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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331)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2. 12. 2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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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빠, 우리 봄이는 자다가 새벽에 깨도 엄마가 바로 옆에서 등을 톡톡… 두드려 주면 바로 다시 자요.” 

    나는 무척 일찍 자고 무척 일찍 일어난다. 보통, 해가 떨어지면 뇌 활동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8시쯤부터는 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될 때가 많다. (아내가 양치질 좀 제발 하라고~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겨우 세면대로 간다.) 그렇게 자기 시작하면 새벽에 4시 반이면 잠에서 깬다. 알람을 맞춰 두지 않아도 그냥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보통은 일어나서 두 시간 정도 글을 쓴다.) 

    그런데 내가 자정부터 새벽에 깰 때까지는 중간에 거의 한 번도 일어나질 못해서 문제가 된다. 아이는 새벽에 (배가 고프면) 종종 깨기도 하는데, 나는 아이가 일어난 낌새를 거의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에는 아내가 깬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수행한다. “혼자 그러지 말고 깨우라”고 말해도, 남편 곤히 자는데 차마 깨우지 못하는 마음씨 고운 아내. 

    그런데 오늘 새벽, 그러니까 한 시간쯤 전에(5시 반) 마침 내가 깨서 글을 쓰고 있는데, (여행지라서 한 침대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깨서 빙글빙글 돌면서(?) 뒤척이고 있었다. 먼저, 고사리 손을 잡았다. 아이가 숨을 크게 내쉬며 낑낑댄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여전히 낑낑댄다. 갑자기 아내 말이 떠올라서 녀석 등을 톡톡톡… 두드려 주었다. 그랬더니 바로 꿈나라로. 

    나이를 먹고 첫 아이를 낳으니, 어렵고 힘든 점이 참 많(았)다. 아내와 나는 40대 후반. 10개월 아기를 안아 올리는 일도 살짝 힘들다. 10kg이 넘어가니 진짜로 부담이 된다. 최근에 나는 왼손 엄지 손가락이 결리는 증상까지 왔다. 특정 각도로 펼치면 조금 아프다. 허리도 아프다. 기저귀 갈 때 허리를 계속 숙이는 일이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아내도 증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나이 먹고 아이를 키워서 좋은 점도 많다. 무엇보다, 아내는 안정적으로 아이를 대한다. 우리는 아이 성장에서 정서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데, 엄마가 안정적이니 아이가 안정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나 같은 경우도, 20, 30대 시절에 비해서 많이 안정되어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충분히 교감하면서 돌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크게 놀랄 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봄이가 (엄마+아빠처럼)지금처럼 정서적으로 충분히 안정되고 행복한 아이로 커 가기를 원한다. (엄마+아빠처럼) 타고난 적성에 맞고, 스스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즐겁게 하면 좋겠다. (엄마처럼) 타인을 늘 배려하되, (아빠처럼) 자기 마음대로 살면 좋겠다. (엄마처럼)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되, (아빠처럼) 예리한 지성도 겸비하면 좋겠다. (엄마+아빠처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난 이 모든 바람이 대체로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한다. 우리 딸, 봄이는 자다가 새벽에 깨도 등을 톡톡 두드리면 울지 않고 곧바로 다시 잠드는,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아이니까.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는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혹시라도 힘들고 어렵고 외로운 시절이 찾아와도 상대적으로 쉽게 견디고 버텨낼 수 있다고 믿으니까. 엄마와 아빠가 주는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니까. 사랑은 모든 걸 이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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