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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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비참하셨겠어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20. 1. 29. 22:43
“비, 비참하셨겠어요.” 남편이 잘못한 걸, 건건이 수첩에 적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딴소리, 헛소리(?) 할 때마다 그 수첩을 꺼낸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말했다: “비, 비참하셨겠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라고 생각하셨겠어요.”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니, 이미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혼만은 안된다고 말했던 엄마도, 이젠 이혼하래요. 그렇게 비참하게 살 바에는 그냥 이혼하라고요.” “아니, 제 3자이면서 남자인 저도 비참한기분을 감지하는데, 본인은 오죽하시겠어요. 그래요. 정말 비참하셨을 거 같아요.” “남편 분은 이 말씀에 대해서 혹시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혹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저를 옭죄려고 한다고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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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여성 동지들에게 고함.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20. 1. 18. 09:25
남편이 그대에게 공감해 주면 좋겠다고요? 아시다시피, 남자들, 다른 별에서 왔슴다. 여유로운 교육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영국에서 부부 문제를 해결해 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크게 이슈가 되었어요. 부부관계 전문가를 파견한 게 아니라, 돌고래 조련사를 각 가정에 보냈거든요. 그러나 효과는? 아주아주아주 좋았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칭찬, 칭찬, 또 칭찬. 남편이 긍정적인 행동을 할 때, 먹이(칭찬 한 마디)를 던져 줍니다. 행동주의적 강화입니다. 비인간적이라구요? 아닙니다. 진심과 존경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담으면 됩니다. 쑥쓰럽다고요? 그 정도 노력도 안하고 원하시는 걸 얻으시겠다고요? 에이~ 욕심쟁이! 과한 것 같다구요? 네~ 이건 조심해야죠. 여긴 한국이고, 남편은 한국 남자니깐.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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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족속"이라는 말을 쓴 이유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20. 1. 18. 08:07
"야~ 이건 충분히 인정을 해 드려야겠는데요? 남자들은 원래 이렇게 간접적으로 말하면 못 알아듣는 족속인데... 노력을 하고 계시잖아요. 이렇게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노력. 자, 박수..." ===== 부부상담을 하다가 내가 한 말이다. 학회 사례발표회에서 이 대목을 발표했더니, 슈퍼바이저 왈, "왜 하필이면 족속, 이라는 단어를 쓰셨는지...??? 내담자가 한 말도 아니고, 그리 존중하는 표현도 아닌데..." 슈퍼비전 내용을 들으니 인식이 되었다. "아, 내가 그랬구나?!" (1) 그리 좋은 말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정중하고 편하게 들리는 말, 하는 게 좋겠지. (2) 그런데, 역시 "현장의 분위기는 내가 잘 안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분명히 인식했다. 부인은, 남편의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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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Loving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20. 1. 9. 10:56
사랑의 기술 편독 편독? 편독이 뭐야? 부부치료를 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서 내담자 부부에게 이런 저런 책을 권해 보기도 한다. 사실, 제일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책은 에리히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이다. 이 책을, 내담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사서 선물로 줘 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보았다. 그런데, 역시... 어렵다. 아무래도 출간된 지 꽤 오래된 책이라서 표현도 올드하고, 여러 모로 요즘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 만큼 사랑에 대해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하고 있는 책도 없기에, 결국은 또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선택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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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19. 12. 26. 22:08
“아뇨, 사람은 그럴 수 있어요.” “사람이라면 나한테 그럴 수 없다” 고 말하는 한 쪽 배우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상대에게 너무나도 실망하면, 즉 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잘못을 상대가 태연하게(!) 저지르는 것 같으면, 사람들은 “사람이라면 나한테 그럴 수 없다”는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아도, 부부치료자로서 쌓아온 경험으로 보아도,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말일 수도 있겠으나, “사람이니까(불완전하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더운 여름날, 아이를 낳고 힘들어 하고 있는 아내를 두고 친구들과 술 마시러 나간 남편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용서가 안된다고 한다. 아이가 발달이 늦어서 안달복달하는 엄마의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매사에 수동적으로 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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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허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19. 12. 19. 05:59
“잠깐 아내 분만 따로 뵐게요.” 나름 전문가인 나조차도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하다 보면, 가끔씩 “내가 너무 긍정적인 부분만 들여다 보고 있나?” 혹은 “내가 너무 표면에서만 깔짝대고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A씨는 남편 B씨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서 부부상담을 신청했지만, 어느 정도 관계가 좋아진 다음에는 오히려 관계가 좋아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주저했다. 나는 경험적으로, 바로 이런 시점이야말로 해결중심 테크닉을 잠시 내려 놓고 다른 시도를 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부상담 전이었지만 따로 개별 면담시간을 청했다. 그리고 “툭, 터놓고” 물어 보았다. 약간 망설이던 A씨, 말씀하시길: “음... 사실, 제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 동안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