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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 문을 열고 들어가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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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방이 있다. 이 방은 내 서재다. 여기엔 곳곳에 내 개성이 뭍어 있다. 책상을 놓은 방식도, 책을 꽂거나 정리하는 방식도, 심지어 쓰레기통을 비치한 방식도 나만의 방식을 따른다. 모든 구석에 나만의 방식을 철저하게 관철해 놓은 서재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방 안에서 어느 하나도 바꿀 필요가 없다. 

     

    문이 열린다. 손님이 오신다. 내 방에 들어와 선 그이가 왠지 낯설어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방을 치운다. 책상도 다르게 배치하고, 책장도 손님이 보기 좋게 정리한다. 쓰레기통도 좀 더 일반적인(?) 자리로 옮긴다. 목표는 그이가 내 책상 앞 의자에 앉았을 때 나만큼이나 마음이 편안한 상태. 그래서 바꿔야 한다. 

     

    문은 어떤 세계와 다른 세계를 나누는 경계에 서 있다. 경계에 서 있기에 문은 이중적인 존재가 된다. 먼저, 두 세계 사이를 막아서 누구라도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는다. 하지만 바로 문이 있기 때문에 두 세계 사이를 드나들 수 있기도 하다. 문을 통해서 드나들 수 있지만, 문이 있기에 가로막히기도 한다. 

     

    글쓰기는 문을 만드는 행위와 같다. 나만의 공간에 문을 달아 손님(외부인)이 좀 더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드는 노력. 그래서 내 방이, 내 세계가 독특할수록, 문을 친근하게 만들어야 한다. 낯선 장소에 초대받은 그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하도록. 내 세계를 이물감 없이 편안하게 그이에게 소개하기 위해서.  

     

    손님을 맞이할 때 우리는 청소를 한다. 나만의 공간을 치우고, 물건을 재배치한다. 문을 열고 들어선 손님이 나만의 공간을 편하게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세계,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감정을 그이도 충분히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따뜻하게 공감하고 싶고,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려면, 문을 만든 주인과 문을 여는 손님 마음 결이 같아야 한다. 주인도, 손님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 주인은 손님을 모시면서 나만의 공간을 치우고 바꿔야 한다. 손님은 낯선 공간에 들어가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일단은 개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음이 섞여서 선율이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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