 어떤 집은 가니까 안 치우기는 했어요. 근데, 뭔가 신체 기능상 장애가 있어서 생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한 거에요. 또 다른 분은 뭔가 팔기 위해서 물건을 모으기도 하시더라구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물건을 모은 거였어요. 그러니까 뭔가 나름대로 목적이 있는 거죠. 또 다른 분은 옛날에 못 먹었기 때문에 음식물을 모으기도 하셨어요. 이 유형은 약간 정신질환도 관련이 있는데, 왜냐하면 다른 물건과 다르게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썩잖아요. 그런데 보관해 두셨다가 그걸 드시기도 하니까... 그래서 제가 못 먹게 하면, 제 앞에서 눈치도 보시고...
어쨌든 두 번째 해가 되면서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쓰레기 집이라고 다 같은 쓰레기 집은 아니더라구요. 쓰레기는 쓰레기지만 다 같은 종류가 아니고,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놓인 처지나 상황에 따라서 집안에 모아 둔 물건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매번 다르더라구요. 물건을 대하는 애정도랄까, 이런 게 모두 다르더라구요. 정말 건마다 다 미세하게 달랐어요.
이런 부분도 있었어요. 제가 가도 물건을 안 치우시는데, 본인 집에 안 찾아오던 사람이 오니까, 말하자면 손님이 오니까 집안에서 제가 앉을 공간을 마련주시는 거죠. 조금이라도 치우시는 거에요. 그리고 뭔가 팔기 위해서 고물이나 이런 거 모으시는 분들은 물건을 모으다가 제 생각이 나서 또 모아두기도 하셨어요. 예를 들어서 길을 가시다가 예쁜 그릇 같은 거나 예쁜 화분 같은 게 있으면 저장해 두셨다가 저에게 선물로 주시는 거죠. 이렇게 쓰레기 집에 대해서 제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이분들을 바라보는 제 관점도 변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쓰레기’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 다음에 가서는 ‘물건’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제 세 번째 해가 되면서부터는 이 물건들을 어떤 방식으로 치우는 게 효과적인지를 알게 되었어요. 가장 먼저, 음식물 쓰레기가 쌓이는 집은요, 시급하게 정리를 하고 혹시나 병리적인 원인이 없는지, 그러니까 정신질환과 관련이 없는지 유심히 따져 보면서 뒤처리를 해서, 자녀분들과 의논을 해서 어르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는 거죠. 왜냐하면 다른 물건은 쌓아 놓으면 불편하기는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위생상 위험할 수가 있으니까요. 바퀴벌레나 쥐가 막 다니는 상황에서 상한 음식을 먹으면 몸에 탈이 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 다음으로, 제가 첫 해에 무조건 쓰레기 집을 치웠을 때, 열 집을 치우면 열 집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면, 시간이 지나니까 열 집을 치우면 적어도 여덟집은 원상태로 돌아갔더라도 두 집 정도는 치운 게 유지가 되더라구요. 우리 동료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누면 ‘우리 언제까지 쓰레기집 치워야 하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걸 어떤 식으로 치우는지, 또 언제 치우는지도 엄청나게 중요한 게, 가만 생각해 보면, 그나마 물건을 모으시는 어르신들은 이런 활동을 하실 만큼 건강상태가 좋다는 뜻이거든요. 물건을 끌고 올 힘이 된다는 거니까요. 예를 들어서, 어떤 어르신이 계셨는데, 이분은 제가 맡아서 돕기 3년 전에 다른 선생님이 도왔는데 집안 치우는 걸 시작도 못했어요. 그리고 동에서 나서서 억지로 한 번 치웠는데, 그 다음날 어르신이 다른 데 가셔서 더 많이 가지고 오셔서 골목에도 쌓아놓으셨는데요, 3~4년 사이에 기운이 빠지신 거에요. 이렇게 물건을 모으는 사람이 기운이 빠지니까 본인이 먼저 좀 치워달라고 말씀하시더라는 거죠.
앞에서 제가 언제 치우냐가 중요하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사람이 그럴 때 있잖아요. 처음에는 이거 내 물건이니까 못 치운다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계속 가잖아요. 그러면 마당에 물건이 쌓여 있으니까 자기 물건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거나 다치는 경우가 생겨요. 말하자면, 물건을 안 치우니까 불편함이 생기는 거죠. 평소에 안전하게 다니시게 길목은 치워야 하거든요. 그러면 제가 이야기를 드리는 거죠. 편히 다니시게 길목은 만들어 놓으시자고. 다음에 여기 오면 저도 넘어질 수 있지 않냐, 이런 식으로. 마당에 잔뜩 물건을 쌓아 놓으셨다가도 본인이 안 다치시려고, 적어도 길목만큼은 정리를 하시고, 또 다음에 방문했을 때 길목만이라도 치우신 게 또 잘 유지되고 있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보면은 어르신이 이번에는 돈이 떨어졌는데 저걸 팔아볼까 이런 얘기를 하신단 말이에요. 그러면 아시는 고물상 있냐고, 어르신이 경운기에 실어서 내다 버리는 게 힘들지 않냐고, 우리 한 방에 해결하자고, 면 사무소 트럭 빌려가지고 거기에다 실어서 고물상에 전달하고 돈 갖다 드리니까 어르신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그 다음에 치우는 방법을 또 말씀 드리자면, 보통 쓰레기 집을 치우는 일은, 진짜로 물건을 한 방에 싹 다 들어내고, 도배랑 장판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구 가전제품 착 넣어주는 거잖아요. TV 같은데 보면, 짠~ 쓰레기집 이렇게 치웠습니다! 이렇게 나오잖아요.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반드시 다 그렇게 원하시지는 않더라구요. 정리하자고 이렇게 이야기가 나올 때 어떤 어르신은 뭐라고 말씀하셨냐면, 그래도 그 물건들이 있어서 의지가 됐대요. 어쨌든, 나한테는 의미 있는 물건인거죠. 힘들게 가서 주워 온 깡통, 500미터 걸어가서 훑어 온 풀꽃 씨. 그래서 어르신이 저것들 없어지면 나 좀 허전한데, 이러시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말씀 드렸어요. 어르신, 정말 치우면 안되는 물건들은 따로 방 한 칸에 다 넣어 놓으시라고요. 그 방에 둔 물건은 제외하고 나머지는 싹 다 버리자고, 그러니까 어르신이 좋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일주일 뒤에 갔더니 정말 제일 안쪽 방 한 칸에 정말 치우면 안되는 물건을 꽉 채우셨더라구요.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저희가 물건을 치우면, 다시 갖고 오신다 그랬잖아요. 그 어르신은 다시 안 갖고 오셨어요. 왜냐하면 본인이 원하는 거는 문 열면 그 방에 있었거든요. 그 방 안에 둔 물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물건 싹 다 꺼내고 난 후에, 어르신께서 집안에서 고치고 싶으신 부분을 말씀하셨어요. 예를 들면, 쥐구멍을 막아주면 좋겠다 해서 쥐구멍 막아 드렸고, 그 다음에 지금까지 내가 냄새가 났는데 빨래를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세탁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탁기 놓아 드리고. 이렇게 했지요.
쓰레기 집이 다 같은 것 같지만, 들어가서 시간을 좀 오래 두고 이렇게 지켜보면 굉장히 다이나믹한 것 같아요. 진짜 모든 인생사가 거기 다 들어가 있거든요. 그런 집에 가면 자녀들 안 오는 집이 있거든요. 제가 집 안에서 1965년도 초등학교 교과서를 안 버리고 계시는 모습을 봤거든요. 어르신, 이거 버리면 안 되냐, 그랬더니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전교 1등을 했어. 그래서 그 기념으로 가지고 있는 책이라서 버리면 안 돼. 그러시는 거죠. 이 아들은 집에 오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아들 생각이 나서 도저히 못 버리시는 거죠. 다른 경우엔, 10년 전에 아들이 사 온 쇠고기가 아까워서 냉동실에 그대로 얼어 놓고 버리지 않으시는 분도 계셨어요.
이 이야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어요. 정신건강 문제인데요, 제가 전문적으로 무슨 검사를 받자고 유도할 수는 없겠지만, 스크리닝 정도는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스크리닝 검사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식으로 유도를 하냐면요, 사람이 자는 일이 엄청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요즘 잠은 잘 주무시냐, 몇 시간 주무시는 것 같냐, 낮잠은 주무시냐, 이렇게 물어본단 말이에요. 그러면은 전에는 잘 잤는데 요즘은 못 잔다. 이런 식으로 답하시거나, 머리도 어지럽다, 라든가 약간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어르신들 굉장히 많거든요. 그리고 기억력도 깜빡깜빡한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65세 이상 되면 그냥 기본적으로 치매 검사 같은 거 받으신다, 별 이상 있는 거는 아니니까 우리 그냥 봄에 꽃놀이 삼아 보건소 놀러 가자. 보건소 가면 선물도 주고 하거든요. 공보 물품 같은 거요. 특히, 혼자 계신 어르신들이 많은데, 어르신~ 내 건강 내가 챙겨야지 누가 챙겨줍니까, 내 모셔다 같이 가 드릴 테니까 건강검진 합시다, 이렇게 이야기 해서 치매 안심 센터에도 모시고 가죠.
그리고 젊은 사람들 중에 우울증 있고 이런 분들 계시잖아요. 이런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잠 잘 자냐, 고 묻고 못 잔다, 그러면 왜 못 자냐, 고 물어본단 말이에요. 어떤 불안한 이유가 있어서 못 자냐, 이러면은 어떤 걱정이 있어서 못 자고 그냥도 못 자고, 이렇게 이야기 하시거든요. 그러면 그 우울증 척도지 있잖아요. 그거 가지고 가서 스크리닝 하고 이렇게 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이거 점수가 이러니까, 이런 기관이 있는데 의뢰를 해보려고 하는데 괜찮냐, 그러면은 안 된다, 말하면 못하지만은 가겠다, 그러면 가 보고. 안 한다고 답했던 사람은 그 다음날 다시 가서 그때는 못 주무신다 그랬는데 잘 주무시게 됐냐, 이런 거 물어보고. 잘 못 잔다고 하시면 또 권유해 보는 거죠.
이상은 지난 10년 간 경북 안동 지역에서 통합사례관리사로서 일해 오신 이선주 사회사업가께서 '쓰레기 집'에 살고 계신 분들과 인연을 맺고, '물건'을 치워온 역사를 말씀해 주신 내용 중 일부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는 현재 이선주 선생님을 포함해서 주로 경북지역에 살고 계신 통합사례관리사 동료분들과 월 1회씩 온라인으로 편안한 잡담 모임을 가지고 있다. 모임명은 '농담이 현실로.'
이선주 선생님께서는, 하는 일에 비해서 지나치게 과소평가 되어온 공공 영역 통합사례관리 업무에 대해서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 하면서 조금이라도 정리하시고 싶으셨단다. 그래서 '농담처럼' 마음 맞는 동료들끼리 모여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 결과물을 정리해 볼까? 생각하시던 차에... 현장에 '이미'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생생한 '강점관점실천' 이야기를 찾아내서 동료들과 나누고 싶었던 나와 전화 통화 중에 의기 투합! 정말로 '농담처럼 꺼낸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모일 때마다 무슨 공식적인 컨퍼런스처럼 서류로 멋지게 꾸민 사례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핵심적인 내용만 정리한 파일을 들고 만나서, 간단하게 사례 이야기를 공유한 후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 전 모임에서는 최급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쓰레기 집'에 관한 사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선주 선생님께서 정말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귀한 실천 경험을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다!
이선주 선생님께서는 무슨 현란한 질문 테크닉을 사용하시거나 엄청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일을 하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해결중심모델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 이선주 선생님께서는 구수하게 흐르는 입담 속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강점관점실천 태도와 능력을 보여 주셨다. 이선주 선생님께서 나누어 주신 말씀은 대단히 여러 각도로 분석할 수 있고, 여기에서 수많은 실천적 교훈을 건져낼 수 있지만, (우선) 본 포스트에서는 가장 중요한 강점관점실천 원리를 하나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도 '내가 원하는 것'을 매개로 변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로 '문제'라고 꼬리표를 붙이고 규정해 버리면, 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도 특정한 범주(예컨대 '문제 덩어리', '골칫거리')에 집어 넣게 된다. 그리고 일단 그 사람을 '문제 덩어리'로 규정하고 나면, 그가 평범한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처럼 생각하게 된다. '쓰레기 집'도 마찬가지다. 이 꼬리표를 어떤 사람 머리에 붙이게 되면, 그는 병리적인 사람이 되고, 그 사람이 가진 심각한 '문제'를 마치 외과 수술하듯이 뜯어내고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선주 선생님께서는 경험을 통해서 우리 관점에서 보기에는 '쓰레기'이지만, 그분들 눈에는 '(어떤 식으로든 쓸모가 있고, 심지어는 따뜻한 과거 경험이 녹아 있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셨다. 그리고 이 물건들과 관련해서는 당사자가 그 물건들에 부여하고 있는 의미, 결국 '그가 원하는 바'를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깊이 이해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우리 마음대로 치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 어찌해서 치운들, 당사자께서 밤새도록 '제자리'로 다시 옮기고 마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 그리하여, 역설적으로, 이선주 선생님께서 쓰시는 어휘가 '쓰레기'에서 '물건'이 되자, 즉 당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공감하게 되자, 당사자께서 원하시는 부분을 알게 되고, 이를 활용해서 부분적으로라도 치울 수 있는 기회가 슬며시 열렸다: 본인이 다니기에 불편해서, 팔아서 돈을 마련해야 해서 등등, 치워야할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회복지사가 원하는 바'와 '당사자가 원하는 바'가 부분적으로라도 일치해야, 실제로 물건을 치울 수 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에게도 약간 '저장 강박' 증세가 있다. 옛날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예전엔 책을 버리지 못했고, 옷도 잘 못 버렸다. 이런 나에게는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두는 박스가 하나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성적표, 중학교 미술시간에 화선지에 그렸던 수묵화, 대학교 시절 친구들과 나누었던 편지, 이집트 여행에서 피라밋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줏어온 아주 작은 돌멩이까지. 모두 나에겐 의미가 있고, 그래서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예전에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힘든 일을 겪은 후 수년 동안 두문불출하면서 살아갈 때는 정말로 본격적으로 물건을 쌓아 놓고 지낸 적이 있다. 오해들 하실까봐 차마(?) 디테일하게 모두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정신질환을 의심할 수 있을 정도로 물건을 쌓아 둔 기간도 있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까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없다는 말을 꼬옥 하고 싶다. 스스로 지나갈 수도 없을 만큼 집안에 물건을 쌓아 두는 사람에게도, '나름대로 좋은 이유'가 있다. 정신과적으로 문제시할 정도로 발전했을 때조차, 나는 내가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불편했을 뿐, 나 자신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내가 회복되면서, 결국 내 좁은 방을 가득 채웠던 물건도 차츰 정리가 되어갔다. 누가 치워주기도 했고, 내가 치우기도 했다.
아시겠지만, 나는 '쓰레기 집'을 옹호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두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서적 공감이 먼저고, 그가 원하는 바를 이해하는 일이 먼저라고 믿는다. 이래야 규범적인 개입이 가능해진다. 사람은 남이 아무리 좋다고 설득해도,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내가 싫으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으려는 존재다. 하물며,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쓰레기, 혹은 물건을 치우려고 하는데, 당사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혹은 당사자가 진짜로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하고서, 과연 할 수 있을까?
<참고> 본 포스트에 사용한 글은 이선주 선생님, 본인께 정식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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