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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의 육아 일기 (D+271)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2. 11. 7. 13:52728x90반응형
우리 딸내미가 드디어 일어서서 침실에 설치된 베이비룸 가장자리를 손으로 잡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발달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질적인 진보를 이룬 셈. 이제는 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옷이라도 갈아 입힐라치면, 정말 아주 잠깐 눕혀 놓는데도 순간적으로 싫은 티를 내면서 울고 불고 아주 난리 부루스를 춘다. “으이그 딸아~ 가만히 좀 있어 주렴. 아빠, 허리 아프다.”
딸내미를 챙기느라 허리가 아파올 때면, 이런 생각이 문득 고개를 든다: “내 딸이 15세가 되면, 나는 거의 65세가 된다.” 이럴 때면 제일 먼저, ‘늙은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옷도 젊게 입고, 머리도 염색하고,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겨서 나이보다 젊게 살아야겠다는 다짐.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습관을 중시하는 아내 말을 잘 들어야겠다는 결심.솔직히, 두렵다. 많이 두렵다. 예컨대, 부모로서 아이가 충분히 할 수 있고 원하는데 능력이 안 되어서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밀어주지 못하는 상황은 정말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데… 혹시라도 직면하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애가 탈꼬. 그리고 아빠가 너무나 고루하고 생각이 꽉 막힌 사람이라서 말이 안 통한다, 는 말이라도 들으면 어떡하나, 싶다. 이 말은 곧바로 소통 단절을 의미하니까.
물론, 나이가 많은 늙은 아빠라서 좋은 점도 많을 거다. 아무래도 인생에서 여러 모로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 거친 후라서, 조금이나마 안정적으로 딸을 대할 수 있겠지. 사실, 내가 부모님에게 늘 듣고 싶었던 말은 ‘괜찮아’였던 것 같다. 삶이란 앞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로이고, 끝없이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는 시험장인데, 인생 쓴맛을 본 아빠가 딸내미 어깨를 두드리며 ‘별 일 아냐,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하면 얼마나 안심이 되겠나.
음… 어랏? 이런 저런 생각 숲을 한참 헤매고 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깨띠에 의지해서 내 품에 안겨 있는 딸내미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가슴을 톡톡 두드리고 있다. 이는 진짜로 우연히 만들어진 자세이거나, 자기가 필요해서 (혹은 반사적으로) 만든 움직임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틀림없이 우리 딸내미가 이 늙은 아빠 걱정을 귀신같이 읽고 나름대로 안심시켜 주느라 가볍게 두드리는 손짓일 거야!’
그래 내 딸 봄아, 아빠도 걱정하지 않을게. 이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너희 엄마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미소를 가진 너만 있으면, 이 땅에서 두려울 게 없다. 너희 엄마를 만난 이후 아빠 삶은 계속 행운이 이어지거 있거든. 네 존재 자체가 아빠에겐 행운이거든. 그리고 이 아빠가 조금 덜컹거리긴 했지만 나름대로 잘 살아온 것처럼, 너도 네 삶을 잘 살아 가리라 믿을게.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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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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