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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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와 호불호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5. 5. 06:35
제목: 특이와 호불호 글쓴이: 이재원(2023) “선생님 말투가 특이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교육에서 수업이 끝나고 소감을 듣는 시간에 이런 말을 들었다. 특이.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듣는 단어. 저 말씀을 주신 학생 분에게 나를 놀리거나 모욕하실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잠시 흔들렸다. 솔직히,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아마도, 내가 강의할 때 목소리를 좋게 들리도록 만들지 않아서 그리 말씀하셨으리라. 왜 있잖나. (특히 직장에서) 전화 받을 때 만드는 비즈니스 톤. 음으로 치면, 바로 그 '솔'. 사회복지사라면 더욱 더 신경을 쓸 만한 하다. 누굴 만나든 친절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헌데, 나는 목소리를 '좋게 보이도록' 만들지 않는다. '솔' 음을 내려고 노력하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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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토요타 수작 CF)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4. 25. 06:43
며칠 전, 토요타(Toyota) 자동차에서 2015년 발표한 CF, "Loving Eyes(사랑으로 바라보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20세기 자동차는 단순한 탈 것 정도가 아니라, 한 가족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삶 자체이기도 한데, 이런 발상을 감성적인 터치로 그려낸 수작이었다. 이 CF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전반부 제목은 '아빠가 바라본 딸(Father's view)'이고, 후반부 제목은 '딸이 바라본 아빠(Daughter's view)'. 제목 그대로, 전반부에서는 아빠가 바라본 딸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후반부에서는 반대 모습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각 장면이 모두 직관적이어서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와 관련해서 평범한 가족이 겪을 만한 사연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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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399)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3. 15. 16:39
나: 안녕하세요? 봄이 데리러 왔어요. 씨앗반 주임 선생님: 봄이 할아버지세요? 안녕하세요? 나: 아, 저 봄이 아빠입니다. 제가 조금 늦게 아이를 낳아서요. 씨앗반 주임 선생님: 저런... 죄송해요. 아버님이시구나~ 나: 괜찮습니다. 흐흐... 새학기를 맞아서 딸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겼다.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이라서 좋다. 거의 매일 아침 저녁으로,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나로서는 부담이 훨씬 덜하다. 이젠 느긋하게 걸어서 5분이면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나. 그런데 첫 번째 날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씨앗반 주임 선생님이 나를 못 알아 본다. 할아버지인 줄 아셨단다. 하긴... 검은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했는데, 흰 머리까지 희끗희끗 보이니까 오해할 수 있겠다.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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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387)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3. 15. 16:38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387) 새학기가 되면서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을 다른 곳으로 바꾸었다. 이전 어린이집은 거리가 조금 멀었다. 유모차를 밀면서 갈라치면 약 15분은 걸어야 했다. 걸으면서 운동도 하고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급하게 어린이집에 가야할 땐 불편했다. 다행히, 공립이면서 정말로 가까운 곳(200m)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예전에 대기를 걸어놓았는데, 마침 자리가 비었다면서 아이를 보내라고 제안해 왔다. 알고 보니 이곳은 만 5세까지 쭉 보낼 수도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첫날은 아이가 힘들어 할 수 있으니 1시간 정도 머물면서 적응하도록 도와 달란다. 그래서 등원한 9시부터 30분 동안 등 뒤에서 지켜봤는데, 아이 모습이 안정적이었다. 굳이 1시간을 채울 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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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치과랑 친하게 지내자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2. 22. 07:42
이젠, 치과랑 친하게 지내자 이재원(2023) "치과랑 안 친하시죠?" 이가 또 깨졌다. 바로 임플란트 심으라고 할까봐, 돈이 억수로 들어갈까봐, 살얼음 위를 소곤소곤 걷듯 살았는데, 방금 엎어져버렸다. 이젠 도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치과에 가야겠다. 그런데 깨져도 하필이면 아이 돌잔치 도중에 깨지냐. 맛있는 고급 회가 눈 앞에 있는데, 거의 제대로 손도 못 댔다. (시바.) 2014년 여름, 고통스럽게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피하고 도망다니다가, 결국 법정까지 끌려나왔고, 허망하게 관계가 끝장났다. 그 뒤로 나는 암흑 속에서 5년이나 살았다. 그 중 4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고, 3년 동안 우울증을 앓았으며, 2년 동안 쓰레기집에 살았고, 1년 동안 라면만 먹고 살았다. (에고.) 돈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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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봄이가 절을 다 하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1. 25. 12:18
(아버지 말씀) "어? 봄이가 절을 다 하네?" 언젠가 아버지를 2년 정도 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못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나서 거의 완전히 칩거 생활을 했을 때,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으로 가족을 멀리했습니다. 좌절감, 창피함, 분노, 원망 등, 마음 속 밑바닥에서부터 헛구역질처럼 매일 역하게 올라오는 감정을 온 몸으로 견디느라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마저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제가 혼자 살던 집 상황은, 마치 쓰레기장 같았습니다.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서 동원한 수사법이 아닙니다. 온갖 잡동사니가 굴러 다니고, 모든 옷가지가 발길에 채여서, 문득 정신이 들 때마다 처참해서 스스로 놀라곤 했습니다. 그 한 가운데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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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경 변호사 자랑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1. 11. 14:59
최근에 어떤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울컥했다. 그 선배는 어린 시절 (지금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방황을 세게 할 때 어떤 어른이 가까이 다가와서 "OO아,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면 좋겠어" 라고 말해 주었다고 했다. 선배는 이 말 한 마디에 엄청나게 심대한 영향을 받으셨다고 한다.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도 그런 '어른'이 있었나? 없었다. '어른'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친구'는 있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고, 나 자신 조차도 나를 외면할 때, 변함없이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 그리하여 내가 다시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친구, 나를 구해준 친구, 정상경 변호사 1998년 1월, 경기도 모처에 위치한 특공부대에서, 우리는 이등병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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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320)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2. 12. 26. 06:48
'아따'와 '아빠', 혹은 '아싸' 사이 세상살이 11개월 차인 우리 딸이 처음 제대로 말한 단어는 '아따(혹은 아짜)'다. 처음에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말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데 듣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나를 볼 때만 '아따(혹은 아짜)'라고 말하지 않았다. 엄마를 볼 때도 '아따', 분유를 먹었을 때도 '아따', 그 밖에 기분이 좋으면 무조건 '아따' 라고 말했다.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에 딸은 '엄마'를 좀 더 명확하게 발음하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지고(?) 말았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 딸이 '안녕~'을 배웠다. 어린이집에 데려가고 올 때마다 선생님들께서 '봄아, 아빠한테 안녕~, 인사 해야지' 라고 독려하셨는데, 그간 받은 훈련(?)이 쌓였는지 처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