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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의 것들: 의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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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의것들: 글쓰기 실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

    (2) 의

     

    2001년 봄,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책 중에서 내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도무지 편하게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내가 쓰는 단어 하나 하나에 모두 무거운 족쇄가 채워진 듯, 무거웠다. 그만큼 책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책에는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오덕, 이라는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였고, 책에는 제목처럼 우리글을 어떻게 하면 우리말스럽게 잘 쓸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왜, 어떤 면에서 충격적이었던가.

     

    이오덕 선생님 책은 엄청나게 두꺼웠지만, 그 안에 담긴 주장은 간단했다: 구한말 이래 먹물깨나 잡수신 온갖 지식인 덕분에(?) 외국어(일본어, 영어)가 우리말을 무자비하게 폭격하고, 철저하게 파괴했다. 이오덕 선생님은, 근대 초기 지식인 표상으로 여겨지던 최남선과 김동인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대주의에 찌들어서 외국어를 사랑한 지식인 계층이 우리말을 어떻게 유린해 왔는지, 수천 장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로 낱낱이 보여 주셨다. (논리와 지식을 중시하는 지식인이 할 말을 잃도록, 실질적인 증거로써 압도해 버리셨다.) 

     

    특별히, 내가 놀랐던 대목은, 지식인이 일본어 '노(の)'에 해당하는 우리말 '의'를 가지고 얼마나 광범위하게 우리말을 망쳐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에서의', '~으로의', '~으로서의', '~으로부터의' 등등, 지식인이 일본어 '노(の)'를 확장해서 사용한 온갖 표현을 사용하면서, 우리말이 가진 특성과 전통 어법을 어떻게 완전히 무시하고 오염시켜 왔는지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분석해 놓았다. (이쯤 되면, '그래? 우리가 정말로 자주 사용하는 말인데? 이런 말이 뭐가 문제라고?'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오덕 선생님 책을 한 번 읽어 보라.)

     

    결국, 본질은 우리말에서는 '동사(움직씨)'를 살려서 펼쳐써야 원래 특성대로 생동감이 넘치는데, '노(の)'에 해당하는 우리말 '의'를 쓰면 명사가 강조되면서 생동감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말은 활발하게 신바람나게 써야 하는데, '의'를 소유격(속격)을 넘어서서 사용하면 '명사 중심' 언어로 바뀌면서, 너무 딱딱하고 죽은 언어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의'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불필요하게 말이 압축되면서 글이 어려워지고 개성이 죽는다. 

     

    <예시>

    진격의 거인

    돌격하는 거인

     

    <예시> 

    너와의 우정

    너와 쌓은 우정

     

    <예시>

    사랑으로의 여정을 기대한다. 

    사랑으로 나아가는 여행길을 기대한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우리는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믿음을 마음에 품고 산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줄인다는 뜻에서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기계적으로 문장을 줄이고 압축해야 한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미신? 그렇다. 미신이다. 그러니까 '~에서의', '~으로의', '~으로서의', '~으로부터의' 이런 국적불명 언어를 남발해서 쓴다. 그렇게 압축하면 아름답게 군더더기가 사라질까? 대개는 아니다. 오히려, 무슨 뜻인지 알아 들을 수 없을 때가 많을 정도로 의미가 모호해진다. 대부분 우리는 '의'를 쓰면서 '동사' 의미를 생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언어를 압축헤야 한다'는 미신은 20세기 내내 진행된 근대화/산업화 문화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르겠다. '축소 지향 일본인'이라는 말도 있듯이 일본 문화에는 무엇이든 축소하고 압축하려는 강박이 있는데, 이점이 대량생산 근대화/산업화 문화와 잘 맞아서 일본이 그토록 빠르게 성장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일본을 모델삼아 그대로 좇아다녔던 한국도 자연스럽게 '무엇이든 압축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들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무조건 압축한다고 간결해지지는 않는다. 언어도 마찬가지. 필요한 부분은 길고 자세하게, 그리고 결국 멋있게 써야 한다. 

     

    일본어 '노(の)'에 해당하는 '의'를 쓰지 말자는 주장은, '의'를 기계적으로 쓰지 말거나 생략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더 깊게 말하자면, '무엇이든 강박적으로 압축하려는' 구시대 문법에서 벗어나자는 주장이다. 우리말을 더 생동감 있게, 더 신바람나게, 표현하자는 주장이다. 아울러, 우리 정신도 더 생동감 있게, 더 신바람 나게,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자는 주장이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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