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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부라더~ 지금 통화한 내용, 써도 될까요?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1. 12. 07:50728x90반응형
김여사님과 함께 한 시간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이재욱 사회복지사)
어느날 복지관에 후원물품이 많이 들어왔다. 각자 담당 구역을 정해 물품을 전달하던 중 김여사님이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동료는 김여사님을 만나보면 좋겠다고 했다. 총 4번 정도 만남 끝에 사례지원 과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생략) (주: 이 대목에서, 코로나 확산 이후 김여사님께서 겪으신 여러 가지 어려움에 관한 내용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생략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4번 만남마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던 중 우울한 마음이 들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며 눈물을 흘리셨던 것이 기억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고 좋지 않은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외부 활동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새로운 만남을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하셨다.
“아주 좋은 상태를 10점이라고 했을 때 오늘은 몇 점에 계세요?”
“음...2점인 것 같아요.”
“몇점이 되면 저를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을까요?”
“한 6점은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럼 그때 뭘 보면 6점인지 알 수 있을까요?”, “6점이 되면 어떤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질까요?”
“우울한 게 없어지겠죠. 밖으로 많이 나갈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날 것 같아요.”
김여사님은 우울하지 않기 위해 밖으로 많이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길 원하고 계셨다. 이야기를 듣고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여사님의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계망 형성을 중심으로 지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화를 더 나누어 보니 코로나 이전에는 산악회에도 나갈 만큼 타인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산악회에 나가지 못하니 답답한 시간 혼자 동네를 산책한다고 하셨다. 또 하고 싶은 것은 없는지 여쭤보니 늦은 나이이지만 한글 공부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경제적 지원은 신청해 볼게요. 그리고 우리 모임을 같이 해 볼까요?”, “제가 몇 가지 제안드릴 것을 정리해 볼게요.”
며칠 뒤 다른 사례지원 당사자 가정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분 역시 혼자 지내며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가끔 답답하면 천변을 걷는다고 하셨다. 답답한 시간 밖에 나가 걷는다는 공통점, 조심스럽게 함께 걷기를 제안했다. 김여사님도 흔쾌히 수락하셨고 우리는 걷기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사례지원 과정으로는 경제적 지원, 걷기모임에 참여하기, 한글을 공부할 수 있는 시민학교에 입학하고 친구 사귀기, 같은 아파트 주민 사귀기 등을 함께하기로 했다.
걷기모임을 시작으로 다시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김여사님, 처음에는 3명이 모이던 걷기모임은 지금은 어느새 6명이 모여 걷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시민학교에서도 열심히 한글 공부도 하고 좋은 교우 관계도 유지하고 계신다. 얼마 전 방문한 여사님 댁에는 공부의 흔적이 가득했다. 반장과 시장에서 만나 밥을 먹기도 하셨다. 처음 뵀을 때 눈물이 맺혀있던 눈가에 이제는 웃음이 가득하다. “모임에 나와서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니까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 만나기가 훨씬 쉬워졌죠.”, “올해 같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는 없어요. 여기서(걷기모임) 여러 사람 만나는 것도 즐겁고 또 나들이도 가고”, “학교 다니길 참 잘했어요. 가장 좋은 것은 제가 혼자 사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많이 결석하면 안부 전화도 해준다네요.” 김여사님은 혼자 시간을 보내던 시간과 삶이 180도 달라졌다고 표현하신다. 이제는 주변에 사람이 넘치니 웃을 일이 많아졌다.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니 당신의 강점과 힘으로 큰 변화를 이루신 여사님이 대단하시다 느낀다. 갑자기 겪게 된 어려움으로 잠시 지지가 필요했을 뿐이다. 모임과 시민학교 등 몇가지 제안을 드렸을 뿐 그 시작과 과정을 모두 당신의 힘으로 이루셨다. 마음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임이라는 큰 결심과 실천을 해내셨다. 사회복지 새내기 청년의 제안을 믿고 흔쾌히 응해주신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절대 여사님을 내가 잘 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했다. 다만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우리는 당장의 어려움을 넘어 앞으로의 ‘삶’과 ‘관계’에 집중했다.
김여사님과의 시간을 통해 사례지원 당사자를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를 배웠다. 당사자는 도와주고 무언가 해결해 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지역주민’이라는 것, ‘문제’와 어려움에만 집중하지 않고 ‘강점’과 능력이 빛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만약 2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여사님을 단순히 자원만 연계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감사한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여사님과의 시간을 돌아보며 사례지원은 당사자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임을 다시 마음속에 새겨본다.
(첫 번째 통화) 뚜뚜뚜~ 뚜뚜뚜~ 딸깍. 헤이~ 부라더~ 접니다, 이재원. 잘 지내셨죠?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발행된 복지관 뉴스레터에 실린 유튜브 동영상이 너무 좋아서 전화 드렸어요. 우리 부라더 얼굴은 안 나왔지만, 잘 들어보니 첫 대목부터 이재욱 샘 목소리가 나오더만. 이재욱 샘 목소리 맞죠? 처음부터 부라더 목소리가 들려서 너무 반가웠어요. 헌데, 내용을 뜯어 보니 대박! 역시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이재욱 부라더! 어허! 겸손 떨지 마셔요. 당사자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영상이 무척 좋았고, 당사자 밝은 표정을 보면 그동안 복지관과 이재욱 샘이 어떻게 해 오셨을지 눈에 선했답니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겼고, 이재욱 샘이 그분과 함께 하면서 도와 오신 과정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음... 음...(3분 정도, 자세한 사연을 듣고 있는 중) 역시! 아, 부라더,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혹시 서너 문장으로 짧게 써 주시면 안 될까요? 이거 녹음 했어야 할 정도로 훌륭한 내용인데, 내 폰이 아이폰이라서 녹음이 안 되거든요. (짜증나.) 아... 네...(대략 어렵다는 말을 듣는 중) 아, 그렇구나... 부담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네, 네? 물론지요. 이미 쓰신 글을 보내 주시면 나야 좋지. 빨리 보내 주세요.
(두 번째 통화) 부라더~ 이거 내용이 너무 좋은데요? 원래는 샘이 말한 내용을 기억해서 제가 재구성해서 글을 쓸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로 좋은 기록이네요. 정말. 그래, 이걸 그냥 공유해야겠다. 말씀하신 실천 사례집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글 한 편 정도 미리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나? 제가 과장님과 이야기 나누고 설득할게요. 안 되면 말고. 흐흐. 근데 아마 OK 하실걸? 제가 당진북부사회복지관 명예 홍보대사 아니오. 흐흐. 걱정 마셔요.
<안내> 이재욱 선생님과 나는 같은 경주이씨다. '재'자 돌림자를 공유하니, 심지어 항렬(?!)도 같다. 말하자면, 한 집안 사람이다. 이 사실이 중요하진 않다. 그냥 친근감이 들어서 '부라더'라고 부를 뿐. 다행히, 이재욱 선생님도 이 칭호에 대해서 크게 불편해 하지는 않으시는 듯 하다. 그렇죠? 이재욱 부라더?
결국, 성공적으로 과장님을 설득했다. 예상보다 쉽게 허락하셨다. (아마도 나를 신뢰하시나 보다. 흐흐.) 그리고 내 생각을 덧붙여서 널리 공유하기 위해서 이재욱 선생님 글을 여러 번 다시 읽었다. 평소에 내가 여기 저기 초청받아서 해결중심상담과 강점관점실천에 대해서 강의할 때 '이렇게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바를, 경력이 길지 않은 주니어 사회복지사 이재욱 부라더가 이렇게나 잘 보여주어서 무척 놀랐다.
놀라운 지점 #1: 이재욱 선생님께서는 "무엇이 필요하세요?" 라고 질문하지 않고 "무엇을 원하시나요?(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라고 질문하셨다고 한다. "무엇이 필요하세요?" 이 질문에는 여러 전제(태도)가 깔려 있다: '당신은 뭔가 부족합니다', '나(사회복지사)는 부족한 것을 채우는 사람입니다' 등등. 한편, "무엇을 원하시나요?(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에도 여러 전제(태도)가 깔려 있다: '당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무척 중요합니다', '나(사회복지사)는 일방적으로 돕는 사람이 아닙니다' 등등. 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두 질문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강이 흐른다. 내가 늘 말하듯이, 해결중심 질문이 효과가 있다면 그 이유는 질문 그 자체보다는 질문 너머에 깔려 있는, 상대를 존중하고 나를 낮추는 태도가 대화를 통해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놀라운 지점 #2: 이재욱 선생님께서는 당사자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야기를 듣고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통은 이 뒤에 나오는 말을 강조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이 앞부분에 주목하고 싶다. 해결중심상담을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 특히 사례관리에 적용하려는 사회복지사는 '내담자가 전문가다' 혹은 '문제/약점보다는 강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명제에 사로잡혀서, 당사자가 가장 먼저 말하는 '당장의 어려움(주로 경제적 어려움)'을 은근히(혹은 의도적으로) 외면할 때가 많다. 그런데 지금 당장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서 집에서 좇겨날 형편에 놓인 사람에게 '경제적 도움'만큼 중요한 요소가 또 있을까? 이재욱 선생님 글에서 '당장의 어려움(경제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일하려는 태도가 보여서 참 좋았다.
놀라운 지점 #3: 가장 흥미로운 지점. 이재욱 선생님께서는 어떤 개별 당사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커뮤니티(일차적으로는 걷기 모임, 하지만 이는 결국 지역사회 그 자체임)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일하셨다. 해결중심을 배워서 강점관점으로 실천하려는 (특히, 사례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계신) 사회복지사는 대부분 '개인이(사회복지사) 개인을(클라이언트) 도우려고' 애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사업/사례관리는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핵심인데, 많은 사회복지사 동료가 우리 기관 안에서만 움직이려고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클라이언트 '개인이 가진 강점만' 찾으려고 한다. 애초에 아무 것도 없는 클라이언트가, 자원이 한참 모자른 우리 기관과 함께 무엇을 하려고 하니, 일이 잘 풀릴래야 풀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강점관점실천은 반드시 지역사회중심 실천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확신해 왔는데, 이재욱 선생님께서 사례로써 잘 보여 주셨다.
내 마음 속에는, 정말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하고 있는 동료/후배 사회복지사 목록이 있다. 그리고 이재욱 선생님 이름은 그 목록에서도 제일 위에 적혀 있다. 이렇게나 젊은데 이렇게나 잘 배워서 이렇게나 잘 소화하며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는 대단히 드물기 때문이다. 본인은 손사레를 치겠지만, 나는 이재욱 선생님께서 이렇게 뚜렷하면서도 균형감을 놓치지 않는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신다면, 머지 않아 강점관점실천 대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이미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이재욱 선생님께서 늘 겸손하시길 바라지만,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훌륭한 원조 전문가로 계속 성장해 나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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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 > 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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