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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중심 질문을 부하 직원에게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1. 25. 07:13728x90반응형
최지은 TBS 아나운서: 나도 존중하고 싶어, 근데 방법을 몰라, 그런 사람들한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박구용 교수(전남대 철학과): 간단해요. 상대를 존중한다는 건요, 그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궁금해 하는 거죠. 저 사람이 지금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무엇에 꽂혀 있고, 무엇을 싫어하고, 어떤 것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주는 거예요. 궁금해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후배를 존중한다는 건 간단한 거예요. "저 친구가 뭐에 관심이 있지? 저 친구는 무엇에 가치를 두지?" 궁금해 하는 거예요. 자식한테도 똑같아요. 궁금해하지 않으면 사랑한다는 게 대부분 폭력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거죠. 내 딸이 뭘 하고 싶어 하는지는 몰라 그런데 사랑한대. 그게 사랑이에요? 사랑이 아니지. 연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잖아요. 상대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게 뭔지를 몰라, 그런데 사랑한대. 이게 사랑이에요? 지배욕이고 권력력이에요. 타인을 내 안에 두고 싶은 권력 의지일 뿐이에요. 그래서 간단해요. 궁금해야 된다. 상대를 정말 존중하고 싶으면 궁금해 하라.
이런 경우가 있어요. (제가 기획해서 운영하고 있는) 광주 시민자유대학에서 강사를 섭외해요. 그런데 가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는 때가 있어요. 어떤 수강생들이 (강사를) 싫어하는 거야. 수강생들보다 낮은 언어 용량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와서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럼 듣기를 싫어해요. 아주 반감이 생겨요. 사람들은 언뜻 보면 정치적 관점의 차이 또는 사회 문화적 관점의 차이 때문에 (강사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상대방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언어보다도 부족한 언어를 가지고 나를 가르치려고 한다? 이때를 가장 싫어해요.
최지은 TBS 아나운서: 예전에 못 먹고 살던 시절에 우리 부모님들은 글 공부를 많이 못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는 게 없어요.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자식은 가르침을 많이 받았어요. 그들의 희생으로. 근데 대화가 단절됐어. 그런 경우가 이것도 역시 비슷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박구용 교수(전남대 철학과): 약간 차이가 하나 있어요. 왜냐하면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부모님들이 자식보다 못 배웠어요. 그런데 그 부모님들은 어떤 특성이 있었냐면 자식이 배운 지식에 대한 존중 의식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배움에 대해서 존중하는 게 있었어요. 물론 그래서 자식이 성장해서 부모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정반대예요. 대부분 부모가 자식보다 더 많이 배웠어요. 그러니까 어떤 상황이 되냐? 거꾸로 많이 배운 상황에서 자식한테 관심을 가져줘야 되거든요. 존중 의식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거꾸로 폭력을 행사하는 거야.
그러니까 이제 예전에 우리 세대가 느꼈던 부모와의 충돌하고 지금 우리 세대가 자녀 세대와 느끼는 충돌은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여기 안에 앎이 개입돼 있다. 그런데 이 앎의 차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뭐다? 궁금해야 한다. 질문을 해야 된다.
연초에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님께서 라디오 방송(TBS 네시 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에 출연하셔서 풀어 놓으신 말씀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날 주제는 "멋지게 나이들 수 있을까?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꼰대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며 상대가 존경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반대로 멋지게 나이가 들려면(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상대를 존중해야 하며 궁금해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무릎을 탁, 하고 쳤다. 어? 이거 완전 해결중심적인 말씀인데?!
해결중심 질문에 대해서 가르치다 보면, 가끔씩 학생 중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저는 이 질문법을 배워서 조직 안에서 부하 직원에게 써 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나는 가능은 하지만 웬만하면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말씀 드린다. 혹은 가능은 하지만 몇 가지 '강력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드린다. 나는 왜 말리는가? 내가 언급한 '강력한 조건'이란 무엇인가?
해결중심 질문을 부하 직원에게 사용하고 싶다는 사람은 당연히, 대개 중간관리자급 이상이다. 해결중심상담을 배워 보니,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그가 가진 강점과 자원을 끌어내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느껴졌을 터. 그래서 매우 자연스럽게, 나와 잘 맞지 않아서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혹은 더 잘 할 수 있는데 가능성을 터뜨리지 못하는 부하 직원에게 써 먹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해결중심 질문을 실제로 부하 직원에게 사용하면 금방 느낀다. 뭔가 배가 산으로 간다는 느낌이 든다는 사실을.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해결중심 질문은 질문자가 답변자를 특정 방향으로 끌고가는 유도심문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해결중심 질문을 받으면 편안하게 느끼지 않고 오히려 불편해 한다. 자신을 어디론가 끌고가고 몰아가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해결중심 질문은 주로 상대가 가진 긍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춘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거꾸로 말한다면 해결중심 질문은 상대가 가진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모든 해결중심 질문은 답변자에게 이렇게 느껴진다: "지금부터 가능하면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답하세요. 부정적인 이야기는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다시 말하자면, 해결중심 질문은 답변자가 말할 권리 중 절반(부정적인 이야기)을 빼앗고 제거한다.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특별하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는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권리를 아예 주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몰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질문자가 이런 맥락을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질문을 받은 답변자는 직감적으로 느낀다: 뭔가 불편하다!
상담이나 코칭 맥락에서는 그나마 괜찮다. 왜냐하면 상담을 신청한 사람이 어느 정도는 상담자에게 주도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자가 다소 낯선 질문을 한다고 해도, 질문 과정에서 나를 특정 방향으로 어느 정도 끌고 간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따라가 주게 된다. 코칭 맥락도 마찬가지. 최소한, 질문을 던진 사람이 나에게 해가 되는 상황으로 몰고 가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명백하게 상하관계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해결중심 질문을 사용한다면? 상담이나 코칭 맥락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직적 힘이 작동한다. 해결중심 질문을 구사하면 필연적으로 답변자가 답변을 선택할 권리 자체를 최소 절반은 박탈하게 되는데, 상하관계라는 수직적 힘까지 작동하면, 답변자를 지나치게 코너에 몰아 넣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쯤 되면, 내가 위에서 언급한 '강력한 조건'이 무엇인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겠다.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해결중심 질문을 구사하려면, 반드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질문자는 답변자가 그 어떤 답변을 한다고 해도 충분히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혹은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겠다는 의도를 접어야 한다. 질문하는 목적을 나에서 그에게로 옮겨야 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존경(尊敬)과 존중(尊重)은 글자로는 겨우 한끗 차이만 다르지만, 뜻을 따지고 보면 서로 매우 다르다. 존경에는 수직적인 힘과 질서가 담겨 있다. 누군가 상대를 높이고 우러러 봐야 한다. 반면에 존중은 매우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개념이다. 누구도 하대하지 않고 정중하게 대하는 맥락이 전제되어 있다. 해결중심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존중'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만 한다. 상대를 좌우하려는 마음이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부하 직원에게 해결중심 질문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안 된다는 말인가? 답을 하자면, 된다는 말이다. 다만, 내가 해결중심 질문을 던졌을 때 부하 직원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한다고 해도, 서운해 한다거나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원하는 답을 하도록 지나치게 유도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질문하는 사람이 수직적인 질서를 포기하고 수평적인 질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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