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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보다, 했었, 지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11. 07:31728x90반응형
저명한 문장 교열 전문가이자 작가이신 김정선 선생님 책에서 '적의것들'을 배웠다. 원고를 탈고할 때 최소한 '적의것들'만 빼고 고쳐도 글이 한결 좋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실천해 보았다. 정말 효과가 좋았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동료에게도 알리기 위해서 '적의것들'에 관한 생각을 짧은 글로 정리해서 발표했다.
헌데, '적의것들'에 관한 글이 인기가 많아서, 추가적으로 알면 좋은 후속편을 준비했다. '적의것들'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정도로 많이, 자주 잘못 사용하는 말을 모았다. 그리고 '서로-보다-했었-지다'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도 붙여 보았다(순전히 내가 독창적으로 붙인 이름이다). 즐겨 읽어 보시고, 즐겨 참조하시길 바란다.
'서로를' 사랑했다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이런 표현을 단 한 번도 안 들어 봤거나, 안 사용해 본 동시대 한국인이 있을까? 없다고 확신한다. 그만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아무 때나 쓴다. 그런데 이 표현이 한국어 문법에서 벗어난다면(비문이라면) 어떨까? 한국어스럽지 않다면 어떨까? 영문법에 사로잡힌 말이라면 어떨까? 무슨 말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설명해 본다.
일단, 고어사전을 찾아보면, '서로'는 부사로 나와 있다고 한다. (명사와 부사로 동시에 사용하는 단어를 연구한 유영영 박사가 쓴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에서 인용. 아래 사진 참조) 그렇다면, 근현대로 오면서 '서로'에 명사적 용법이 추가되었다고 봐야 한다. 왜? 어떻게? 아마도 영어 단어(each other)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한국어는 상대적으로 동사(형용사)가 발달했다. 동사/형용사를 살려 써야 (문장이 간결해지고) 제대로 생기가 돌면서 한국어다워진다. 반면에, 영어는 상대적으로 명사가 발달했다. 예컨대, 한국어로는 '사랑에 빠졌어'로 말할 내용을 영어로는 'I'm in love'라고 말한다. 한국어는 '빠지다'가 중요하고 영어는 '나'와 '사랑'이 중요하다.
이유가 뭘까? 동서양 문화를 비교한 EBS 다큐멘터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물이 독립된 개체라고 믿는 서양에서는 당연히 각 개체의 속성을 대표하는 명사가 언어에서 중심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동양에서는 다양한 사물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표현하는 동사를 많이 사용한다."
'서로'와 비슷한 단어로, '스스로'도 있다. '서로'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도 국어사전을 찾아 보면, 우선 '부사'라고 되어 있지만 부가적으로 '명사' 용법도 있다고 나와 있다. 원래 부사로서 동사를 꾸며주는 말이지만, '서로'와 마찬가지로 워낙 영어 단어(onself)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명사로서 품사가 추가되었다고 추정한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다 對 서로 사랑했다
서로의 보석을 교환했다 對 서로 보석을 교환했다
서로를 아껴 주었다 對 서로 아껴주었다
위에 제시한 예시 문장을 여러 번 읽어 보라. 어느 편이 좀 더 자연스럽게 들리는가? 후자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터. 그 이유는 '서로'라고 쓰면 명사(개체/대상)보다 동사(관계)가 강조되는데, 이는 좀 더 한국어스럽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좀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리한다. 단어 '서로'를 사용하려면, 그 뒤에 '가', '를', '의'와 같이 명사 뒤에 붙이는 조사를 붙이지 말자('서로'를 명사적으로 사용하지 말라). 대개는 조사를 빼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 굳이 명사를 사용해야 한다면, '서로 상대가', '서로 상대를', '서로 상대의'처럼, '상대'라는 명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스스로' 용법도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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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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