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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의것들: 의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2.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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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의것들: 글쓰기 실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

    (2) 의-1

    일본어를 못 하는 나 같은 보통 사람도 너무나 많이, 익숙하게 들어 본 어구가 있다. 바로, '아노(あの)…'다. 눈치로 대략 무슨 뜻인지 알 것 같기도 했지만 정확하게는 몰랐고, 느슨하게 궁금했지만 찾아본 적은 없다. 헌데, 이번에 찾아봤다. 이 어구는 정확하게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 직역하자면 '저것의'이고, 의역하자면 '저(지시형용사)'가 된다고 한다. '아(あ)'는 영어로 치면 that처럼 '저것'이라는 뜻을 가진 지시대명사다. 그 뒤에 붙은 '노(の)'는? 조사로서, 한국어로는 '의'와 비슷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아노(あの)…'란 한국어로 치자면 '그러니까'나 '말하자면'처럼 특별한 뜻은 없는 여음구라고 볼 수 있겠다.

    '노(の)'와 '의'는 서로 비슷한 뜻을 내포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서 따져 보면 상당히 많이 다르다. '노(の)'와 '의'가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분석해 본다. 

    그대는 한국어 조사 '의'에 어떤 뜻이 담겨 있다고 느끼는가? 우선 떠오르는 생각: '의'는 명사와 명사 사이에 사용해서, '의' 앞에 나오는 명사가 '의' 뒤에 나오는 명사를 소유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맞다. '의'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 문법 용어로는 소유격(所有格), 혹은 한국어 문법 용어로는 속격(屬格) 조사다. 

    예) 사령관의 차 (사령관이 차를 소유한다) 

    그런데 일본어 '노(の)'는 주로 소유격/속격을 나타내는 한국어 '의'보다 훨씬 더 넓은 기능을 수행한다. 명사와 명사가 이어질 때 두 명사 사이에 '소유 관계'가 아니라 '단순히 (느슨하게) 꾸며주는 관계'일 때도 사용한다. 명사와 명사가 이어질 때 보통 한국어에서는 아무런 추가 형태소 없이 병기하면 된다. 

    예) 벚꽃 (벚나무+꽃)

    하지만 일본어에서는 명사 두 개 (이상) 이어질 때 보통, 명사와 명사 사이에 '노(の)'를 붙인다. 

    예) 桜の花(사쿠라노 하나) = 벚나무의 꽃 
    예) 나의(の) 조국의(の) 꽃의(の) 자긍심. 

    그래서 뭐? 이렇게 이어서 쓰면 왜 안 되는데? '의'를 사용하면 긴 말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잖아? 맞다. '의'를 사용하면 얻게 되는 강력한 이익이다. 말 길이를 줄일 수 있어서, 우리는 '의'를 '소유격' 이외 용법으로도 사용한다(반드시 '소유 관계'가 없어도 폭넓게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한국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가장 강력한 특성, '신바람', '생동감'이 바람과 함께 훅, 하고 사라진다. 

    한국어는 명사(이름씩)보다 동사(움직씨)를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장을 간결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단순히 짧다고 좋지 않다. 한국어는 움직여야 한다. 동사를 강조해야 '신바람'과 '생동감'이 되살아난다. 

    예) 나의 조국의 꽃의 자긍심. (일본식 표현)
    예) 내 조국을 상징하는 꽃에 담긴 자긍심 (한국식 표현)
    예) 나는 국화에 담긴 자긍심을 느낀다. (좀 더 한국어답게, 명사를 동사로 바꾸어 강조했다) 

    헌데, 중요한 문제가 떠오른다. 한국어에는 이미 '노(の)'가 너무나도 깊이 침투해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아무 때나 '의'를 자연스럽게 쓴다. 그래서 '의'를 빼면 어감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예컨대, '일종의'라는 단어를 보라. '일종의 과학' 표현에서 '의'를 빼면? '일종 과학' 이상해진다. '초유의'는 어떤가? '처음 있는'으로 바꾸면 되지만, 뉴스 같은 곳에서 관습적으로 너무 많이 쓰는 말이라서, 한국어로 바꾸면 어색해진다. 

    이 지점에서 앞 글에서 쓴 마지막 단락을 재활용해서 인용해 본다: 

    '의(の)'을 버려야 하나? 우리말을 더 곱고 바르게 쓰자는 주장에는 모든 이가 찬성하리라. 헌데, 언어는 사람들이 함께 약속한 규칙이므로, 나만 바꾼다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의(の)'이 붙은 말을 쓸 땐 쓰되, 점점 줄여 나가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본다. 아무리 우리말이 일본어에 오염되어 있다고 해도 어떻게 갑자기 바꾸겠나.

    쉽고 간단하게 정리한다. 

    A. 한국어에서는 명사와 명사가 이어질 때, 앞에 나오는 명사가 뒤에 나오는 명사를 '명백하게 소유'할 때만, 명사와 명사 사이에 조사 '의'를 사용한다. 
    B. 명사와 명사 사이에 '의'가 나왔는데, '명백하게 소유하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면, '의'를 생략한다. (예: 어제의 일기 - 어제 쓴 일기) 
    C. 너무나도 많이 사용해서 이미 확연히 굳어진 표현이라면, '독자를 위해서' 그냥 쓸 수도 있겠다. (예: 일종'의' 과학, 초유'의' 사태) 

    덧붙임: '노(の)'와 관련해서는 아직 할 말이 더 남았다. '으로서의' 혹은 '으로부터의'와 같이, '의'를 다른 조사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대한 일본식 변종 조사 표현을 살펴보고, '노(の)'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어구를 유형별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살펴 봐야 한다. 그래서 소제목에 '의-1'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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