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적의것들: 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10. 06:18
    728x90
    반응형

    적의것들: 글쓰기 실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

    (4) 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이런 내가 미워질만큼
    믿고 싶다 옳은 길이라고
    너를 위해 떠나야만 한다고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
    더 이상 사랑이란 변명에
    너를 가둘수 없어

    이러면 안 되지만
    죽을만큼 보고 싶다
    죽을만큼 잊고 싶다

     

    완벽한(!) 가수 김범수가 부른 최대 인기곡, '보고 싶다' 중 중심 대목이다. 참말로 애절한 가사이지만, 약간 어색한 부분이 보인다: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 흠... 뭐가 어색하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하셨는가? 보조사 '-들'을 원칙없이 들쑥날쑥 사용했다.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단히 영어식으로 사용했다. 대단히 우리말스럽지 않게 사용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질문하면 어떨까? '추억'은 셀 수 있는 명사인가? 셀 수 없는 명사(추상명사)인가?

    또, 이렇게 질문하면 어떨까? '기억'과 '추억'은 다른 말인가? '기억'은 셀 수 없고, '추억'은 셀 수 있는가? 

     

    미루어 짐작하건대, 작사가는 '기억'은 셀 수 없는 단어라고 여긴 듯하고, '추억'은 셀 수 있는 단어라고 판단한 듯하다. 우선, 작사가는 '기억'이라는 단어를, '과거에 겪은 일에 대한 모든 떠올림' 정도 뜻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리고 '추억'이라는 단어는, '의미 있는 한 가지 과거 일에 연결된 한 가지 기억' 정도 뜻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이런 사고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그대는 영문법에 큰 영향을 받은 셈이다. 

     

    서양 사람은 왜 그렇게 숫자에 목매는가? 바로 개체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원자론이 서양에서 탄생된 이유가 있다. 서양 사람은 더 이상 쪼갤 수 없고, 절대적으로 고정된 개별 존재에 대한 강력한 문화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셀 수 있냐 없냐를 따지고, 한 개냐 두 개냐가 중요하다. 강렬한 숫자 개념은 배타적인 소유 개념과 연결된다. 내것과 네것을 철저하게 따지고, 내가 내것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관계)' 개념이 발달한 한국어와는 세계관이 판이하게 다르다. 

     

    영어에서는 어떤 명사가 등장하면 이 명사가 셀 수 있는 명사(Countable Noun)냐, 셀 수 없는 명사냐(Uncountable Noun)를 먼저 구분하고, 셀 수 있는 명사라면 단수냐 복수냐를 구분한 후에, 단수면 예외 없이 관사(a/the)를 붙이고, 복수면 예외 없이 복수형 접미사(s)를 붙인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명사에서 '복수' 의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복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들'이 존재하지만, 영어에 있는 's'만큼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어에서는 어떻게 복수를 표시하는가? 분위기로, 뉘앙스로 표시한다. 예컨대, "야구장에 사람 많이 왔어?" 이런 문장이 있다고 치자. 장소로서 '야구장'이 등장한다. 야구장이 어떤 곳인가? 기본적으로 집단을 위한 공간이다. 야구는 선수도 많이 등장하고, 팬은 훨씬 더 많이 등장하는 종목. 따라서 '야구장'이라는 장소적 맥락 속에 이미 복수 의미가 포함된다. 그래서 '사람'이라고 단수를 사용해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예시) 모교에는 추억이 깃든 장소가 많다. (들, 을 쓰지 않아도 뜻이 통함.) 

    (예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들, 을 쓰기 않아도 뜻이 통함.)

     

    한편, '들'을 꼭 넣어야 할 때도 있다. '들'도 뭔가 이유가 있기에 존재하는 셈. '복수'라는 사실이 중요한 맥락, 다시 말해서 굳이 '들'을 붙이지 않는다면, 원래 뜻이 왜곡되거나 축소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일부러 '들'을 불이면 된다. 누나가 "야구장에 누구랑 갔니?" 라고 묻는데, '친구랑 갔어'라고 말한다면? 친한 친구 한 명과 다녀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친구 여럿과 다녀왔다면, '들'을 붙여야 원래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 (1) 글을 쓸 때, 초고를 완성하고 난 후에 '들'을 얼마나 썼는지 면밀하게 검토한다. (2) 맥락이나 뉘앙스 때문에 '들'을 반드시 써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언제나 '들'을 제거한다. (3) 초고를 다시 읽어 보면서, 느낌을 따져본다. 만약에 '들'을 넣어야 자연스럽게 들린다면, 다시 넣어도 좋다. 문법 그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다. 그대가 쓰는 글이 독자가 읽기에 편안하게 느껴진다면, 어법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대개는 어법에 맞아야 좀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