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320)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2. 12. 26. 06:48
    728x90
    반응형

    '아따'와 '아빠', 혹은 '아싸' 사이

    세상살이 11개월 차인 우리 딸이 처음 제대로 말한 단어는 '아따(혹은 아짜)'다. 처음에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말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데 듣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나를 볼 때만 '아따(혹은 아짜)'라고 말하지 않았다. 엄마를 볼 때도 '아따', 분유를 먹었을 때도 '아따', 그 밖에 기분이 좋으면 무조건 '아따' 라고 말했다.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에 딸은 '엄마'를 좀 더 명확하게 발음하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지고(?) 말았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 딸이 '안녕~'을 배웠다. 어린이집에 데려가고 올 때마다 선생님들께서 '봄아, 아빠한테 안녕~, 인사 해야지' 라고 독려하셨는데, 그간 받은 훈련(?)이 쌓였는지 처음으로 아이가 스스로 손을 흔들면서 '아녀'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보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손을 흔들면서 '봄아, 안녕~' 이렇게 말했더니, 딸은 내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정확하게 10초 후에 손을 흔들면서 '아녀'라고 말했다. 심지어 웃어 주시기까지! 

    '안녕' 놀이에 푹 빠진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봄에게 손을 흔들면서 '안녕~'을 했다. 딸은 그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안녕~' 하고 말하면, 약 10초 후에 웃으면서 손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조금 더 지켜보면 한 손을 흔들지 않고 다른 쪽 손을 가져와서 '박수'를 쳤다. 엥? "봄아, 그건 박수야. 한 손만 흔들면서 안녕~ 해야지." 이렇게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딸. 에고... 너에게는 '안녕~'과 '박수'가 같은 뜻이구나?

    나도 모르게 갑자기 무릎을 탁, 하고 쳤다. '아빠'와 '아따' 사이에 놓인 비밀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1개월차 아기인 우리 딸이 보기에는 '박수'나 '안녕(인사)'가 하나이고, '아따(아짜)'와 '아빠'도 하나인 셈이었다.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너무 어려서 개념과 개념 사이에 분화가 아직 덜 된 상태이고, 비슷한 개념을 뭉뚱그려서 이해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아따(아짜)'는 '아빠'이면서 '엄마'도 될 수 있고, '기분 좋아'도 될 수 있다. 

    곰곰 되돌아 보니, 그동안 내가 딸을 어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 말하자면, 내가 딸에 비해서 너무 앞서 가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말에 담긴 의미가 뭘까. 부모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기 혹은 부모 속도로 앞서가지 않기, 아닐까. 그래서 앞으로는 딸이 '아따(혹은 아짜)'라고 말하든, '아빠'라고 말하든, 가리지 말고 '아싸'를 외치고 함께 기뻐하며 있는 힘껏 박수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