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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문은 열어 주시더라구요
    상담 공부방/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2022. 6. 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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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사회사업가: 저는 사례관리하면서 만났던 분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선, 이 분은 처음부터 제가 찾아갔을 때 배척을 하셨어요...

    이재원: 말하자면, 문전박대를 당하셨던 거네요? 그런 문전박대를 얼마나 당하셨어요? 

    A 사회사업가: 음... 3개월 동안요. 

    이재원: 네? 3개월 동안이나요? 그렇게 오랫 동안 문전박대를 당하실 이유가 있었나요? 

    A 사회사업가: 그러게요. 우리가 사례관리를 해도,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본인이 원하지 않는 걸 할 수는 없잖아요? 

    이재원: 그렇죠. 그래서 궁금해지는 건데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요? 

    A 사회사업가: 맞아요. 이 분은 배우자를 떠나 보내시고 많이 힘들어 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자살 위험이 있었죠. 

    이재원: 아! 그래서 본인께서 그렇게 반가워하진 않으셨지만 '규범적으로' 개입하고 계셨군요. 그렇다면 이 분 마음을 어떻게 여셨나요? 

    A 사회사업가: 그게 참 힘들었어요. 제가 이렇게 찾아가면요, '왜 왔냐?'고 이야기 하시고 자리를 피하시더라구요. 어떤 경우엔 제가 집에 온 사실을 뻔히 아시면서도 화장실에 가셔서 제가 돌아갈 때까지 나오지 않으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제 눈을 보지도 않으시고, 늘 없는 사람 취급을 하셨지요. 

    이재원: 아, 참 쉽지 않으셨겠네요. 다시 여쭈어 볼게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이 분 마음을 어떻게 여셨나요? 비결이 뭐였나요? 

    A 사회사업가: 포기하지 않는 마음? 이런 게 아니었을까요? 혹시라도 돌아가실까봐 걱정이 되어서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이재원: 그러면, 어쨌든 이 분께서 마음 문을 여신 순간이 있었을 텐데요, 그 때 이야기를 해 주시겠어요? 어떻게 달라지시던가요? 

    A 사회사업가: 음... 평상시에는 제가 그 분에게 그냥 이런 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도 답을 안 하셨어요. 그냥 투명인간 취급을 하셨는데요, 하루는 제가 '어머, 뉴스를 보니까 코로나 환자가 더 많이 늘어났더라구요' 라고 말을 꺼내니까, 그 분께서 '그러게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이재원: 아! 바로 그 순간이었군요? 그 분 마음 문이 열린 순간이요. 

    A 사회사업가: 맞아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느낄 수가 있었어요. 

    이재원: 그러면 다시, 아까 질문으로 돌아가서요...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계속 찾아가실 수 있었던 이유가 뭐였나요? 

    A 사회사업가: 음... 그래도, 문을 열어 주시더라구요. 아무리 저를 문전박대 해도, 문을 열어 주시고 집 안에 들어설 수는 있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아, 이 분이 나를 완전히 배척하시는 건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문을 열어 주시니까 이렇게 자주 와서 얼굴 보이고, 말도 걸고, 하면 뭔가 진전이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재원: (정색하면서) A 선생님, 이렇게 말씀 드리면 조금 민망해 하실 수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방금 제가 들은 놀라운 이야기는 최근 10년 동안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도 최고로 인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아니, 선생님같은 열혈 사회사업가가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몇 달씩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끈질기게 찾아가고 또 찾아가서 굳게 닫힌 마음 문을 마침내 열 수 있겠습니까. 이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사회사업가로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세심한 관찰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제(6월 3일) 오후, 어느 교육장에서 사회복지사 동료에게 들은 놀라운 사회사업 실천 이야기다. 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 주신 동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경의를 표합니다' 라고 실제로 말씀 드렸다. 해결중심 질문 테크닉 중 하나인 '대처질문(coping question)'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내가 힘들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했던 기억'을 생각해 보라고 요청하고,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듣던 중이었다. 

     

    이 놀라운 이야기에서 사회사업 실천 원리를 끄집어 낸다면? 

     

    우리를 배척하는 지역 주민을 '길고양이를 돕듯이 따뜻하지만 무심하게 돕기' 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사회사업가는 규범적으로 개입해야 할 경우가 많다. 위 사례에서도 내담자에게 자살 위험이 분명하게 감지되었기 때문에, 본인이 서비스를 원치 않았지만 사회사업가는 계속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원치 않는데 자꾸 찾아가므로, 자연스럽게 파워 게임이 형성되면서 배척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 자기가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 하는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살 위험이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외면하나? 배척받는다고 해도 해도 계속 찾아가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두 가지 극단적인 방법을 떠올리게 마련: (1) 정말 적극적으로 문을 열기 위해서 노력하기(말하자면, 문을 열기 위해서 괴롭히고 집착하기). (2) 노력을 하다가 포기하고 외면하기(본인이 싫다고 계속 배척하니 괴롭히지 않기로 결심하기).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제 3의 길'(길고양이 돕듯이 따뜻하지만 무심하게)을 선택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예민한 육식동물이다. 지구상에 새로운 출현했을 때부터 사회성이 좋았던 개와 달리, 고양이는 (근본적으로는) 사람과 친해질 수가 없다. 그냥 '덜 불편한 수준'까지 도달하면 엄청나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존재다. 이런 고양이와 관계를 맺으려면, 너무 다가서면 안된다. 고양이가 불안해 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도록 적당히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또 너무 멀리 떨어져도 안된다. 고양이와 관계가 영영 끊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고양이를 대할 때 '따뜻하게' 관심을 보이되, '무심하게' 안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위 사례에 나온 내담자의 배척 행위를 생각해 보자. 사회사업가가 집을 방문하면, 대화를 회피하고 그냥 없는 사람 취급을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문은 열어' 주셨다. 이게 무슨 뜻일까. 그 분께서 느끼셨을 '양가감정' 아닐까. 배우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삶이 외롭고 우울하며 고달픈데, 그래서 그냥 콱 죽어 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내 집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싫지는 않으셨던 거다. 누군가자꾸 문을 두드리는 행위가 '귀찮냐?' '안 귀찮냐?' 이렇게 흑백으로 물어본다면, 당연히 '귀찮다!' 고 답을 하셨겠지만, 귀찮은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따지자면 누군가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는 이 행위는 몇 점 정도일까? 라고 묻는다면? 위 사례에 나온 내담자라면 (10점이 완벽하게 귀찮은 점수라고 한다면) 10점은 아닐 터. (말하자면, 누군가 찾아오는 게 마음 한 켠에서는 반갑고 다행스러웠을 터.)  

     

    '길고양이 돕듯이 따뜻하면서도 무심하게' 대하려고 할 때,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할까? 물론, 정답은 없다. 배척하는 정도와 방식, 허용하는 정도와 방식이 모두 제각각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만나는 그 분의 특성과 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 특성과 방식에 우리를 맞춰야 한다. 우리가 그분에게 다가서야 한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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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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