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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사가 강점관점으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이유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12.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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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에서 강점관점실천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돕는 과정에서 저는 마음이 답답하고

    뭔가 어르신을 '제대로' 도왔다는 느낌이 덜 들어요."


    최근에 모 노인복지관에 사례관리팀 교육 및 자문을 하러 갔다가 실무자 동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 말이 한 주가 넘도록 내 마음에 박혀 있다. 왜? 우선은 자주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강점관점으로 실천하라'고 요구하는데, 말단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회의감이 드는 상황. 이 회의감이 무엇인지 정체를 깊게 들여다 보면서 전문적으로 분석해 보고 싶었다.

    저 말을 한 현장 동료에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욕심입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선생님 탓이 아닙니다."

    왜?


    첫째, 현장 사회복지사가 만나는 클라이언트 대부분은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데, '강점관점실천'으로는 직접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기가 어렵다. 조금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일주일 동안 굶어서 탈진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저기 지평선 너머에 우물이 있으니 희망을 가지고 거기까지 걸어가자'고 말하는 상황. 이 상황에서 강점을 찾아서 북돋아주는 방식이 무조건 효과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문제와 처방이 시원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둘째, 강점관점으로 실천하기에는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복지 (기관의) 구조나 환경이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전문가 중심'이다. 여전히 우리는 클라이언트에게 '뭐가 필요하세요?'라고 묻고 있다. 이 질문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우리 자신을 '뭔가 주는 사람'으로, 클라이언트를 '뭔가 필요한 사람(그래서 받는) 사람'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 구도에서는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보다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다. 헌데 강점관점실천에서는 '주도권'을, 좀 더 근본적으로는 '권력'을 상대에게 이양하기 때문에, 구도가 서로 맞지 않다.

    셋째, 강점관점실천은 '질적인 접근'인데, 한국 사회사업에서 기본은 '양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몇 건 했느냐?'를 가지고 평가받는다. '건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양적인 평가' 조건에서, '기다림과 정중함'이 핵심 가치인 '질적인 접근'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다소 비현실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강점관점으로 제대로 실천하려면 양적인 평가 시스템을 [최소한 사례관리 업무에서라도] 철페해야 한다.)

    '정말로 제대로, 흡족하게 도와 줬다는 느낌이 들도록 돕고 싶어하는' 열혈(?) 사회복지사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누군가를 도울 때 '제대로, 흡족하게 도와 준다'는 말은, 몸이 아픈 사람에게 약사처럼 '자, 여기 특효약입니다' 라고 말하거나, 의사처럼 '자, 아팠던 부분을 절제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나 꺼낼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도 없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문제인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경제적 문제를 '흡족하게' 도와 줄 수 있을까? 아니올시다, 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무척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그대는 어릴 때 어른들에게 '착하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착하다'는 말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우선, '착하다'는 말은 듣기 좋다. 기본적으로 칭찬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한편, 착한 아이에게는 실질적인 이익도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에게서) 제공된다.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콩고물이 떨어지니 더욱 좋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해 보면 어떨까: 그대(아이)가 착하면 '누구에게 좋은가?' 물론, 기분도 좋아지고, 실질적인 콩고물(!)도 떨어지니 '착하다'는 말을 들은 그대(아이)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약간 다른 차원이 펼쳐진다. 아이가 '착하다'는 말을 들는 상태일 때, 진짜로 좋은 사람은 사실 '부모'다. 부모가 설치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가 '얌전하게'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조금 움직인다고 해도 결국 부모 손바닥 안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에 강점관점실천을 지향한다고 표방하는 기관에서도, 강점관점으로 실천한다는 뜻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잘 모른다. 강점관점실천은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엄마 아빠가 보기에 좋은 방향으로 살살 꼬시고(?) 이끌어서 착하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착한 아이'라는 관념을 포기하는 방식에 가깝다. '내가(우리가) 정답이야'라고 이미 고정해 둔 상태에서, 우리 기준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인정해 줄 수 있는 클라이언트 특성을 강점이라고 대신 발견해 주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 기준을 내려놓고 포기하는 방식에 가깝다.

    부모가 아무리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방향 대신 부모가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 아이는 부모가 짓고 있는 인자한 얼굴 뒤에, '착하다'고 말하는 언어 뒤에, 숨어 있는 의도를 '금방' 알아챈다. 우리 기관이 계획한 사업 방향에 맞는 강점만 강점으로 인정하고, 이 강점을 어떻게든 활용해서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클라이언트를 꼬셔 내려는(?) 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관 차원에서 강점관점을 지향해도, 일선 사회복지사는 계속 답답해 하고, 클라이언트는 비자발적인 모습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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